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Poem]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Onepark 2018. 4. 14. 20:00

4월 초가 되자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는 벚꽃이 유명하다.

정년을 맞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벚꽃이라 여느때와는 감동이 달랐다.

결혼을 앞두고 벚꽃 아래서 웨딩 화보를 찍는 신부처럼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자 본관 앞 분수대 잔디밭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던 날 학생들에게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을 들려주었다.

이날 하루만큼은 시험이나 취업 걱정을 벗어놓고 벚꽃 그늘에 앉아보라고 말했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 이 시는 나중에 영어로 번역하여
KoreanLII의 평정심(平靜心, Equanimity) 항목에 올려 놓았다.

 

경희대에는 중국 유학생도 많지만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산커들도 많이 찾아온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 중국의 관광 가이드북에 필견의 코스로 들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중국의 한한령이 풀린 탓인지 어느 날 저녁이 다 되어 중국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그리고 한 무리의 요우커들이 버스에서 내려 벚꽃을 구경하러 우루루 언덕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