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Travel

[뉴질랜드] 설산과 빙하호, 트레킹으로 유명한 마운트쿡

Onepark 2016. 12. 21. 13:00

오세아니아 대륙을 발견한 쿡 선장의 이름을 딴 마운트 쿡(Mount Cook)을 마오리 족은 "아오라키"라고 불렀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공식 명칭은 아오라키/쿠크 산이다.

이곳 원주민들은 호주의 서보리진이나 아메리카 인디언과는 달리 대등하게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 전용 TV 채널도 있고, 무엇보다도 지명이나 중요한 용어는 비록 알파벳이지만 마오리 말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운트 쿡으로 가는 코치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걸어 갔다.

주일 오후에 퀸즈타운 순복음교회가 함께 쓰고 있는 현지 교회 앞을 지나갔다. 

 

아침 7시 30분 퀸즈타운 다운타운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크라이스처치행 코치 버스에 탑승했다.

코치버스 여행이 두 번째라서 모든 것이 익숙하였다.

버스가 마운트 쿡 갈 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자 풍광이 전과는 달라졌다. 한 마디로 산이나 들판이 메마르고 건조한 양상이었다. 군데군데 스프링쿨러 시설을 한 목장도 눈에 띠었다. 서해안에 많은 비를 뿌리고 나니 중앙 평원지대는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였다. 

 

커피브레이크를 위해 들른 크롬웰은 각종 과일이 풍성한 농촌 마을이었다. 

휴게소 옆은 내가 좋아하는 체리 과수원이었다.

가격표 N$5의 플라스틱 박스에는 서울에서 1만원 어치나 되는 체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린디스 계곡을 지나 린디스 고개(Lindis Pass)를 넘어갈 때에는 또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산에 나무 한 그루 없는 것이 삭막하였지만 황량해보이는 산과 들이 묘한 매력을 풍겼다.

사막 같은 이 고장에도 개천이 흐르고 그 수변에는 알록달록한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아주 강렬한 꽃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도로 표지판에도 "뉴질랜드의 도로는 색다르니 여유시간을 가지십시오"(NZ roads are different. Allow extra time)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버스 기사의 배려로 빗방울이 뿌리는 가운데 뉴질랜드 야생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그 다음 오마라마(Omarama)에서 한참을 쉬고 연어 양식장이 있는 운하를 지나 트위젤로 갔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푸카키 호수(Lake Pukaki)에 이르러서는 아예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마침 오마라마에서 탑승한 청년이 내 옆자리에 앉아 어디서 왔느냐, 뉴질랜드에서는 무엇을 하느냐 등등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스위스 시용에서 왔다는 이 젊은이는 어학 연수겸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스위스에는 마운트 쿡 같은 산이 수도 없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을 하니 스위스에서는 계곡을 넘어가도 마을이 나오고 관광객들이 몰려 다니는데 이곳은 사람도 없고 풍경이 황량하여 트레킹하기에 더 좋다고 말했다.

 

* 스위스 알프스산보다 뉴질랜드의 황량한 산과 들을 더 좋아한다는 스위스 청년
* 뉴질랜드에서 양털을 깎는 시즌에는 주요 거점에 있는 면양 정류소(Sheep station)로 양떼를 몰고 간다.

고속도로일 망정 교량이 일차로인 경우가 많아 교행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있다. 

위의 도로표지판을 보면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량에게 우선권이 있으므로 우리가 탄 버스가 양보해야 한다.

마침내 우리가 탄 코치 버스는 아오라키/마운트 쿡에 도착하여 유스호스텔(YHA)에서 승객 몇 사람을 내려준 후 12시 30분 허미티지 호텔에서 멈추었다.

이곳에서 기사와 승객들은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2시 30분에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출발한다고 했다.

나의 목적지는 마운트쿡 롯지이므로 이곳 알파인센터에서 정보를 수집한 후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이 곳의 주인공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다.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공적으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수여 받았다.

 

비구름에 갇혀 있을 마운트 쿡 정상은 우선 그림으로 감상한 후 극장에서 상영하는 3D 우주천체 영화를 보러 갔다. 객석 바로 위에 원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360도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아오라키/마운트 쿡의 유래와 현재 모습을 다룬 3D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수안경을 쓰고 관람했다.

 

허미티지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 마운트쿡 롯지 가는 길을 알려달라 하니 빗속에 가는 것은 무리라 하면서 무료 셔틀버스를 불러줬다.

아직 3시가 되지 않아 투숙객들이 로비에서 기다리는 가운데 내가 예약한 스위트룸은 방금 청소가 끝났다며 열쇠를 건네 주었다. 그곳은 놀랍게도 혼자 쓰기에는 과분한 크기의 침실과 주방, 식당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방문 앞에 펼쳐진 것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악지대의 을씨년 스러운 풍경이었다.

채널이 2개 밖에 없는 TV를 보거나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 마운트쿡 롯지는 백패커를 위한 일반실과 가족 단위로 묵을 수 있는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녁이 되자 비바람이 그치고 언뜻언뜻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여 밖으로 나갔다.

성수기 관광지임에도 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호텔에서 준 지도를 보면서 몇 군데 트레킹 코스를 확인하는 것으로 워밍업을 마쳤다.

 

새벽에 켠 TV에서는 어느 복음 전도자가 안데스 산맥 위의 마추피추 유적지를 보여주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설파했다.

다행히 날이 개이는 듯하여 안도하고 6시 반 개장시간에 맞춰 허미티지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미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와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랜 만에 먹어보는 일본 된장국(미소시루)이 입맛을 당겼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가는 도중에 코스를 정하리라 마음먹고 가벼운 차림으로 트레킹에 나섰다.

혼자 걸어가는 길은 쓸쓸하기조차 했다.

 

등 뒤로 구름 사이에서 아침 해가 비치면서 눈 앞에 무지개가 떴다. 

들판 길을 가는 필자를 한참 동안 따라왔다. 

빙하에서 흘러내린 돌무더기의 내를 건너고 캠핑차가 여러 대 주차해 있는 캠핑장 옆을 지나갔다. 

뉴질랜드 최초로 마운트 쿡 등정에 성공한 여류 알피니스트 기념비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은 후 후커 밸리(Hooker Valley) 코스를 택해 트레킹을 계속했다.

 

* 이 곳에서 케아(Kea는 뉴질랜드의 새 이름) 코스와 후커(Hooker) 계곡 코스로 갈린다.
* 마운트 쿡으로 올라가는 후커밸리 초입에 위치한 알피니스트 위령탑

마침내 1차 목적지인 빙하호 뮐러 호수(Mueller Lake)와 출렁다리에 당도했다.

한꺼번에 20명 이상 건너지 말라는 경고판이 붙은 다리를 건널 때 밑으로 세찬 물소리가 들렸다.

이곳 기념 사진을 찍어야 했으므로 또 다른 트레킹 하는 사람이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비도 거의 그치고 마운트 쿡 기슭까지 왔다는 기쁨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은 후 (아니 찍힌 후) 발을 돌려 호텔로 내려 왔다. 돌아오는 길은 4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0시에 체크 아웃을 하고 롯지에서는 와이파이도 쓸 수 없었으므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허미티지 호텔로 올라왔다.

마운트 쿡이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하늘이 점차 개이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