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화창한 가을날의 일요일이다.
성악가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가 절로 나올 것 같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 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 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원곡은 Secret Garden, Serenade to Spring;
번안 작사 김혜경. 영어로 옮긴 가사는 이곳 참조)
엊그제 미용을 해서 귀티가 나는 우리집 강아지 쁘띠가 위의 노래 가사 분위기에 맞춰 포즈를 취했다.
분리불안증이 있어서 식구들이 나갈 때마다 현관까지 좇아 나가 짖어대곤 한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우리가 주일날 아침 교회 갈 때에는 못 본 척 한다.
예배가 끝난 후 횃불회관에서 열린 최지욱 사진 전시회를 관람하였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아래의 그림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전체적으로는 흑백톤임에도 중앙의 섬은 마치 보석이 박혀 있는 듯 청녹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물섬이 따로 없었다.
사진을 인화할 때 기술적으로 처리한 것이겠지만 평범한 바닷가 섬에서 이러한 모습을 찾아낸 작가의 안목과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솜씨가 놀라웠다.
현실 세계에서는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무채색의 섬을 보기 일쑤다. 그런데 이 사진 속의 이미지는 정 반대이니 놀라운 반전(反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사진 속의 섬에서는 보석이 반짝이고 있는 것 같았다.
전시물 중에서 사이즈나 시각효과 면에서의 압권은 강동구의 어느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 전경이었다. 여러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것으로 잠심 롯데월드타워가 중심에 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모노톤이지만 보는 사람의 눈에는 겨울에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아니 봄철에 벚꽃이 만개한 것처럼 보였다. 이 작품 안에는 봄철의 황사와 미세먼지는 사라져버렸고 오직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키재기 하듯이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듯 하였다.
너무 인위적인 극사실주의의 사진을 보아서 그런지 교회 뒷산을 걸어 오르면서 길가에 피어 있는 소박한 꽃들에 눈길이 갔다.
누가 돌보지도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피어난 이 꽃들은 누가 보아주지 않는다고 삐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늘 순예배에서 나눌 QT의 주제는 레위기 17장에 나오는 "피는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씀이었다.
이집트를 떠난 히브리 백성들이 모세의 지시에 따라 희생제물을 잡을 때 지켜야 할 규례를 정했다.
희생제물인 동물을 어디서 잡고 그 피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율법으로 정해 놓았다. 일견 이러한 규율이 답답하게 느껴기기도 하지만 그것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 보더라도 그러한 규제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짐승을 잡고 여호와에게 드릴 속죄제물도 자기네들이 좋은 것은 내다 팔거나 잡아먹고 허접한 것만 바쳤을지도 모른다.
짐승의 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신 것도 여러 가지 긍정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어느 종파에서는 먹는 것은 물론 수혈까지도 금지하고 있으니 본말이 전도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하나님 말씀의 본질은 그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들은 그 뜻에 합당한 삶을 살면서 그가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QT를 마치고 사무실 발코니로 나오자 억새풀이 피어 있는 화분이 손님들을 반겨주었다.
역시 소박한 억새꽃의 자태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었다.
억새의 하얗게 핀 보풀은
한겨울 흰눈을 맞는
소리 없는 환호성
The white fluff of silver grass is
soundless cheers
like the snow of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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