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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7년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

Onepark 2017. 12. 26. 22:30

해마다 연말이면 맞게 되는 성탄절이지만 금년은 느낌이 특별한 것 같다.

내년 8월이면 정년퇴직하게 되므로 현역으로서 겪는 마지막 행사이기 때문이다.

학생들 기말시험 성적 채점 및 온라인 입력이 끝나면 사실상 방학이 시작된다.

인생의 계절로 치면 늦가을, 하루 중에서는 석양 무렵이다. 곱게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고 황홀한 저녁놀이 해돋이 이상으로 눈부신 게 사실이다.

백설이 덮인 산야의 낙락장송(落落長松)처럼 기품 있는 노년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눈 덮힌 산야에 우뚝 선 소나무
묘목일 적에는 친구도 많았을텐데 
곧게 뻗은 줄기와 가지 덕분에 홀로 남았네.

 

크리스마스 전날이 주일이기도 해서 양재 온누리 교회에서는 "주님이 오신 이유"라는 칸타타 공연이 있었다.

교회의 뮤지컬 팀이 한 달 동안 저녁 시간에 연습한 것만으로는 놀라우리 만큼 수준급의 공연을 펼쳤다.

교회에서는 성탄 전야 및 성탄절 기념예배를 드린다.

 

우리집에서는 성탄절 날 영화 보는 것이 관례여서 우리 부부는 센트럴 메가박스에서 화제작인 "신과 함께 - 죄와 벌"을 보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네 식구가 반지의 제왕을 보았는데 참가자가 우리 두 내외로 줄어든 것이다.

"신과 함께"는 인기 웹툰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두 아들은 군복무 중 총기오발로 행불처리되거나 화재진압 중 순직해 버리고 홀로 남은 벙어리 엄마의 처지가 너무 불쌍했다. 눈 앞에서 용오름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들, 고대하던 전기밥솥을 받아본들 무슨 기쁨이 있겠는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홍대 앞에서 법학연구소 전 연구원(OB)들과 간만에 저녁 식사 모임을 갖기로 했다. 연말 홍대 앞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젊은 인파로 넘쳐났다.

대로에서 좀 들어간 뒤안에는 꽤 널찍한 광장이 있었고 아방가르드적인 거리의 조형물이 서 있었다. 나무 막대기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이지만 홍대 앞 인파 속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찾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잠시 놀고 즐길 수 있는 노래방이거나 줄을 끊고 달아난 애완견일 수 있고, 아니면 자기가 손에 쥘 뻔하다가 놓쳐버린 보물 또는 젊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학연구소에서 2년간 고락(苦樂)을 같이 했던 OB 동료들과 VIPS에 모여 식사 전 건배를 했다. 각자 금년에 하였던 일의 애환을 나누면서 새해에는 좀더 보람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서로 다짐했다.

 

* 홍대 앞 문화공간에서 찾는 것이 비단 애완견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