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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인프라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사회

Onepark 2016. 12. 21. 11:30

밀포드 사운드 관광을 마치고 하늘이 활짝 개인 퀸즈타운으로 귀환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퀸즈타운 부근의 명소를 돌아보기로 했다.

첫 날에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이용하지 못했던 컨티넨털 브렉퍼스트를 들러 음식이 깔끔하게 차려져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이 호텔의 좋은 점은 방도 널찍하고 욕실도 크지만 난방이 갖춰져 있어서 오클랜드에서보다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객실의 WiFi가 무료일 뿐더러 로비에는 투숙객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도 있다.

아쉬운 점은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호텔 종업원이 없어서 식당이나 로비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호텔 앞으로 픽업하러 다니는 승합차를 타고 반일 관광을 하기로 했다. 뱅쿠버에서 왔다는 필리핀계 캐나다인 부부와 인도인 젊은 커플이 동승했다.

맨처음 간 곳은 퀸즈타운과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높은 언덕이었다. 필자는 어제 스카이라인 전망대에서 디너 타임을 기다리면서 눈이 짓무르도록 보았기에 시시해보였다. 

 

 

두 번째로 다다른 곳은 카와라우 다리(Kawarau Bridge)였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돈 받고 강물 위로 점프하는 것을 시작한 번지(Bungy) 점프대가 있는 곳이다.

성인은 한 번 뛰어내릴 때마다 N$200을 내야 한다. 그리하면 아래에서 고무보트를 탄 사람들이 보트 위로 착지를 시켜준다.

필자가 보는 사이에 한국의 젊은 여자가 비명도 안 지르고 뛰어 내렸고, 어느 젊은 남녀는 꼭 껴안고 마치 세상을 떠나듯이 투신(?)하는 장면도 있었다. 평생 두고두고 이 순간을 이야기할 것임에 틀림 없다.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나오는 카와라우 강 위의 교량에 설치된 번지점프대
* 일요일 아침 일찍 오면 공짜로 번지점프할 수는 있으나 생명은 보장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 강 건너편으로 집라인을 타고 활강하는 시설도 되어 있다.
* 한국에서 온 젊은 여성이 주저함 없이 용감하게 점프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와 관광을 같이 하는 젊은 인도인 커플은 번지점프 예약을 하고 나왔다. 

사금 채취로 골드러시를 일어났던 애로우 타운 가는 길에 드라이버의 안내로 인근 깁슨 밸리(Gibbson Valley)에 있는 와이너리와 치저리를 방문했다.

이곳의 특산 레드와인을 시음하고 맛과 향이 그만이었으므로 한 병 사들고 가고 싶었지만 생각을 접었다. 배낭에 술병을 넣고서는 비행기를 탈 수 없기 때문에 며칠 사이에 한 병을 다 비워야 하는데 혼술을 할 자신이 없었다.  

 

 

관광안내 겸 드라이버가 크게 선심을 쓰듯이 반지의 제왕 로케이션 장소로 우리를 데려갔다.

영화 "반지의 제왕 1편"(반지원정대)에 나오는 두 임금님의 계곡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 걸려 현지 촬영을 하고 나머지는 CG처리한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Lord of Rings)가 R.R. 톨킨의 작품이라는 것보다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 감독이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의 풍광을 영화 속의 중간계로 적절하게 녹여낸 것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행선지는 골드러시로 흥청거렸던 애로우타운(Arrowtown)이었다.

아주 조그만 민속촌 모습으로 남아 있는데 중앙의 기념관에는 당시의 사람들과 풍물을 찍은 사진과 함께 1차대전 참전 기록과 유물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입구에는 3불을 내면 옛날 사금을 채취하던 사람들처럼 접시판을 흔들어 황금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광고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눈길을 끈 것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NZAC)의 일원으로 터키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한 기록이었다. 러셀 크로우의 영화 "워터 디바이너(Water Diviner, 호주 황야에서 우물파는 사람)"의 모티브를 구성하고 있거니와 1915년 호주와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터키 갈리폴리 해변에 상륙했을 때 케말파샤 장군이 지휘하는 터키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거의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호주와 뉴질랜드 국민들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참극은 영국 해군장관 윈스턴 처칠과 연합군 수뇌부가 케말파샤의 존재를 모르고 연전연패하던 오스만 제국 군대를 얕보고서 내린 치명적인 오판의 결과였던 것이다.

 

* 뉴질랜드의 참전 선언과 상륙작전의 무모함을 일깨워준 ANZAC 장병의 터키 갈리폴리 반도 상륙작전
* 러셀 크로우가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워터 디바이너'는 실제로 죽은 아들을 찾고 사랑도 얻는다.

 

애로우타운에서 사금을 채취할 때 강바닥의 모래를 퍼서 일일이 큰 접시판을 흔들어 금을 골라야 했기에 중국인 인부들을 많이 데려다 썼다고 한다. 

중국인 인부들의 사진과 노다지를 캔 사람이 고국의 가족에게 재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지시하는 편지도 액자에 걸려 있었다.

 

 

세월을 건너 뛰어 다시 퀸즈타운으로 돌아오는 길은 골드러시의 흥분이나 전쟁의 애통함도 없는 평온 그 자체였다.

도로 주변의 골프장이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만끽하고 있는 평화롭고 번영된 형편이 결코 값싸게 얻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갑자기 피로가 엄습하였다.

바깥 창문을 열어놓고 장미 꽃향기를 맡으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

들고 간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시크리트가든의 대표곡 "Song from Secret Garden"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들었다. 그리고서는 살짝 잠이 들었다.

 

 

낮잠에서 깨어난 필자는 지근거리에 있는 퀸즈타운 가든으로 갔다.

공원 안에는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그라운드도 있고 테니스코트, 론 볼링장이 있었다. 기화요초의 정원과 연못, 분수대가 있지만 프리스비를 날려 골프처럼 한 홀 두 홀 전진하는 게임장소도 있었다.

 

* 퀸즈타운 가든

 

제일 부러운 것은 이곳에 처음 정착한 이주민들이 호숫가에 키 큰 나무를 심어놓아 이 숲이 방풍림 구실을 하여 가든 안쪽은 바람결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다는 점이었다.

누군가가 희생적으로 기본 시설을 갖추었을 때 다른 사람은 그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은 국가와 지자체가 복지향상을 위해 이러한 일을 하지만 식민시대의 뉴질랜드에서는 초기의 정착민들이 기틀을 잘 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뉴질랜드식 인프라와 시스템이 한없이 부러웠다. 필자 역시 사회 지도층의 일원으로 이러한 인프라 구축에 일조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를 테면 지금 나 혼자 만들고 있는 KoreanLII가 한국 경제의 발전단계에 비추어 누군가가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것이라면 내 스스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퀸즈가든 바깥 쪽은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와타키푸 호수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호숫가와 평온 그 자체인 공원 안쪽을 비교할 때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숲과 그에 따른 각종 혜택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가꾼 숲 덕분에 그 안의 파빌리온에서는 사람들이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다.

 

 

불과 한두 시간의 가든 산책이었지만 가든 코트 호텔로 돌아왔을 때에는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