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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9]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와 톱카프 궁전

Onepark 2015. 5. 27. 19:00

언제 여행을 다 마치나 싶었는데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내일이면 한국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는 홀리데이인(에어포트) 호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이스탄불에 남아 있는 보석과 같은 명소를 구경하기로 했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 못지 않은 돌마바흐체 궁전(Dolmabhçe Palace)과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이 제국을 다스렸던 톱카프 궁전(Topkapi Palace)이 남았다.

 

 

따로 민물 상수원이 없는 콘스탄티노플에 물을 공급했던 수도교는 역사지구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보스포러스 해변에 자리잡은 돌마바흐체 궁전은 9시부터 그룹 별로 입장을 허용했다.

우리는 일찍 서두른 덕분에 9시가 되기 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궁전 내부는 황금과 크리스탈로 장식되어 있어 손을 대거나 사진을 찍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었다. 실내의 모든 시계는 아타튀르크(Atatürk)가 서거한 오전 9시 5분에 멈춰져 있었다. 우리는 보는 것만으로 기억을 하고 나중에 사진첩을 따로 구입하였다.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툭 트인 보스포러스(Bosphorus) 바다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우리들도 큰 소리로 말도 못하고 사진을 찍지 못했던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마구마구 사진을 찍고 떠들고 했다.

돌마바흐체란 말이 '정원을 채운다'는 뜻이라는데 정원의 꽃송이 하나 나무 한 그루 매우 공을 들여 관리한 자취가 역력했다.

 

*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잘 가꾸어진 돌마바흐체 정원

 

궁전 바깥도 거리마다 6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벽보와 상징적인 깃발로 요란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1시간 이상 보스포러스 해협(Bosphorus Strait) 선유를 즐겼다.

배를 타니 물결따라 흐르는 경치 외에는 모든 동작이 정지된 것 같았다.

조금 전에 숨을 죽이며 구경을 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이 보이고 한참을 달려 보스포러스 대교(Bosphorus Bridge) 밑까지 나갔다.

바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대교이다. 제2대교는 일본업체가 건설하였는데 현재 한국의 건설업체가 제3의 대교를 건설 중이라고 한다.

 

* 보스포러스 해협을 연결하는 현수교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하는 동안 <007 Unlimited>에서 러시아 마피아의 본거지로 그려진 외딴 섬이 보였다.

이 섬은 술탄의 공주가 일찍 죽는다는 점궤가 나와 공주가 16세가 되기까지 살게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지금은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스탄불은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탄 유람선은 드디어 금각만(Golden Horn) 안으로 접어들었다.

이스탄불의 명물 갈라타 교가 보였다. 평소에도 낚시질을 하는 물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물론 바다낚시이다.

다리 이름이 유래한 갈라타 타워(Galata Tower)는 탁심지구 언덕 위에 서 있다.

골든 혼에서 잡힌 고등어로 만든 케밥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물놀이하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었다.

 

 

배에서 내려 골든 혼 요지에 자리잡은 식당에서 닭다리 모듬 케밥을 먹었다.

이제 올리브유를 듬뿍 친 샐러드와 케밥, 디저트가 나오는 현지식 식사에도 어지간히 익숙해진 셈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니 이제 남은 시간이 3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어제 기도시간과 겹쳐 보지 못한 블루 모스크 내부 구경과 톱카프 궁전 관람이 남아 있었다.

이스탄불의 교통체증은 예측을 불허하므로 저녁식사(한식)를 일찍 마치고 공항에 가서 미리 체크인할 필요가 있었다.

 

 

술탄 아흐메드가 하기아 소피아 못지 않게 국력을 기울여 건설토록 한 블루 모스크(Blue Mosque)를 볼 차례였다. 2시 입장을 앞두고 길게 줄이 늘어섰다. 그리고 노출이 심한 여성은 머리카락과 종아리가 보이지 않게끔 모스크 측에서 빌려주는 천을 둘러써야 했다. 

바닥에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기도자의 히프가 닿는 자리는 문양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듣던 바대로 모스크의 내부는 푸른 빛이 도는 타일로 장식되어 자못 신비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건축기술은 하기아 소피아를 따라갈 수가 없어 돔을 떠받치는 기둥이 여러 개 서 있었다.

 

 

밖에 나오니 저절로 심호흡을 하게 되었다.

어제 도착한 크루즈선의 승객들이 번호표를 들고 있는 가이드 뒤를 따라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보였다.

다음 코스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국정을 돌보던 궁정과 후궁들이 거주한 하렘이 있는 톱카프 궁전(Tokapi Palace)이었다. 황실 소장품이 여러 박물관에 분산되어 진열되어 있었다.

큰 나무가 우거져 있는 정원과 초병이 지키는 관문을 여러 개 지난 후 여러 관광객들 틈에 섞여 시계 박물관, 무기 박물관, 성물(Sacred Things: 모세 지팡이, 다윗의 검, 마호멧 선지자의 검 등) 박물관, 주방 도자기 박물관을 차례로 구경했다. 보석 박물관은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건너 뛰었다.

 

 

아래의 사진은 술탄의 고위 각료가 회의를 하였던 화려한 장식의 국무회의실 내부와 황실의 보석을 전시한 보석관 입구에 늘어선 관람객들의 모습이다. 

Youtube에서 <무흐테솀 유즈이을(Magnificent Century, 오스만 투르크의 정복왕 쉴레이만 황제 시대에 크리미아 출신 록산느 황후 휴렘 술탄의 궁중 암투 이야기) 같은 터키 드라마를 보면 술탄 궁정의 내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2014년 6월 시즌4의 139회로 끝났는데 장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터키와 중동은 물론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이 채 한 시간이 못 되었으므로 긴 줄이 늘어선 보석 박물관은 생략하고 나머지도 주마간산 식으로 돌아보는 것에 그쳤다. 그럼에도 타일의 아라베스크 장식이 아름다운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전원 무사히 집합한 것을 확인한 뒤 우리는 보스포러스 해협이 간간이 보이고 무장을 한 초병이 지키는 정원을 가로질러 출구로 나왔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스탄불 공항으로 가면 터키 일주여행이 모두 끝날 터였다.

 

 

우리가 탄 버스는 증기기관차 실물모형이 서 있는 이스탄불 역 앞을 지나갔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로 유명한 Orient Express 열차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운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한식당으로 가기 위해 아타튀르크를 존경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이름을 딴,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라는 케네디 로드를 통과하였다. 저 멀리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이 줄을 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약간의 피곤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다채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언제 있었던가 생각이 들었다. 

 

*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이스탄불 역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