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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 미래의 아이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Onepark 2019. 8. 15. 22:00

광복절 날 오후 선릉역 부근 북쌔즈(테헤란로 아남빌딩 후면으로 출입)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참석했다. 경희대 최승환 교수의 부인 플루티스트 김수윤 선생이 쓴 책 「미래의 아이 교육 어떡하죠 」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인공지능)에 맞설 수 있는 자녀교육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나는 SBS의 "영재발굴단"을 즐겨 본다. 지식과 예능, 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 같은 또래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어린이(대부분 13세 이하의 초등생)들이 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인구가 5천만 명이나 되니 뛰어난 사람도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은 시사지식이 풍부한 초등생이 나와 전문가 수준의 시사평론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신문기사를 정독하고 전후맥락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자기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놀라웠다.

여러 영재들을 보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재는 예외없이 자기가 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으며 습득한 지식을 다른 사람이 알기 쉽게 언어나 그림, 음악 등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점이었다.

 

동료교수의 관점에서 최승환 교수의 따님 사랑은 지극하였지만 사모님한테는 비할 바 아니었다. 저자는 따님인 은우의 영재성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맹모삼천 이상으로 은우 교육에 열성이었다. 홈스쿨링으로 가르치고 함께 공부하면서 터득한 교육방법론과 지혜를 오롯이 이 책에 담아낸 것이다.

이 책에서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거니와, 저자는 은우에게 한국과 중국, 일본의 다도(茶道)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고 말을 꺼낸다. 이것은 최 교수가 북경대학에 초빙교수로 가 있는 동안 은우가 직접 주중 한국대사관에 이러한 취지를 제안 설명하고 한국 문화원 장소를 빌려 한.중.일 다도 전문가를 초빙함으로써 구체화된다. 재미있는 것은 다도 의식은 아주 조용한 가운데 정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그에 대한 해설이 행해졌다는 점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였을까? 그 해결방법이 실로 박수를 받을 만한데 저자가 강조하는 CLAP 교육법의 전형이라고 여겨졌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로 머리가 아주 좋은 아이가 있었다. 한글을 스스로 떼어 4살부터 스스로 책을 읽고 점차 어려운 책까지 독서에 빠져들었다. 또래의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워지자 학교에 갈 때마다 울고불고 친구들과 다투기 일쑤였다. 이 아이를 소아정신과에 데려가야 할까, 아니면 일반 전문가가 조언하듯이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을 따로 받아야 할까.

 

저자의 처방은 남달랐다. 이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수학문제를 소리 내어 읽게 한 후 그 내용을 기호를 써서 메모하게 했다. 그리고 메모한 것을 가지고 다시 문장으로 문제를 만든 다음 식을 세우고 답을 구하게 했다. 이런 식의 문제풀이를 몇 차례 반복하자 이 아이는 문제를 소리 내어 읽고 설명하고 만들면서 머릿속에 엉켜있던 수 많은 문장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자기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되자 학교에 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손등 근육의 수술을 받아 손가락 쓰는 악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은 사춘기의 고등학생이 플루트를 배우고 싶다며 저자를 찾아왔다. 그래서 플루트를 전공하기보다는 음악치료 차원에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을 플루트 소리로 표현해보라고 했다. 손과 발은 물론 온몸을 이용해 음과 음 사이의 거리(음정), 무게(리듬)를 느껴보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플루트 연습을 시키니까 사춘기의 고등학생은 음악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고 생각과 원하는 바를 풀루트 연주로 풀어냈다. 더 이상 병원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강도 크게 호전되었다.

 

* 저자에게 플루트를 배운 제자들이 비제의 "아를의 여인"으로 축하 연주를 했다.

저자는 많은 학생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가르치는 현행 공교육 시스템 하에서도 개인의 창의성과 열정을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강의식 Teaching을 하지 말고 학생들 스스로 말하고 공부할 수 있게 하는 Coaching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학습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꺼내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어떤 것을 더 익혀야 할지 또 그것을 어떻게 습득해야 할지 이끌어주는 방식이다. 

 

요즘 많은 중고생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강의(인강)에 있어서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인강 내용을 메모한 다음 이것을 가지고 내용을 설명하게 하고 빠트린 부분은 보충하도록 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 본 다음 틀린 부분만 집중적으로 몇 번 더 풀어보면 인강 내용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모르는 것들 위주로 공부하게 되면 공부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과목 별로 개념정리 노트를 따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자기가 공부한 것의 목차를 만들어 체계를 세워보게 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공부한 내용을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레시피대로 한다고 요리를 잘 하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체계를 세웠을 때 식재료와 주방의 환경에 따라 요리사의 감각을 살려 창의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고 달리 한식, 양식으로의 응용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 맨 오른쪽은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류태호 교수로 북콘서트에서 축사를 하였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류태호 교수는 한국의 교육방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사례를 하루 속히 책으로 내서 여러 학부모들과 공유할 것을 재촉했다고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자녀교육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케이스 별로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산만한 아이,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꿈이 없는 아이. 거짓말하는 아이, 감정조절을 못하는 아이,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창의력(Creativity)을 키우고 논리(Logic)에 강하면서도 공부에 즐거움(Amusement)을 느끼고 열정(Passion)을 갖게 하는, '박수를 치게 만드는' CLAP 교육법을 제창하고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학생들은 교사의 눈높이만큼 성장하고, 부모의 안목만큼 생각을 넓히기" 마련이므로 자녀들에게 어깨를 내주고 또 "어깨 위에 오르고 싶게 만드는 부모가 되자"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북콘서트를 마치고 선릉역으로 갔을 때 거리의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북콘서트의 영향 때문인지 지나가던 예능 전문가가 우연히 이들의 흥겨운 공연을 듣고 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게 마련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