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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중한 만남-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

Onepark 2017. 2. 25. 18:00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2016.12.6 ~ 2017.3.26)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기념 전시회를 보러 갔다.

그는 1987년에 스위스에서 태어나 건축설계를 위해 파리로 이주한 후 프랑스에 귀화했고 세계 곳곳에서 현대건축에 획기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혁신적인 업적을 기려 1965년 그의 장례식을 루브르 박물관에서 국장으로 거행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6년에는 그가 설계했던 7나라 17곳의 건물이 건축물로서는 처음으로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의 운명을 바꾼 첫 번째 인카운터(valuable encounter)는 고등학교 시절 샤를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시계로 유명한 도시 태생인 르 코르뷔지에는 당초 시계 장인 교육을 받았는데 그의 소나무 그림을 본 선생님이 디자인에 더 큰 재능이 있음을 알아보고 진로를 바꾸도록 하였다. 사실 수공업으로 생산하는 시계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일본제 시계의 적수가 아니었으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는 파리에서 콩크리트 건축에 대해서 공부한 후 베를린에 있는 건축설계 사무소에 직장을 구했다. 그러다가 뜻한 바 있어 6개월 동안 동유럽과 소아시아, 이태리 등지를 여행하면서 건축 설계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 르 코르뷔지에가 스케치한 알프스 연봉과 누드화

 

르 코르뷔지에가 아키텍트가 된 후의 의미있는 인카운터는 미술품 콜렉터 라 로슈와의 만남이었다.

라 로슈는 그의 소장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저택 설계를 그에게 의뢰하였다가 그의 열렬한 후원자가 되었고 사후에는 그가 설계해 준 저택을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 기부하였다고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전쟁 후 사람들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해 애먹는 것을 보고 기존 벽돌집이 아닌 철근 콩크리트를 이용한 건축 설계를 고안하였다. 작은 공간에서도 많은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현대식 아파트 컨셉은 그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가 제안한 현대 건축의 5원칙은 1) 필로티 2) 옥상정원 3) 자유로운 파사드 4) 자유로운 평면 5) 가로로 긴 창이었는데 오늘날 건축 설계의 기본이 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평생 손에서 드로잉과 회화 붓을 놓지 않았는데 그가 추구한 우아한 곡선미가 그의 건축설계 곳곳에 배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그러한 회화가 그의 설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나란히 비교해 놓았다.

 

 

아래 그림은 파리의 에펠탑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불러 있으킨 롱샹 성당(Chapelle Ronchamp)의 스케치이다.

기도하는 손의 모습에서 콘셉을 잡았다는데 지붕과 처마의 곡선이나 벽면의 불규칙적인 창의 배열이 아주 특징적이다.

뿐만 아니라 성당 안에서 낮에는 자연광으로도 경건한 분위기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였다. 

 

 

별도 전시실에서는 안도 다다오의 헌정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 인간의 꿈과 인생행로를 바꿔놓은 가장 의미있고 소중한 만남(most valuable encounter, 천재일우)이라 할 수 있었다. 

안도 다다오는 젊어서 권투선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오사카의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 [건축을 향하여]를 발견했다. 돈을 모아 한 달 만에 그 책을 구입한 후 밤새워 읽고 또 읽으면서 그와 같은 건축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가까스로 내 차지가 된 책이어서 그런지 그 책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거의 모든 도판을 손으로 기억할 정도로 건축 도면이나 드로잉을 수없이 베끼기 시작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몇 번이나 따라 그려보는 사이 나는 그와 실제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그도 나처럼 건축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공부해 기성체제와 싸우며 자신의 건축 신념을 개척해 낸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르 코르뷔지에는 나에게 단순히 동경을 넘어서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이력은 나에게 무한한 용기를 주었고 내 멋대로 친밀감을 품게 만들었다."

 

 

안도 다다오가 가까스로 여비를 마련하여 프랑스로 떠났을 때에는 이미 르 코르뷔지에가 세상을 뜬 후였다. 그래서 그가 남긴 건축물을 구경하며 유럽 여러 곳을 다니면서 그 나름대로 건축의 기본 디자인을 구상하였다.

안도 다다오가 얼마나 르 코르뷔지에를 선망했느냐 하면 그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을 '르 코르뷔지에'라 하고 늘 가까이 두고 그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안도 다다오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축물을 직접 제작한 축소 모형물 50여 점이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예술의 전당 밖에는 이른 봄볕이 가득 내리쬐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리코더 연주자 염은초가 나오키 키타야의 하프시코드 반주로 함께 연주하는 바로크 음악(Totally Baroque) 공연을 만날 차례였다.

 

처음 보는 쳄발로는 매우 민감한 악기라서 그런지 조율사가 공연 전과 중간에 나와 수시로 튜닝을 했다.

마지막 레파토리는 Corelli의 Sonata in D Minor Op.5 No.12 “La Folia”였다. 본래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연주곡이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으나 제일 작은 소프라노 리코더가 연주회장의 공기를 뒤흔드는 듯한 경쾌함과 섬세함에 객석에서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 리코더 염은초와 하프시코드 나오키 키타야 듀오 콘서트 (BOM Arts Project 인스타그램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