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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Day] 남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

Onepark 2023. 9. 13. 08:00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점점 심해지니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듣는 편이 더 좋아졌다.

YouTube에서도 사연을 영상이 아니라 말로 들려주는 채널을 선호하게 되었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책을 한 권 건네 받았다.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라는 두란노 2023 신간서적으로 몇 가지 기시감(旣視感, deja vu)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선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The Reader>(2009)가 생각났다.

남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매력적인 외모의 30대 여자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해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는 스토리였다.

내가 받은 책의 저자는 부친이 낙상 사고로 경추 3,4번이 골절되어 전신마비 상태이며 모든 움직임을 타인에 의존해야 한다고 했다.

 

그와 똑 같은 이야기가 프랑스 영화 <Untouchables>(2012)와 영국 영화 <Me Before You>(2016)에도 나온다.

전자는 전신마비 환자의 간병인으로 들어간 흑인남자가 예상과는 달리 신분과 재력, 연령 차이도 많이 나는데도 그와 우정을 쌓고 여행을 다니며 행글라이더까지 탔다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였다.

반면 후자는 젊은 남자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자 젊은 여성의 도움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는 듯 싶지만 결국 스위스에 가서 안락사를 택한다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다.

이번에 내가 읽게 된 책은 제3의 선택지라 할까, 최악의 상황이 연속되어 낙담하는 부모님에게 책을 읽어드림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신앙간증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Book's Day에 내가 오래 전에 읽었던 책, 즉 서가에 꽂혀 있던 책을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소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위의 어느 영화나 소설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치가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소개한 내용부터 그대로 옮기기로 한다.

그리고 본론을 목차만 소개하는 것은 신간서적이고 이 책에 감동을 받은 독자라면 책을 직접 사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어는 저가 아니라 나로, 어미는 ~하다로 바꾸었으며, 중간제목 역시 독자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임의로 붙였다. 

 

집안에 닥친 사고와 가족들의 반응

2010년 2월, 산책을 나가셨던 아버지는 집 앞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뇌와 몸을 연결하는 경추 3, 4번에 골절을 입으셨다. 목 아래로 마비되는 바람에 지난 13년간 좁은 병상에 갇혀 당신의 일상을 모조리 타인에게 내어 맡겨야 하는 힘든 삶을 살아오고 계신다.
어머니는 그 오랜 세월 사지마비 남편을 간병하며 지칠 대로 지치셨는지, 하나님이 있다면 삿대질이라도 하고 싶다며 당신들의 운명을 한탄하셨다. 그러면서도 내가 무너지면  자식들이 고생하니 어떻게든 남편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 이곳저 곳을 파스와 약으로 달래 가며 지내 오셨다.

너무나 가슴 아픈 상황이었지만 정작 딸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친정에 가서 아버지 대소변 수발이라도 거들려고 하면, 딸에게 당신의 몸을 내보이기 거북해하시며 엄마나 남동생들을 찾으셨다. 또한 자식 아끼는 마음이 지극하신 어머니는 너희는 회사일 잘하고 자식들 잘 챙기라며 밀쳐 내시곤 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비 블리오테라피》라는 책을 만났다. 나 역시 책과 성경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기에 이거다 싶었다. 그날,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려야겠다 마음 먹었다. 처음에는 아버지 옆에서 읽어 드렸는데, 귀가 어두우셔서 소리를 질러야 하는 데다, 그마저도 팬데믹으로 자유롭게 왕래하기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매일 아침 녹음기를 켜고 책을 낭독했다. 어머니에게 녹음 파일을 보내 드리면 두 분이 같이 들으셨다.
  16~17쪽.

 

무슨 책을 읽어드릴 것인가

처음엔 책이 익숙하지 않으신 아버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학작품을 골랐다. <로빈슨 크루소>로 시작해, <노인과 바다>,  <천로역정>과 같은 소설과 시집, 우화집을 통해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드렸다. 그다음은 진리의 이야기가 실제 삶 속에 살아 있는 에세이집과 역사서들을 낭독했다. 특히, 열혈 축구 팬이신 아버지는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와 이영표 선수의 책을 많이 좋아하셨다.

처음엔 그저 외로워 보이는 아버지를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을 원망하고 계신 아버지께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알려 드리고 싶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별히 '로마서'를 읽어 드리고 싶다는 비전을 품게 되었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계신 아버지께 성경을, 그것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 '창세기'나 '출애굽기'가 아닌 복음의 원리를 설명한 '로마서'를 읽어 드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 2년간 약 30여 권의 책을 500여 개의 낭독파일에 담아 부모님께 드렸다. 책을 읽을 때마다 부모님과 나는 신비한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여러 인물이 나오는 책을 읽을 때는 성격에 따라 다른 목소리와 어투를 써가며 연기도 했다. 나도 모르던 내 안의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책을 낭독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 순간이 기다려졌다. 책 한 권의 낭독이 끝날 때마다 그 여정의 이야기를 정리해 글로 썼다. 글을 쓸 때마다 기쁨과 감사의 감정이 복받쳐올라 눈물이 흐르곤 했다.

어리둥절해 하시던 부모님도 처음엔 딸의 진심에, 나중엔 상상도 못하던 딸의 재능을 발견하는 재미에 이끌려 조금씩 이야기에 빠져드셨다. 책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반응도, 최고라고 꼽으시는 책도 달랐다. 오랜 세월 같이 살면서도 부모님에 대해 모르던 것이 참 많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 부모님의 분신인 나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통해 잠시라도 두 분을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17~19쪽.

 

내 인생의 세 가지 질문

지난 몇 년간 내 인생에는 세 가지 질문이 생겼다. 첫 번째 질문은 잘 나가던 커리어를 접고 중년에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 생겨났다. "나는 누구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하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 걸까?"

두 번째 질문은 아이를 잘 케어하고 싶은 마음에 백방 노력하던 중에 생겨났다. '세상은 하루가 달리 변해 가는데 개성이 강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진로와 적성을 찾게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세 번째는 고난 속에 신음하고 계신 부모님을 향한 질문 이었다. "신은 인간에게 왜 이렇게 가혹한 고난을 허락하는 것인가? 이대로 어떤 희망도 없는 것일까?" 이렇게 내 인생 가장 간절한 질문들을 하나님 앞에 쏟아 놓았다.

질문이 생기고 나니, 그 때부터 엄청난 집중력이 생겼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다니! 내 인생 진정한 공부는 바로 그때 시작된 듯하다. 아이들 학교 보내 놓고 도서관에 가서 길, 교육, 고난의 키워드로 찾아 낸 책들을 양쪽에 탑처럼 쌓아 놓고 읽고 또 읽었다. 교회 성경 읽기 프로그 램과 다양한 교육 과정에 등록해 쉬지 않고 공부했다. 간절함이 하늘에 가 닿았을까? 성경 속에서, 책 속에서 나의 질문에 대한 답들이 하나씩 하나씩 나타나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답답한 상황과 인생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20쪽.

 

그래서 책으로 부모님이 치유되셨는가?

위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뭘 잘못해 이런 벌을 받냐시던 엄마가 이젠 당신 인생에 감사할 게 너무나 많다고 고백하신다. 아버지는 원래 엄마가 행복하면 만사가 오케이신 분이라 병상에 갇힌 삶을 사시면서도 엄마 사는 세상 에 더 살고 싶다고 하신다. 하나님 이야기할 거면 가라고 하셨던 분이 이제는 "주님! 제 딸에게 빛을 비춰 주소서!"라며 큰 소리로 외쳐 기도하신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두 분 부모님이시다. 나는 그저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오랜 시간 침상에 갇혀 사시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 명철함과 유머감각을 유지 하시는 나의 아버지와, 세상 가장 따뜻한 품을 가지고 헌신의 삶을 마다치 않으시는 어머니에게 이 책 을 바친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해드리는 방법은 부모님이 병중에 계시거나 힘이 없으실 때조차 그분들의 삶이 존중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것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 힘든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계신 부모님의 삶이 헛된 것만은 아님을, 그 힘든 삶 속에서도 하나님 의 뜻에 따라 새로운 희망이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 드리기 위한 것이었다.

신학도도 목회자도 아닌 내가 하나님을 드러내며 글을 쓴다 는게 여전히 자신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히 책의 출간을 준비하면서 제 글 안에서 길, 진리, 생명의 통로가 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뺀다면 글 속 가장 눈부신 빛을 놓치는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성공을 향해 힘든 삶의 무게를 혼자서 이고 지고 버텨 가던 시기에 예기치 않게 다다른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삶의 주인되신 하나님이 성경과 책에서 보여 주신 이야기를 통해 잊어 버렸던 내 안의 빛과 길을 찾고, 주변과 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깊은 은혜의 서고에서 찾아낸, 제 삶의 이야기의 두루마리를 조심스레 펼쳐본다.
  21~22쪽.

 

* 르누아르, 책 읽는 소녀 (1875-76), 오르세 미술관

지난 2년간 30여 권의 책을 낭독해 드렸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시중에는 많은 책들이 오디오북 형태로 나와 있으며, 복지단체를 중심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낭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에는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오디오를 들을 수 있게 해놓았고, 여러 테크 기업에서도 텍스트를 듣기 좋은 음성으로 변환하여 들을 수 있게 한 T2S 앱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출시하였다. 최근에 나온 챗GPT나 네이버 CLOVA X는 아무리 긴 글도 원하는 분량으로 요약해주기도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그러한 편리한 서비스가 소용 없다는 게 아니다. 좀 더 신경을 써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아버지와 간병에 지친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하고 하나님의 은혜임을 아시도록 할 것인가라 할 수 있다.

바로 기계적인 Text-to-Speech 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교류와 피드백을 통해 가족이 한 몸이 되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연대의식(solidarity)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저자가 오랜 기도 끝에 선정한 도서 목록은 오디오북이나 T2S 앱을 이용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은혜의 길을 찾아가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좋은 점은 그러한 책을 고르게 된 경위와 책을 낭독할 때 저자의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독자 자신의 입장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점이라 생각된다.   

 

+ Part 1. 막다른 골목에서 눈부신 나와 만나다 
   1. 고난 속에도 삶은 의미가 있다
   2. 인생의 우선순위
   3. 가슴 뛰는 여정
   4. 살림 인문학
   5. 천생연분 찾아가기
   6. 하나님의 추천서

 

   7. 진리가 내 삶을 자유롭게 하다
   8. 게임에서 배우는 삶의 전략
   9. 교만과 불평의 망토를 벗어던진 날
 10. 인생을 바라보는 렌즈
 11. 내 몸 공화국에서의 리더십
 12. 생명이라는 선물

+ Part 2. 사랑으로 이야기하기. 이야기로 사랑하기

   1.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 비블리오테라피
   2. 낭독의 유익 - 로빈슨 크루소

   3.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 - 노인과 바다
   4. 시가 되는 삶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5.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 -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마라

   6. 성령의 탄식 - 천로역정
   7. 자아의 신화를 찾아 - 연금술사
   8. 사랑으로 찾은 선-뢰제의 나라
   9. 새로운 쓰임에 대한 소망 - 산산조각
 10. 확성기로 말씀하시는 하나님 - 불편한 편의점

+ Part 3. 진리가 삶이 될 때

   1. 열정, 사랑, 진리의 드라마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2. 진리가 삶이 될 때 - P31
   3. 부자가 되는 길 - 꽃처럼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4. 하나님에 대한 질문 - 이병철의 하나님

   5. 책이 주는 치유의 기적 - 사라진 암
   6. 영원한 생명 - 사후생&생의 수레바퀴
   7. 하나님의 스카웃 제의 - 나이 듦의 영성
   8. 고난의 마법 - 정약용 코드

+ Part 4. 나는 사랑이니 너희도 사랑하라

   1. 사랑은 언제나 고난을 이긴다 - 요한복음
   2. 사랑은 오래참고 - 창세기
   3. 사랑의 시나리오 - 출애굽기

   4. 사랑의 아름다운 노래 - 마태복음
   5. 가족들의 사랑 속에 계셨잖아 - 로마서 1
   6.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큰 사랑 - 로마서 2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도서관의 친절한 사서로 변신하였다. 부모님한테 읽어드리기에는 좀 뭣한 좋은 책들을 번외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1. 성경
   2.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3. 나니아 연대기 (C.S. 루이스)
   4. 소명 (오스기니스)
   5. 심연 (배철현)
   6. 팀 켈러의 왕의 십자가 (팀 켈러)
   7.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8.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9. 에이트 -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이지성)
 10.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 (게리 토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