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와 관련하여 사진과 함께 소개한 2022년 2월의 전시회는 이곳을 클릭. 장서원 플로리스트는 이 전시회를 계기로 여러 미술 관련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막 피기 시작한 꽃[生花]은 아름답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집안이나 행사장을 장식하기 위해 가지째 꽃을 꺾는[折花] 순간 꽃은 시들기 시작한다.
어떤 의미에선 데코레이션을 위해 심었던 꽃이라면 장식할 때가 가장 절정의 순간이기도 하다.
여기 올린 사진은 플로리스트 장서원[1]이 꽃송이와 잎사귀를 특수처리하여 촬영한 것들이다.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에 설치하기에 최적화된 형태와 색상이라고 한다.
그 중 일부는 서울 강남의 가로숫길 소재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2월 9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박지은 회화작가와의 2인전 "담장 밖으로: Over the fence"에 사진으로 전시된다.[2]
손에 든 한 송이 꽃에서 하늘을 보고 "영원한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고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가 노래한 바 있다.[3]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하늘을 보려면,
그대 손바닥에 무한을 거머쥐고
시간 속에 영원을 붙들어라.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3]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꺾은 꽃이 오랫동안 시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개화의 순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특수한 처리를 하기도 한다.
그리함으로써 꽃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마치 이집트의 바로 왕이 영생을 누리기 위해 그의 사후 미이라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전문 수렵사(hunter)는 그가 사냥한 동물을 기념하기 위해 박제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4]
이것은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말 "From Moment to Eternity"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스티브 맥퀸 주연의 동명의 전쟁 영화(The War Lover, 1962)가 있는가 하면 아주 사변적인 어느 블로거의 독백[5]도 눈에 띄었다.
사랑할 수만 있다면,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하룻만으로도 순간은 영원이 된다. 때로는 멈추지 않는 흘러가는 시간이란 강물 위에 몸을 누이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런 마음이다. 어쩌면 사랑만이 기다림과 솔직함, 친절함, 진실, 정의로움, 진지함, 믿음, 반성과 성찰, 용기, 열정, 아름다움, 도전과 재기, 굽힐 줄 모르는 신념,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 배려와 헌신까지 그 모두를 하나의 순간, 하나의 점으로 모아놓고 폭발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순간이 영원이 되는 신비한 체험이 현실이 된다. 그걸 기대하기만 해도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모든 걸 가능케 만든다. 그래서 사랑이 위대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위의 글에 심정적으로 크게 공감이 갔다.
꽃도 어느 순간 시들고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순수함과 진정성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 순간이 영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태초의 흑암 속에서 찬란한 빛을 받아 영원히 빛나는 꽃이 우리 마음의 눈에 아로새겨지는 것처럼 · · · ·
심연에 피어난 꽃
강렬한 빛
천상(天上)에 이르겠네
Flowers blooming from an Abyss
Blow out light through the Celestial World.
Note
1] 플로리스트 장서원의 블로그 blog.naver.com/albero1987 인스타그램 albero1987_official
2] 2GIL29 Gallerry 전시회를 소개한 <K-스피릿> 기사: 회화작가와 플로리스트가 영감을 주고받아 창작한 작품 전시
주소: 강남대로 158길 35 이길이구 빌딩. 개관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
3]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의 첫 연이며, 모래(규소)가 반도체 실리콘의 원료이기에 오늘날의 정보화 시대를 예견한 구절로도 유명하다. 블레이크의 오리지널 시는 매우 길고 난해한데 그중 일부는 이곳을 클릭.
4] 미국 26대 대통령으로서 자기가 사냥한 곰을 박제로 만들어 백악관에 전시해 놓았던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 대통령 재임 1901~1909)와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뒤 1909년 스미소니안 박물관에 전시할 동물표본 수집 차 동 아프리카로 사파리 여행을 떠났다. 그가 귀국하는 여객선에는 마침 아프리카 선교사역을 마치고 귀국하는 헨리 모리슨(Henry Morrison) 선교사도 타고 있었다.
여객선이 뉴욕 항에 도착하자 루즈벨트 일행을 환영하는 떠들썩한 행사가 열렸다. 전직 대통령 일행과 환영인파가 모두 빠져 나간 뒤에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린 선교사는 마음이 씁쓸했다.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통령은 저렇게 환영해 주는데, 평생 하나님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위해서는 아무도 환영하러 나오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헨리, 너는 아직 본향(本鄕)에 오지 않았다! (Henry, You are not home yet!)” 굳이 신앙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무엇이 좋은 인상으로 오래 기억될 것인지는 자명해진다.
5]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김덕영 감독은 6.25 직후 동유럽에 입양되었던 <김일성의 아이들>(2020) 같은 영화를 제작하여다. 그 외에도 brunch 블로깅을 하면서 글쓰기와 인문학 강의를 하고 다닌다.
Annex
장서원 작가는 2022년 5월엔 백남준 "Hello, Mr. Orwell" 오마주 특별전에도 참가했다.
이를 계기로 아래와 같이 LG 디스플레이가 동대문 DDP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에도 디지털 플라워 작품을 선보였다. LG가 만든 투명 LED에 외국의 유명 미디어 아티스트인 Refik Anadol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널리 적용하게 될 Digital Flower Show 를 잠깐이나마 감상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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