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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연필 드로잉 배우기

Onepark 2019. 6. 25. 22:30

은퇴 후 내가 품었던 질문 중의 하나는 무엇으로 취미생활을 할 것인가였다.

단시(短詩) 하이쿠를 짓는 것도 있지만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그림 그리기였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미술반에 들어가 방과 후에 여기저기 다니며 크레파스 그림을 그리곤 했다. 한때는 미술대학에 진학해 화가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색각이상 판정을 받으면서 그림 그리기는 나의 취미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구도를 잡고 어떻게 그릴까 또는 사진을 찍을까 궁리해보곤 한다.

아래 그림은 딱 한 점 남은 초등학교 시절의 미술작품이다. 1964년 당시 전주교대부속초등학교의 전경을 그린 것이다.  배경의 곤지산과 다가산은 그대로이지만 미국 원조자금으로 지었던 교사는 새 건물로 대체되었고 학교 주변의 가로나 전주천, 기타 건물은 크게 바뀌었다. 

 

 

2018년 12월 방배 열린문화센터의 일상 드로잉반에 등록하고 금년 1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반에 나가기 시작했다.

4B 연필로 12단계의 농담 차이가 나게 그리는 법과 다양한 문양의 젠탱글(Zentangle) 방식으로 연필 쓰는 법을 배웠다. 그 다음은 오드리 헵번의 초상(영혼을 찍는 캐나다 사진작가 Yousuf Karsh의 흑백사진)을 단순하게 흑백으로 그리는 법 익히기였다.

내가 관심이 있는 디지털 드로잉도 붓질 효과가 디지털로 구현되는 것뿐이지 그리는 기법은 동일하다고 했다.

 

 

연필 드로잉
농담(濃淡) 차이로
드러나는 입체감

[Elaborate] pencil drawing takes
Subtle difference of shade for a cubic effect.

 

 

만물의 미추(美醜)가
연필과 손끝에 달려 있구나

The beauty of everything
Depends on the pencil and fingertips.

 

드로잉을 배우고 연습을 하면서 알게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무엇이든지 연필로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 이상의 물체가 맞닿을 때에는 그 사이에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며, 모든 그림의 대상은 명암 차이가 뚜렷할수록 입체감이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에는 빛이 어디서 비추는가. 도화지의 그리드(모눈) 간격을 1cm 또는 2cm, 얼마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림의 생명은 주제의 눈동자와 눈빛에 달려 있으므로 만족스러울 때까지 그리고 또 그려야만 한다.

자연히 다음 도전과제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의 비교적 젊으셨을 때의 모습이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땅바닥에 그리는 그림일지라도 무조건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시던 분이었다.

 

* 회갑 당시의 우리 어머니 모습
* 2019년 상반기의 마지막 수업 개인지도 시간
* 우리집 강아지 쁘띠와 서원이

 

 

그림 그리기에 재미를 붙일 즈음 경쟁이 치열한 지역주민센터 드로잉 반 등록에 실패했다.

차제에 디지털 드로잉을 인터넷으로 배워보려고 유튜브 인강을 구독했는데 이번에는 태블릿과 스타일러스 펜을 삼성과 애플 제품 중에서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휴대폰을 바꿀 때 갤럭시 노트를 장만하기로 하고 지금은 그림 소재만 이것저것 갈무리해두는 중이다.

 

* 2019년 상반기 방배 열린문화센터에서 6개월 간 드로잉 지도를 해주신 김영진 화가
* 모네가 그린 아르장퇴이의 개양귀비 꽃밭을 연상케 하는 풍경은 다음 디지털 드로잉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