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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과 바이칼호] 데카브리스트의 아내들과 춘원의 有情

Onepark 2012. 7. 15. 22:57

o Storytelling

SIT 관광이 성공하려면 방문지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 못지않게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의 서사시 [데카브리스트의 아내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일행은 그 중의 대표자 격인 발콘스키 공작과 마리아의 애틋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는 데카브리스트 뮤지엄을 방문하고 갖가지 상념에 젖어 들었다.

 

발콘스키는 그의 조카인 톨스토이에 의해 [전쟁과 평화] 작품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결혼 당시 18세에 불과했던 마리아는 주변의 설득과 회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편이 석방될 때를 기다리며 현지 어린이들에게 피아노와 음악을 가르쳤다고 한다. 마침내 남편이 석방되고 복권이 된 후에는 자기 집에서 시 낭송회와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마치 윤선도와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마을 사람들을 교화시켰던 것처럼, ‘데카브리스트 아내들’은 이르쿠츠크를 ‘시베리아의 파리’로 변모시켰던 것이다.

 

* 톨스토이의 삼촌이기도 한 데카브리스트 지도자 발콘스키 공작 노년의 모습
* 시베리아에 꽃 핀 순애보의 주인공 마리아. 4200km를 달려온 여인의 강인함이 느껴졌다.
* 러시아인들이 즐겨마시는 홍차 물을 끓이는 급탕기. 어디서나 이 비슷한 급탕기를 볼 수 있다.
* 사진 속 여인과 군인, 주변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이르쿠츠크 역 앞

 

우리에게 바이칼 호수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유정(有情)」에도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 최 석은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 고아가 된 친구의 딸 남정임을 자기집에서 친딸처럼 거둔다. 정임이 성장하면서 이들의 나이 차 많은 사랑과 연모는 그의 부인으로부터 ‘불륜’이라는 오해를 받고 학생들에게도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최 석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가정을 버리고 먼 길을 떠난다.

최 석이 모스크바로 가던 도중 시베리아 벌판 위로 황홀하게 빛나는 석양에 취해 무작정 내린 곳이 바로 바이칼 호반이었다. 그는 잔잔한 호수면 위에서 정임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 맑고 깨끗한 호수에 자신이 마음도 투영되는 것을 느낀다. 나중에 주위 사람들의 오해가 풀렸음에도 그의 육신은 지치고 병들어 이국땅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 브리야트 초원에서 쇼생크 탈출 포즈를 취할 때 이름모를 들풀에서도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자작나무에 새겨진 샤먼. 머리 위 하늘과 인간의 중재자임을 나타내는 3개의 구분이 있다.

 

o Inconvenience

몽골의 울란바토르와 테를지 국립공원, 러시아에서는 이르쿠츠크와 브리야트 마을을 여행할 때 느꼈던 가장 큰 불편은 인터넷에 접속하고, 카카오톡을 할 수 있는 WiFi 존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대부분의 화장실이 푸세식이었다. 이르쿠츠크 공항 대합식의 화장실에서는 양변기의 시트가 빠져 있어 이용하기에 너무 불편했다.

여행지에서의 불편함은 바로 우리의 주거문화가 짧은 시일 내에 크게 개선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잘 살게 되었는지 스스로 의아할 정도였다.

 

* 바이칼 호반 마을의 재래식 시장. 주된 상품은 바이칼호에서 잡히는 생선 오물을 말린 것이었다.
* 바이칼 호수를 선유하는 동안 선상에서 (초고추장 없이) 오물구이 즉석 파티를 벌였다.
* 나중에 숙소에 도착하여 보드카로 뒤늦은 건배를 하였다.
* 참가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여행기간 내내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