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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 셋째동서 홍성현 님의 장례식

Onepark 2019. 11. 18. 22:30

11월 18일 이른 아침 셋째 동서(토마스 홍성현)가 선종(善終)하셨다. 최근 들어 호흡기 질환으로 입퇴원을 반복하시더니 끝내 세상을 뜨신 것이다.

며칠 전에도 병원노조 농성으로 시끄러운 분당 서울대병원을 피해 분당 차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들었는데 빈소는 아산중앙병원에 차려졌다.

 

1983년 내가 결혼할 때에도 은행원 후배가 처가에 들어온다고 좋아하셨다고 들었다.

경기고-서강대를 나오신 고인은 제일은행에 근무하면서 해외에도 파견 나갔다 오시곤 했는데 워낙 자산가이시다 보니 일찍부터 자기사업을 하셨다. 두 아들 중 둘째는 대를 이어 해외 MBA 출신 은행원을 하고 있다.

장례식은 가톨릭 식으로 거행되었다.

 

* 빈소가 있는 아산중앙병원 오가는 길은 늦가울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었다.

 

11월 20일 7시 반 발인을 하고 고인이 다니셨던 분당 동천동 천주교회로 이동하였다.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따로 종교의식을 행하지 않고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간단히 발인식을 하고 캐딜락 운구차에 관을 모셨다.

겨울철 발인은 처음 겪어보는 터라 걱정을 했으나 천정에는 열선이 가동되고 출입문이 달려 있어 전혀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 분당 동천동 성당 잎마당에는 한 손엔 비둘기, 다른 손엔 큰 칼을 찬 사도 바울의 동상이 서 있다.

 

동천동 천주교회는 신시가지에 새로 신축된 성당답게 건물 외부나 내부가 매우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다. 성가족 상은 어느 천주교회에나 볼 수 있거니와 이곳에는 큰 칼을 든 성 바오로(사도 바울) 동상이 교회 앞마당에 세워져 있고,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십자가의 예수상이 제단 위에 설치되어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목소리 낭랑한 젊은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니 이 성당이 가톨릭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오전 10시 영결미사가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비신자 친척이므로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촛불을 드는 순서에서 앞쪽 가족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결식을 마친 후 고인의 유지에 따라 화장을 하고 문중 봉안묘에 유골을 모실 예정이었다.

용인 평온의 숲 나래원(화장장)은 풀 가동 중이었고 고인의 차례는 12시 반이었으나 입화가 조금 앞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에 인근 식당에서 농부들이 새참으로 먹던 들밥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 수골 순서를 기다렸다. 

 

* 용인시는 화장장 옆에 수목장 부지를 조성하여 친환경 장묘문화의 보급에 힘쓰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조성되었다는 50기 이상 안치할 수 있는 문중 봉안묘가 인상적이었다.

봉분이 여럿 차지했을 자리에는 둘레에 비석만 서 있고 후손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일찍이 서울 근교에 선영이 있었는데 개발 붐이 일면서 땅이 비싸게 팔리자 그 돈으로 용인 동선사 부근에 넓게 터를 잡아 납골묘를 조성한 것이라 했다. 납골묘를 선호하지 않는 집안에서는 따로 해남에 산지를 구입하여 묘역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비록 사돈 집안의 일이지만 선진 장묘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주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