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중이 보는 신문・잡지 치고 ”오늘의 운세“ 또는 ”이달의 운세“ 난을 두지 않은 게 없다. 인터넷 매체도 모바일 기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해놓았다.
대부분 이를 '미신'으로 치부하면서도 사람들은 과연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읽는 것일까. 아니면 십자말(Crossword) 퍼즐이나 수도쿠(數獨, Number Place)처럼 심심풀이로 읽어보는 것일까.
일찍이 사주추명학(四柱推命學)의 고수가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자동차를 몰고 먼길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당연히 미리 차량 점검을 하고 연료도 가득 채우고 지도로 코스를 확인한 후 – 요즘은 내비게이션으로 소요시간을 체크하는 정도이지만 – 고속도로나 국도를 택하여 출발할 것이다.
여기서 사주팔자는 차종(배기량, 馬力), 10년 대운은 도로사정, 1년 세운은 교통상황, 일진(국내 여행은 1~2일 코스에 불과하므로)은 그날의 날씨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미리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면 무턱대고 떠나는 것보다 빠른 길로 비교적 편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비유가 적합해 보인다. 그에 해당하는 사람이 여럿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 호의호식하며 잘 사는 소인배 : "소형차라 해도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로 가면 고생하지 않고 목적지에 편하게 도달할 수 있다."
▹ 불우한 시대를 산 걸출한 인물 : "아무리 크고 좋은 차라 해도 궂은 날씨에 비포장 도로나 체증 심한 길로 간다면 매우 고생하게 된다."
나도 이 말을 듣고 내 삶의 행로를 되돌아보았다. 그랬더니 20대, 30대. 40대에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런즉 자기의 운세에 대해 굳이 점을 보지 않더라도 무슨 차를 몰고 어떤 상태로 여행을 하는지 셀프-체크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과학적인 설명도 가능하다.
어느 사람이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이오리듬(Biorhythm)의 파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를 인간주기율(人間週期律) 또는 생물시계라고 하는데, 신체(physical), 감정(sensitivity), 지성(intellectual)의 머리글자를 따서 ‘PSI 학설’이라고도 한다.[1] 일본에서는 占 보는(우라나이) 사이트마다 아예 사주추명 바이오리듬(四柱推命バイオリズム)이라 하여 수치화된 운세표를 보여주기도 한다. PSI 곡선이 0 근방에 오면 위험하므로 해당 신체, 감정, 지성 면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일의 일진이 화룡점정인 사람이 대권을 잡는다!
3월 9일의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저명한 명리학자가 모 후보의 사주를 놓고 투표일의 일진이 어떠한지 풀이를 하는 것을 보았다.
대구, 경북을 기반으로 상담과 강의,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류동학 혜명학술원장은 평소에도 유튜브에 출연하여 유명 정치인들의 사주를 감정하여 그의 앞날을 예언하는 분이다.[2] 이날도 윤석열 후보의 사주를 가지고 대선 투표일의 일진에 적용해보니 자 축 인 묘 · · · · 12지(支)가 물 흐르듯 나타났다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류동학 원장은 지난 3월 6일 이봉규 유튜브에 출연하여 대선 본투표 날의 일진이 윤석열 후보에게는 '화룡점정(畵龍點睛: 용 그림에 눈을 그려넣었더니 실제로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고사처럼 가장 중요한 부분을 멋지게 완성하는 것)'이라며 그의 당선을 공언하였다. 자기도 생전 처음 보는 구성이어서 '원원유장(遠源流長: 근원이 깊으면 흐름도 길다)' '연주형(聯珠形: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듦)' '허자공협(虛字共協: 빈자리를 채우는 보이지 않는 힘이 함께 작용)'이 이루어져 있음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니 선거일에 천지조화로 동서남북의 에너지가 결집되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투표함이 열리자 그의 예언대로 윤석열 후보는 실언(失言)이 잦은 야당 후보임에도 개표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자정이 넘자 역전하여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표차가 전체 유권자의 1%도 못 되는 초박빙의 리드[3]일망정 대권(大權)을 잡았으니 그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진행자의 말처럼 경력 1년도 못 되는 정치신인이 상대 후보의 ‘아수라’를 물리치고 ‘아우라’를 뿜으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셈이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아무리 베스트 드라이버라 해도 우연찮게 앞차에서 떨어진 조그만 나사못이 유리창을 깨부술 수도 있고 옆 차로나 뒤에서 달리는 차량이 치고 나올 수도 있다. 나 역시 오랜 기간 수많은 길을 달렸지만 무사고 운전을 한 것은 내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좋은 일진'이란 자기가 노력한다고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자체가 좋고 나쁜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주어진 환경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길을 꿋꿋이 헤쳐가게 만드는 표지판(signboard)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일진은 자동차 여행을 할 적에 그날의 날씨, 바로 앞의 도로사정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멀리 여행을 떠나보면 긴 터널만 지나도 날씨가 달라지고 고속도로에서도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직선이 아닌 굽은길을 일부러 만들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경험 많은 운전자처럼 내공을 쌓아 예상치 못한 사태에 즉각 반응하여(defensive driving) 위험을 피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믿고(self-confidence)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사인보드에 비치는 불빛을 따라가는 일이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
(Your word is a lamp to my feet and a light for my path.)
Note
1] 1906년 독일의 W. 플리스가 환자의 기록 카드를 조사해본 결과 설사・발열・심장발작・뇌졸중 등에 규칙적인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조사한 결과 남자와 여자는 각각 남성 인자(신체 리듬: P)와 여성인자(감정 리듬: S)에 의해서 지배되며 남성 인자에는 23일, 여성 인자에는 28일의 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기억력 등 지적인 면에도 33일을 주기(I)로 하는 주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또 1928년에 신체・감정・지성의 컨디션을 탄생일로부터 간단히 산출해 내는 표를 만들어 스포츠나 의학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PSI 진단표는 그 후 운전기사, 산업안전 관리자, 파일로트 같은 특수직종의 능률유지・안전관리 등에 폭넓게 이용되었다. 2010년 이후엔 개인정보 보호가 중시되면서 PSI 체크가 작업 스케쥴표에서 사라졌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이오리듬 [biorhythm] (두산백과).
PSI 이론을 확장하면 수상학에서 말하는 운명선, 감정선, 지능선이 시사하는 바와 상당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2] 2020년 4.15 총선 결과를 놓고 적지 않은 역리학자들이 오판(誤判)을 했다. 유튜브에서 많은 구독자 수를 자랑하던 어느 역술가는 자숙하고 성찰하겠다며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 근거가 된 주역이나 추명학에 오류가 있어서 그리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해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사주 감정이 틀리는 첫 번째 이유는 그 사람의 생일생시가 정확하지 않아서(우리나라 표준시 KST는 동경 127.5도가 아니라 135도에 맞춰져 있어 실제 시간보다 30분이 빠름)이다.
그런데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온 세상이 미쳐돌아간 아주 특이한 해였다. 남과 북을 가리키는 지남철(指南鐵, magnet of a compass)이 거꾸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4.15 총선에서 부정투표가 행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했다고 자랑하던 K-방역이 2022년 들어서는 되레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을 매일 같이 목도하고 있다.
3]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각 후보자별 득표수는 다음과 같다.
- 기호2 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당선) : 48.56% 16,394,815표
- 기호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 47.83% 16,147,738표
- 기호3 심상정 정의당 : 2.37% 803,358표
- 기호6 허경영 국가혁명당 : 0.83% 281,481표
- 기호12 김재연 진보당 : 0.11% 37,366표.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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