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소한 일상 속의 즐거움

9월도 딱히 매인 일은 없으나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전에 누군가 사람이 체감하는 세월의 속도는 자기가 속한 연령대의 속도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를테면 은퇴 전에 시속 50~60km로 달렸다면 지금은 60~70km로 달리는 차 안에 있는 셈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맏동서 고재혁 변호사님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되돌아 보았다.

 

9월 5일 저녁 양재동 지하철역에서 올라와 횃불회관 온누리 교회로 가는 길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연신 하늘을 쳐다보길래 나도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서쪽 하늘에 마치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아니 태양의 불꽃 마차가 휘젓고 지나간 듯 크고 해넘이 하늘에 작은 구름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걸음을 재촉하여 교회에 다달으니 조금전 거칠게 휘몰아치던 하늘이 조용하게 진정되어 해가 진 쪽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횃불 회관의 '선한 목자' 상에 후광 아우라처럼 빛났다.

 

두돌을 맞은 첫손자 강빈이가 주말에 우리집에 놀러왔다.

자기 집, 어린이집, 교회에서 생일잔치를 했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도 조그만 케이크를 사다가 손자 앞에 촛불 3개를 꽂아놓고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기를 기원하였다. 

 

9월 9일 저녁에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정부용역 과제와 관련하여 평소에 교류가 있었던 전문가들을 모시고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후학들을 위해 못한다고 용역과제를 고사했으나 전에 내가 주장했던 주장을 제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냐는 주위의 조언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동산담보대출의 현황과 개선안을 놓고 역시 이 분야의 전문가들 답게 여러 가지로 귀한 아이디어와 자문을 해주셨다.

 

9월 14일 추석은 지났지만 서울대 대학원에 유학 온 처조카딸과 그의 룸메이트 외국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한 명은 독일, 또 한 명은 베트남에서 왔다고 한다.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공부하는 것을 격려하고 전직 학위논문 지도교수의 입장에서 몇가지 꿀팁을 알려주었다.

아뿔싸, 그 중의 한 명이 고기는 물론 계란도 먹지 않는 비건 주의자였다. 우리의 명절 상에는 고기반찬이 빠지면 안 되는데~

 

* 명절이기도 하고 손님을 초대한다고 뷔페식으로 차린 음식들

* 서울대 대학원에 유학 온 외국학생들과 처조카

독일 유학온 여학생은 장래 외교관이 되고자 서울대 대학원에서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곧 한국 청년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는 천진난만한 독일 아가씨를 성원하는 의미에서 17음절의 短詩 하이쿠를 지었다.

 

데이지 아가씨가
유학 왔다가
결혼 한다고?!

Daisy girl came to Seoul
To study, but
Smiles at a wedding hall.

인연이란
신묘막측(神妙莫測)
그 사람을 만날 줄이야~

Human relations are
Hard to fathom.
How could she meet with him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