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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 K-voting 도입

Onepark 2017. 11. 25. 21:00

※아래 적은 것처럼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 중앙선관위의 K보팅은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민간사업자가 온라인투표 앱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그 프로세스를 참고할 수 있게 이 포스팅은 그대로 두기로 했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전에 아파트 동대표를 지낸 관계로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동대표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이제 입주한지 8년이 되어 여기저기 보수할 곳도 생기고 그 동안 지속적으로 아파트 관리비가 늘어나고 있어 정말 아파트 살림을 잘할 일꾼을 뽑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동대표는 각 동의 입주자들이 후보자 중에서 선출한다. 어떻게 뽑는게 좋을까?

다른 선관위원들이나 아파트 관리소장은 종전과 같은 종이 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나는 학교에서 교수의회 의장 선출할 때 해본 적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K-voting을 제안하였다. 

정부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휴대폰을 이용하므로 아파트 주민들의 투표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앙선관위에서는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go.kr>을 널리 보급하고 대국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실비도 안 되는 비용으로 각종 투표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일상적으로 부재자투표나 정당, 사회단체, 학교 등의 조직에서 온라인으로 전자투표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였거나 목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파트 선거관리위원들의 동의를 구한 후 관리소장을 시켜서 서초구 관할 선관위 사무소에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문의하고 우리 동대표 선거에 온라인 전자투표를 신청할 것을 지시했다.

세입자를 포함한 주민들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세대별로 하나씩 선정해 선거인 명부를 만들었다. 휴대폰에 의한 온라인 투표를 원치 않는 분은 종전 방식대로 종이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으나 신청자가 한 분도 없었다.

 

문제는 중앙선관위 온라인투표시스템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단계별로 진행되므로 아파트 동별로 동대표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그 다음 절차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동대표를 하려는 사람이 많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아파트 동대표 선거관리위원회 명의로 다음과 같은 대 주민 호소문을 각 동 현관과 엘리베이터 안에 게시해야 한다. 

 

주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제X기 동대표를 뽑기 위해 아주 간편한 K-voting 온라인(휴대폰)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동별로 후보자가 없어 그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년 후면 우리 아파트는 입주 10년을 맞게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 동대표님들이 많은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살기 좋은 아파트, 평판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심 있는 주민이 아파트 운영을 맡으셔야 합니다.

후보등록도 아주 간단하오니 주민편의센터(관리소)에 “Yes”만 말씀해주십시오. 그리하여 11월 22일의 동대표 선거를 활기찬 연말축제로 만들어 주세요.

동대표 선거관리위원 일동 드림

 

후보등록 기간을 며칠 연장한 끝에 다행히 최소인원의 후보자가 나서서 11월 25일 온라인 전자투표를 실시하게 되었다.

세입자를 포함한 우리 아파트의 모든 거주자를 대상으로 K-voting을 안내하고 외국인 세입자에게도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공지하였다.

 

Dear Resident of OOO-XXXX,

 

Candidate Name : Mr. John Doe

Occupation : CEO of YY Company

 

We are pleased to announce the above person has been recommended as a Representative of your Apartment building. Those Representatives elected from each Apartment building will constitute a self-governing body of Lotte Castle Rosee.

On Saturday, 25 November 2017, you are entitled to say “Yes” or “No” to the above candidate(s) for the Representative of your Apartment building.

Via the K-voting (online voting) system, the National Election Commission will send the voting-related messages to your mobile phone in due course. If you think the K-voting system is inconvenient, call the Administration Office at 02-534-****, then you may vote in the conventional way.

Once again we are happy to serve you in this Apartment complex.

Lotte Castle *** Representatives Election Committee

 

11월 25일 토요일은 매우 춥고 비바람까지 치는 아주 나쁜 날씨였다.

K-voting 온라인투표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었다.

관리소에 내려와 (종이)투표를 한다면 이에 응할 사람이 많지 않았겠지만 아래와 같은 휴대폰 메시지를 받고 단 1-2분만 할애하면 되었으므로 놀랍게도 투표율이 모든 동에서 50%가 넘었다

 

중앙선관위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메시지 건당 700원이므로 온라인투표에 든 비용은 1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투표용지 인쇄비에 투개표 관리비, 담당하는 관리소 직원들의 수당 등 100만원도 넘게 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투표율이 채 20%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동 대표 선거를 계기로 앞으로 아파트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K-voting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선관위의 K-voting 서비스 종료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이용되어 온 K-voting 서비스가 2020년 여러 차례 비판에 직면했다.

4.15 총선에서 드러난 선거관리의 문제점과 함께 Mnet 케이블방송이 2016년부터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프로듀스101 시리즈에서 K-voting 국민투표로 진행되었다는 시청자투표의 과정을 제작진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법원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게다가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민간 부문에서도 충분한 보안기술을 갖추고 서비스하고 있음에도 이권단체의 투표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아래와 같이 중소기업 사업자의 보호 및 소프트웨어 산업발전 도모라는 명분 하에 2021년 10월 1일부터 민간영역의 온라인투표 서비스를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