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에페수스(Ephesus)가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리스-로마 시대에 상업중심지로 번성했고, 다산과 번영을 상징하는 아르테미스(Artemis 로마신화에서는 다이아나) 신전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도 에베소는 사도 바울이 기독교의 교리를 설파한 서신을 보낸 곳이고 그가 역점을 두고 기독교를 전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폐허로 남아 있을 뿐이어서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워준다.
에페수스는 에게해로 이어지는 강에 면해 있어 상업 및 교통 중심지였다. 그러나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과도한 육류 소비로 인한 가축의 방목으로 세월이 지나면서 토사가 항구로 흘러들어 항구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도시로서 구실을 할 수 없었다.
사도 바울은 제2차 선교여행 중 이곳 회당에서 유대인들과 변론을 하였고, 제3차 선교여행 때에는 약 2년간 체류하면서 두란노 서원에서 이방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였다(아래 그림. 사도행전 19:8-9). 이를테면 에베소는 아시아 복음화의 전진기지였다. 바울은 이곳을 떠나면서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목회를 책임지도록 했다.
아래는 오스트리아 발굴 팀이 아르테미스 신전 터를 발굴하는 모습과 그 앞에 신전의 사제들이 제물로 바칠 황소를 이끌고 올라오던 길이다.
터키 사람들이 이교도의 유적지에 무관심한 사이에 오스트리아 발굴단(독일의 고고학자 벤도르프가 설립한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이 대대적인 발굴작업을 진행하여 귀중한 진품은 오스트리아로 실어가거나 인근 셀주크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 남아 있는 유물들도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길가의 여신상 옷자락에서 영감을 얻어 Nike의 둥근 엠블럼을 고안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로마시대 대욕장의 출입문이다. 그런데 대욕장 수세식 화장실 터를 오늘날 터키의 어느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비데와 비교해 보았다. 당시에는 발 앞의 수로에 막대기에 달린 헝겊을 적셔 앉아서 뒷처리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에페수스의 길 한쪽에 놓여 있는 성인의 발바닥 그림을 보고 그 용도에 관하여 즉석 토론이 벌어졌다.
이 구역은 LOVE 마크가 있는 홍등가이므로 출입자가 성년인지 여부를 발바닥 크기로 가늠하여 검사하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밑의 사각형은 그 용도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는데 오늘날의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수단을 가리킨다는 주장이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그 다음 방문지는 에페수스 도서관(Celsus Library)이었다.
그 옛날은 이곳은 사람과 물자만 모여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의 지식정보가 모여든 곳이기도 했다.
정면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내부는 천장이 높은 1층 건물이었다고 한다.
그 크기로 미루어 상당한 분량의 두루마리 책이 소장되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에페수스에서는 지금도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규모 원형극장은 그 규모나 시설 면에서 이곳이 얼마나 번창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행사가 많이 벌어졌는지 보여주었다.
원형 대극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소나무 숲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대극장 맞은 편의 진입대로는 그 옛날에도 조명시설이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끝에 자리잡았던 항구가 기능을 상실하는 바람에 후세의 입구는 소나무 숲 쪽으로 나 있었다.
>정문 바깥에는 "진짜 짝퉁시계 팝니다(Genuine Fake Watches)"라는 사인보드가 있어 실소를 머금게 했다.
이 곳을 떠날 때 이지호 가이드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부근의 동굴에서 7인의 기독교도(Seven Sleepers' Cave)가 박해를 피해 숨어지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수백년이 흘렀다는 내용으로 코란에 언급된 탓인지 기독교도보다 무슬림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에페수스 유적지를 돌아본 다음 이즈미르를 거쳐 이스탄불로 가면 되었으나 일정상의 여유를 갖기 위해 지중해 연안의 쿠사다시 골프 리조트(Kusadasi Golf & Spa)로 갔다.
풍광이 수려한 지역에 풀장을 갖춘 콘도 형식으로 리조트가 조성되었는데 골프장은 좀 멀리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여야 했다.
나는 숙소 밖 테러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갖고 간 책 더글러스 케네디의 <빅 퀘스천>을 펴들었다.
초여름의 미풍에 실려 풀장에서는 경쾌한 재즈음악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정한 휴식이라면 이런 것이 아닐까. 작년 여름 이칙쿨 호반의 휴양지에서 맛보았던 모처럼의 한가로움이 전신을 휘감았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거실에 들어와 TV를 켜니 회교국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린 영화와 필리핀의 유명한 세계적인 선교방송(SMNI Kingdom of Jesus, Sounds of Worship)이 나왔다.
이튿날 아침 일찍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인근 이즈미르(Izmir)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오전에 이스탄불에 가서 터키의 최대 명소 관광을 계속할 예정이었다.
단숨에 바다를 건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To be continued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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