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뉴질랜드] 테카포, 크라이스트처치, 다시 오클랜드

Onepark 2016. 12. 21. 14:00

마운트 쿡에서의 일정을 마감할 때가 되었다.

어제 밤 묵었던 롯지의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0시이므로 허미티지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후커밸리 트레킹을 한 다음 서둘러 짐을 싸들고 버스가 출발하는 허미티지 호텔로 이동해야 했다. 

어디 짐을 맡겨놓고 다른 방면으로 트레킹을 할까, 아니면 허미티지 호텔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전망 좋은 엘리베이터 홀 앞에 안락의자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지역은 해발 780m의 산악지대이므로 기상변화가 심했다. 마운트 쿡의 설산은 구름에 갇혀 있다가 가끔 푸른하늘과 함께 잠깐잠깐 모습을 보였다. 에베레스트 산을 처음 등정한 힐러리 경이 훈련 삼아 오르내렸다는 산으로 허미티지 호텔에 기념관이 있다.

여전히 정상(해발 3724m, 1991년 이후 몇 차례 산정부근의 붕괴로 고도가 낮아졌다 함) 부근은 구름에 덮여 있었다. 해발 2천m 이상은 구름이 깔려 있어 눈덮인 산봉우리를 보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위에 올린 사진은 필자의 동기 홍기용 회장이 2017년 3월 뉴질랜드 남섬 여행 중에 운 좋게 포착한 장면이다.

오후 2시 반 코치 버스 출발시간이 다가와 호텔 뒷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이미 일본 관광객들이 여행짐을 옮겨놓고 탑승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크라이스처치 행 버스는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남색의 푸카키 호수(Lake Pukaki)를 왼쪽으로 보면서 달렸다. 호수 중간중간에 더 짙은 청색의 띠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펼쳐져 있었다.

퀸즈타운을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어 통역이 동승하여 버스 드라이버와는 별도로 원고를 보면서 관광안내를 하였다. 그러니 영어보다 일본어가 편한 승객은 머리 위의 에어컨 통풍구 옆에 있는 이어폰 잭에 리시버 단자를 꽂고 들으면 여행을 좀더 알차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여행자들이 단체관광보다 개별자유관광을 선호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도입된 듯 싶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테카포에 많은 수의 승객들을 내려주고 몇 사람을 새로 태웠다.

관광객들에게 테카포는 아름다운 테카포 호수(Lake Tekapo)와 함께 밤에 별 관측(stargazing)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숫가에는 가이드북마다 이름을 올린 선한목자 교회가 자리잡고 있어 우리가 탄 버스도 그 앞에 20분 가량 정차하였다. 

필자의 경우에도 시력이 좋아 별보기를 한다면 테카포에서 하루쯤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쓴 이후로 밤하늘의 별보기는 다른 사람이 보거나 촬영한 것을 보는 것으로 만족(안경을 벗은 별보기는 반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과 똑 같아 보임)하여야 했기에 테카포에서의 별보기는 일정에 넣지 않았었다. 하지만 호반의 교회에 들어가보고서는 자못 후회가 되었다.

 

 

테카포 호수의 선한목자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는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이 경치 이상으로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테카포 호수의 밤하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별관측(stargazing)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앞서 말한 이유로 크리스티안 뮐아우저의 타임랩스 영상으로 은하수를 감상하면서 힐링을 할 뿐이다. 

 

* Source: Wonder at the Universe in Lake Tekapo

호숫가에는 사람을 도와 양을 쳤던 콜리견의 동상이 새워져 있었다. 뉴질랜드에 와서 보고 새삼 느낀 것이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은 마오리족 원주민이나 심지어는 목양견까지 그들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 같다. 아오라키/마운트 쿡 처럼 고유명사에는 으레 마오리어를 먼저 붙이고 TV 에도 마오리어 전용채널을 둔 것처럼 개의 동상까지 세웠으니 말이다.   

마운트 쿡의 알파인 센터 극장에서 본 영화에도 나오지만 뉴질랜드 개는 하늘의 달과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 목양견도 하늘을 바라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기야 뉴질랜드 국기에도 남십자성(Southern Cross) 별자리가 들어가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호주 국기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칠각별 5개가 남십자성 자리에 들어 있음).

 

 

테카포를 떠난 코치 버스는 뭉개구름이 떠 있는 목장지대를 한참 달린 후 오후 5시경 키위랜드라고 불리는 제럴딘(Geraldine)에서 정차했다. 커피브레이크와 선물 쇼핑을 위해서였다.

무슨 선물을 살까 하다가 다른 관광객들을 따라서 뉴질랜드의 유명한 마누카 꿀로 만든 로션을 몇개 샀다.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은 우리나라의 아카시아 꿀처럼 마누카라는 뉴질랜드 꽃에서 나온 벌꿀을 원료로 만드는데 숙취해소와 피부미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다.

나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제 시간에 탈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났으나 버스 기사는 "No problem"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마지막 비행기를 타야하는 승객의 특별한 사정을 알고 있어야 귀국일정이 늦어지는 데 따른 특별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법률가의 '직업의식'도 작용하였다.

 

 

오후 7시가 다 되어 크라이스트처치에 진입하였다.

남섬의 가장 큰 도시로서 건물의 외양도 이색적이고 아름다웠으나 2011년 캔터베리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도시 곳곳에서 복구공사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의 대표건물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Cathedral) 전면이 크게 훼손되어 철골을 세우고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 승객 몇 사람을 태우고 온 코치 버스는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공항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와 같이 정시 운행이 가능한 것은 버스 기사의 프로 정신도 있지만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인구가 많지 않아 돌발변수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뉴질랜드를 왜 '심심한 천국(Boring Heaven)'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서머타임을 감안해도 9시면 늦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해가 남아 있었고 비행기 창으로 내려다 본 뉴질랜드의 농촌지역은 새로운 모습으로 비쳤다.

아래에서 볼 때는 그저 푸른 목초지였지만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나무 등으로 반듯하게 구획이 되어 있었다. 각 구획 안의 농장이나 목장에서는 주인의 책임 하에 경작을 하고 목축을 해야 한다.  

같은 목축을 하더라도 몽골식 유목, 미국식 공장 사육과 크게 달랐다. 몽골처럼 목초지를 따라 돌아다니는 대신 미국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지는 않더라도 정성껏 목초를 가꾸고 양떼와 소떼를 돌봐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생계수단인 직업이나 직장을 구할 때에도 기후나 환경에 따라 초원지대의 지형이 바뀔 수 있으므로 양떼를 이리저리 몰고 다녀야 하는 것처럼 기민하게 변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진취적인 기상(enterprise)과 글로벌한 감각,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는 영어실력과 IT 지식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1주일 넘는 여행에 지친 탓인지 마음이나 입맛은 이미 서울에 가 있었다.

전에 투숙했던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남섬 여행을 떠났으므로 밤 늦은 시각이었지만 호텔에 돌아와 남섬의 여장을 풀고나서 다시 귀국 짐을 싸야 했다.

이번에는 23층의 방을 배정 받았기에 아침에 일어나 오클랜드 항구와 일출장면을 볼 수 있었다.

 

 

환전해 온 뉴질랜드 통화의 액수를 고려하여 택시를 불러 타지 않고 공항버스(Sky Bus)를 이용하기로 했다.

며칠 머무는 동안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20kg 가까운 트렁크를 갖고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거쳐 퀸 스트리트에 있는 스카이 버스 터미널에 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침 해를 받아 밝게 빛나는 스카이 시티의 첨탑을 바라보았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익숙해진 오클랜드 시가지의 여러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여름임에도 산타클로스는 두터운 빨간 털옷을 입어야 한다. 며칠 더 머물 수 있다면 콘서트나 공연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지 않은 승객을 태운 스카이버스는 정확히 40분 만에 국제선 터미널 앞에 내려주었다.

출국심사와 보안검색을 마친 후 16번 게이트로 향했다. 드디어 국적기를 타고 한국식 기내식과 음료, 다양한 영화와 볼거리 등 좀 더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구나 부푼 가슴을 안고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출발 48시간 전부터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좌석을 예약할 수 있으므로 어제 밤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뒷자리가 없는 통로쪽 좌석을 잡은 것이 주효한 탓일까? 이륙을 할 때까지 내 옆자리는 창문옆까지 모두 비어 있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창밖의 사진도 찍거나 의자를 활짝 뒤로 젖힌 채 다리를 뻗는 등 프리스티지석 못지 않게 편히 앉아 인천까지 11시간의 여행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