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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Day] 질문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Onepark 2025. 2. 13. 07:00

G : 선생님하고 매달 13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지도 3년이 넘었어요.  오늘은 무슨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P : 네, 2021년 11월 13일 Book's Day 대담을 시작했지요. 처음엔 저의 서가나 독서 노트에서 책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관점이 바뀌었어요. 인공지능(AI)에 말을 걸다보니까 지시(prompt)를 할 때도 뭐라고 질문(question)을 해야 내가 원하는 답(answer)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10년 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에 관한 《질문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를 골랐습니다. 원제는 《Change your questions, change your life》이고, 저자는 마릴리 애담스 박사예요. 정명진 번역으로 김영사에서 2014년에 처음 출간되었지요.

 

 

 

저자는 박사논문을 제출하고 지도교수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릴리, 당신 논문은 아직 멀었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음속의 비판적인 성격을 잠재우고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논문을 어떻게 고칠까요?”

나는 “그 사람은 날 좋아하고 인정할까?” 혹은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심판자적인 질문에서 학습자의 질문으로 방향을 돌렸던 것이다.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어떻게 하면 좋게 고칠 수 있을까?” “내가 배울 수 있는 건 뭘까?” 같은 생산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의 성격을 바꿈으로써 인생 자체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내면의 질문들을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누구나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책머리에서

 

G : 저도 얼마 전 신문에서 비슷한 책 소개 - 데이비드 예거 지음 《어른의 영향력》(이은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셔평을 읽었어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나이 든 사람은 청소년이나 젊은이들(10~25세)에게 지시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되, 피드백의 ‘의도’와 ‘목적’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조언하는 내용이었지요. 왜냐하면 이들의 뇌에선 테스토스테론이 대량 분비되므로 특히 칭찬과 보상에 민감하다는 것이었어요.[1]

P : 네, 맞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바꾼다는 말은 너무 거창한 감이 있지만 오늘날 가정이나 직장,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말하는 이의 생각이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비롯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사실 요즘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것도 "나는 옳고 저들은 그르다"는 데서 출발하잖습니까? 상대방의 주장도 일단 경청하면서 "과연 그러하냐?"고 대화나 토의를 하는 게 실종되고 말았어요. 

 

G : 국회에서 야당이 의석수에서 집권당을 압도하고 있으니 여야 협상이 사라지고 매사 표결로써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P : 지금 시국에서는 국민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여야 정치인들에게 질문 공세를 펴야지요.[2]

이 책의 저자 마릴리 애덤스 박사는 학위논문 심사 받을 때의 경험을 살려 심판하러들지 말고 배우는 입장이 되어보라고 권합니다.  다소 장황하지만 그녀가 제시하는 질문 리스트를 보겠습니다.

 

o 나는 심판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어느쪽에 있고 싶은가?

o 어떻게 하면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을까?

o 이 상황을 달리 생각할 수는 없을까?

o 지금 어떤 선입견을 품고 있는가?

o 다른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필요로 하고 원할까?

o 내가 무엇을 놓치거나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o 어떻게 하면 더 객관적이고 정직할 수 있을까?

o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유머는 뭘까?

o 지금 당장 나의 선택은?

o (나 자신 혹은 다른 사람에 대해)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하나?

o 어떤 행동이 가장 적절할까?

o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윈-윈으로 바꿀 수 있을까?   235, 243쪽

 

G : 저도 학위논문 심사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는 심사위원들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때지요.

P : 위 질문의 요지도 윈-윈을 위해 배우는 입장에서 질문 거리를 생각해보고 또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즉각적인 반응 내지 심판을 하지 말고 다만 몇 초라도 윈-윈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는 생각을 해보라는 겁니다.

저자는 여기서 극한상황에 처했을지라도 여러 옵션을 던져놓고 살아남기(즉, 문제해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빅터 프랭클 예화를 들고 있어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의사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자유 중 마지막 자유, 즉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와 자신이 살아갈 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거기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로고테러피를 창안(Man’s Search for Meaning: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했다.] 그것이 바로 질문 사고의 정수이다. 107-108쪽

 

심판하는 입장에서 질문을 하면 두려운 마음이 일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긴장감이 생긴다. 심호흡을 하면서 심판자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배우는 입장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하면 에너지가 솟아나고 낙천적으로 변하고 희망으로 넘치게 된다.

“배우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때면 내가 미래에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228쪽

 

P ; 저자는 다음과 같은 실전 사례를 보여줍니다.

 

체조선수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겠지? 실수하지 말아라.”

그리하면 실제로 선수는 마음이 불안해져 심판자의 화를 부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

질문을 바꿔보라.

“늘 연습해 온 이 동작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아름답게 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질문을 이용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도록 자신을 다시 프로그래밍한다.  109-110쪽

 

G : 그런데 위급하거나 당황스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여유롭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요.

P : 아인슈타인도 유익한 발견을 하고자 한다면 "매사에 질문을 하라!"고 말했어요. 

그러므로 여러 상황을 상정하면서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사후에도 그때의 상황을 복기하면서 고칠 점이 있다면 시정해야겠지요.  그래서 저자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길게 호흡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선택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Aware]     혹시 내가 심판자의 길에 들어선 건 아닐까?

[Breathe]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Curiosity]  나는 모든 정보를 확보했는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Choose]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31쪽

 

* Jacques-Louis David, The Death of Socrates (1787), Metropolitan Museum of Art, NY

 

G :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도시국가였는데 질문에 능했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왜 독배를 들어야 했을까요?

질문을 잘못해서 또 타협을 하지 못해 인생을 망친 케이스 아닙니까?

P : 그의 제자인 플라톤을 비롯해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그의 죽음은 치열한 논쟁거리였죠.

아테네 시당국은 소크라테스는 그의 산파식(産婆式) 질문법이 젊은이들을 오염시키고 그리스 전통의 신을 믿지 못하게 할 뿐더러 독재자들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했어요. 또 이런 움직임을 알아챈 그의 친구와 제자들이 아테네에서 잠시 피신하거나 망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가 독배를 들었기 때문에 소크라테스 방법론(Socratic method)이 아주 효과적인 로스쿨 교수법으로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AI 프롬프트에도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해요. Google 검색을 통해 알아본 소크라테스식 질문과 AI 프롬프트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

 

AI 시스템에서 소크라테스 방식(Socratic method)을 적용하면 AI가 생성한 답변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AI 프롬프트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고 복잡한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크라테스식 질문과 AI 프롬프트의 상호 작용이 유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영역을 알아본다.

첫째, 가정과 신념(assumptions and belief)은 우리의 사고를 형성한다. 소크라테스식 질문은 우리의 사고를 고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AI 프롬프트도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자신의 가정과 편견을 검토하게 하고 대안적인 관점을 갖도록 이끌어준다.
이러한 사고 과정은 우리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사고 과정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AI는 프롬프트 질문과 답변을 통해 복잡한 주제에 대한 보다 일관되고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피드백 및 질문(feedback and probing)은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마찬가지로 AI는 사용자의 응답을 분석하고 후속 질문이나 추가 정보를 제공하여 대화를 심화시키고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

 

둘째,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은 소크라테스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궁극적으로 그의 대화 상대는 학습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고의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AI는 우리의 지식과 기술을 축적함에 있어 대화 상대가 되어 동일한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중국 속담을 빌린다면, AI는 단순히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정보 제공) 대신 '낚시하는 법'(사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맞춤식 대화(customisation)는 소크라테스가 구체적인 사람들의 고유한 사고방식에 맞게 대화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적응형 알고리즘(adaptive algorithms)을 갖춘 AI 시스템은 사용자의 지식 수준과 선호도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소크라테스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윤리적 함의(ethical implications)가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윤리적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우리의 선택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윤리의 영역에 속한다. AI와 윤리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두 가지 주제라 할 수 있다. AI 프롬프트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에 윤리적 고려를 덧붙인다.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방법과 AI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방법과 접근 방식을 개선해 나갔던 것처럼 AI는 강화 학습 및 기타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피드백과 대화(feedback and conversation)를 통해 발전을 꾀하고 있다.

 

P : 위대한 결과는 소크라테스 방법 같이 효과적이고 유용한 질문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당신이 [어려운 질문에] 걸려 넘어지는 곳에 보물이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겠지요.

 

G : 네, 그렇습니다. 진영논리와 내로남불의 태도를 극복하려면 "나(우리편)는 옳고 저들은 틀렸다"가 아니라 "저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부터 떠올려야겠네요. 욱 하는 성미에 말처럼 쉬울 것 같진 않지만요.

P : 남을 가르치려는 듯한 심판자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호기심 가득한 배우는 사람의 태도를 갖고 대화의 80%를 생산적인 질문들로 채워봅시다.

 

* 출처: AIPRM.com 블로그

Note

1] 데이비드 예거가 쓴 《어른의 영향력》(원제는 10 to 25: The Science of Motivating Young People)을 보자.

이 책에서 든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실시한 청소년 금연 캠페인이다. 당시 정부 역학자들은 10대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 ‘흡연은 암을 유발하며, 치아를 누렇게 만들고, 섹시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신생 광고대행사 크리스핀포터플러스보거스키의 총괄 관리자 알렉스 보거스키는 다르게 생각했다. 10대들이 흡연하는 이유는 담배의 해악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른스럽고 멋있게 보이기 원해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어른스러움’에 대한 청소년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캠페인이 효과를 볼 거라고 생각했다. 보거스키는 광고를 통해 ‘10대들을 꼬드겨 치명적 중독에 빠뜨리려는 탐욕스러운 담배 회사에 맞서 싸우라’며 청소년들을 독려했고, 그 결과 플로리다주 중학생 흡연율은 19%, 고등학생 흡연율은 8% 감소했다고 한다. 곽아람, "아이가 어른 말 따르게 하려면 지시보다 질문을 - 美심리학과 교수가 본 '요즘 애들'", 조선일보, 2025.1.11.

 

이 책에서 저자는 또 ‘현명한 피드백(wise feedback)’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시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되, 피드백의 ‘의도’와 ‘목적’을 투명하게 밝히도록 한다. 과학적 근거는 이렇다. 10~25세 인간의 뇌에선 테스토스테론이 대량 분비되므로 특히 보상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존중받거나 사랑받을 때 짜릿함을 느끼는 강도와, 무시당할 때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어른보다 훨씬 높다. 이 시기의 인간은 ‘지위(status)’와 ‘존중(respect)’을 갈망하는데, 안타깝게도 사회에서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부여하는 지위와 보여주는 존중의 정도는 이들의 기대치에 어긋난다. 저자는 이를 ‘청소년의 곤경(adolescent predicament)’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들이 어른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지위’와 ‘존중’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이다.

 

2] 마릴리의 책이 심판하는 자와 배우려는 자 둘로 나눈 것처럼, 이 책에서도 저자는 어른들(혹은 리더)을 강요자, 보호자, 멘토의 세 유형으로 나눈다. 강요자 유형은 ‘뛰어난 인재가 되려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지원 없이 높은 기준만 제시한다. 보호자 유형은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하는 건 잔인한 일’이라 여기면서 정당한 성취보다 자존감 향상을 우선시한다. 멘토는 높은 기준을 제시하되 상대를 믿고 존중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중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 ‘멘토’라는 건 누구나 알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가 책에서 바람직한 멘토로 꼽은 기업 관리자는 말한다. “부하 직원들은 사람이지 생산성 높은 로봇이 아니에요.” 유능한 멘토인 교사의 교육관은 이렇다. “나는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칩니다.”

날이 갈수록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어른다운 어른’에 대한 갈망이 거세지는 우리 사회를 위한 처방으로도 읽힌다. Ibid.

 

3] Jovan Kurbalija, "The art of asking questions in the AI era - What can Socrates teach us about AI and prompting?", DIPLO Blog, 1 Augus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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