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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故 장덕후 선교사님의 영전에

Onepark 2022. 5. 25. 07:00

장덕후 (張德厚) 선교사님,

 

온 국민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받다가 정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는 요즘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십니까!

젊어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자원개발에 진력하다가 중년에 접어들어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북한 동포를 위한 선교활동을 벌이셨지요. 처음에 전공으로 택한 물리학을 계속했더라면 성공하셨을 텐데 어느날 갑자기 법학으로 전향하고, 또 국내의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적도의 밀림을 누비셨습니다.

 

새천년 직후에 만났을 때 제가 우리 대학생들이 북한과 통일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1] 우리가 도외시했던 쪽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것은 합법적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자유북한인들을 선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그러한 활동을 하시도록 매달 선교비 후원 약정을 하였고 많은 금액은 아니어도 제가 정년 때까지 실천을 하였지요.

 

지난 2000년 하나님께서 말씀(요한복음 21:15-17)을 주시면서
“네가 가는 모든 길에서 함께 하고 항상 지켜주겠다”
고 하셔서 북한선교를 위해 사역하기로
하나님께 서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오늘까지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나를
지켜주신다고 생각합니다.
  - 장덕후 선교사

 

장 선교사님은 도움이 절실한 불법체류 북한동포는 도울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그들 못지않게 사상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인텔리층 자유북한인을 상대로 선교를 하는 것이 더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서울고 — 서울법대를 나온 선교사님의 인맥과 학연 그리고 예수님 빽(?)에 의존하여 활동한다는 말씀도 곧잘 하셨지요. 현지 상황과 국내 사정에 따라 선교사님의 활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일부 오해와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지만[2] 저는 선교사님의 확신을 믿고 지지하였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북한 지도자가 핵 개발에 매달리면서 북-중 국경 단속이 심해지고 최근 중국발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선교사님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칠순을 넘기자마자 하늘나라로 가신 것은 원대한 포부를 이 땅에서는 이루기 어려우니 천국에서 그동안 고통받았던 이들을 위로해주러 가신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 2007년 초 대학 은사이신 이수성 전 총리님을 뵈러 간 필자와 장 선교사.

평소 걸걸한 음성으로 친구와 지인들의 대소사에 나서시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한반도 통일 문제는 더 이상 사람의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전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부디 천국에서 안식을 누리소서.

 

2022년 5월 25일

 

선교사님의 영원한 후원자 박 훤 일 올림

 

Note

1] 2000년 봄 경희대학교 전임교원 공모 시 총장 면접을 볼 때도 같은 말을 했다. 유럽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던 조정원 총장도 이에 수긍하셨고, 당시 이시윤 법대학장은 그해 2학기부터 '북한법특강' 강좌를 개설하여 내게 맡기셨다. 그 후 수년간 토론 중심으로 진행한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에 20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도 나왔다. 그가 비록 적은 표밖에 얻진 못했지만 선거공약 중에서 특히 통일 문제를 강조하는 것을 보고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2] 환난과 핍박을 무릅쓰고 기독교 선교 사역에 투신한 사람은 한결같이 어리석어 보인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파한 기독교 선교사들도 그러했다. 셔먼호를 타고 왔다가 대동강변에서 필사적으로 성경책을 전했던 토마스 선교사, 부모에게 버림 받고 식민지 조선 땅에 와서 의료선교에 헌신한 서서평(Elisabeth Shepping) 선교사, 한국민들에게 맛좋은 사과를 선사한 대구 청라언덕에 살았던 선교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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