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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만난 사람들

Onepark 2016. 12. 21. 09:30

2016년 12월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열리는 APSN(아시아 프라이버시 전문가회의)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뉴질랜드로 떠났다. 마침 2학기 수업의 종강을 하고 떠날 수 있어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는 몇 차례 가 볼 기회가 있었지만 뉴질랜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뉴질랜드 투어]를 통해 관광명소가 많은 '남섬(South Island) 자유여행'을 예약하고 떠났다.

 

뉴질랜드에서는 이제 여름이 시작되었지만 서안해양성 기후라서 기온은 12∼22℃라고 했다. 서울의 한겨울에서 초여름 날씨의 지역으로 옮겨간 셈이었다.

과연 오클랜드에 아침 일찍 도착하고 보니 하늘에는 흰구름이 떠 있고 대기는 상쾌하였다.

오클랜드 대학교 부근에 정한 숙소를 물어물어 찾아가니 마침 빈방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체크인 시간 전이었음에도 여장을 풀고 호텔에 가까운 앨버트 공원으로 갔다.

 

* 나무로 만든 캐노피가 이색적인 아트 갤러리 입구

공원 한쪽에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가 있어 들어갔다.

마침 고트프리드 린드아워 초상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독지가의 후원으로 무료입장할 수 있었다.

그는 유럽에 가서 주로 활동하였는데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사진기술을 이용하여 정밀 실사한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전시회에서는 얼굴에 문신을 한 마우리 원주민의 초상화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에 체크 프라하에 갔을 때 파리에서 활동하던 알폰소 무하의 오동통하고 귀여운 여인 그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오클랜드는 린드아워의 초상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했다. 

 

* 린드아워는 인물 사진으로는 불가능한 컬러와 소품을 보정할 수 있는 초상화를 선호했다.

여름 날씨답게 갑자기 날이 흐려지며 빗방울을 뿌리기도 했지만 지도에 의존하여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마침 퇴근시간이 가까워오자 다운타운의 브리토마트(Britomart)에는 기차를 타거나 페리보트를 타고 집으로 가려는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어디를 가보아도 붐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APSN 컨퍼런스가 열린 오클랜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캠퍼스

이번 제5차 APSN 컨퍼런스는 오클랜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상사법학과의 주관하에 프라이버시의 기준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진화, 변전하고 있는지 (Global Privacy Standards: Evolution, Divergence and Surveillance) 이틀에 걸쳐 중점 논의하였다.

비아시아 지역에서도 프라이버시법 전문가들이 많이 참석하여 특히 정부기관에 의한 감시와 보안 문제를 거론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핀테크와 같은 첨단 기술이 개인정보 보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검토하였다.

 

한국에도 회원이 몇 사람 있지만 필자 혼자 참석하여 테러방지법 통과 직후인 2016년 3월에 나온 이른바 "연아 회피" 사건의 대법원판결을 소개하였다. 수사기관이 정보통신사업자(ISP)에게 개인의 통신자료를 요청할 때 영장을 요한다는 원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이었지만 포털 사업자들은 네티즌들의 항의와 손해배상요구 사태를 우려하여 종전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권이 종전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서 소셜카머스, 위치정보 등 "IT 편의를 위해 프라이버시를 양보하는 특권"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고,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로 인하여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다고 말했다.  

 

APSN을 창립하였고 지금도 그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UNSW)의 그레이엄 그린리프 교수도 만났다.

그린리프 교수는 한국에도 자주 오시지만 필자로서는 개인정보보호의 연구 뿐만 아니라 물론 법률정보의 자유로운 열람(Free Access to Law, "Law via the Internet") 운동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주신 분이다. 그린리프 교수가 만든 AustLII의 영향을 받아 KoreanLII (영문판 한국법률문화 백과사전) 를 시작하였던 것이다.

 

APSN 회의의 공식만찬은 건물 전체가 아이비로 뒤덮혀 있는, 오클랜드 대학교 부근의 노던 클럽에서 열렸다.

APSN 참석자들은 젊은 시절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걸려 있는 큰 홀에서 정식 만찬을 즐겼다.

메인 요리는 비프스테이크와 해산물이었는데 나는 당연히 뉴질랜드산 비프 스테이크를 택하였다.

내 옆자리에는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웰링턴의 회계법인에서 리스크관리 담당자로 일하는 여성이 앉아 친교를 나눌 수 있었다. 

 

* 와인글래스를 스푼으로 두드리며 시작하는 만찬 연설은 위트와 유머가 없으면 식상하기 쉽다.

만찬장에서 그린리프 교수의 소개로 마이클 커비 전 호주 연방대법관을 만났다.

1980년 OECD 프라이버시 보호 8원칙을 만드신 분이다. 요즘 근황을 여쭤보니 워싱턴에 가서 트럼프 정권인수팀 관계자와 만나 DPRK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내 귀가 번쩍 뜨였다.

그제서야 UN 안보리가 설치한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초대 위원장을 맡으셨던 분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북한 인권문제에 상통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컨퍼런스 둘째 날에는 마이클 커비 대법관이 기조강연을 통해 40년 가까이 개인정보와 인권의 보호를 위해 국제적으로 활동해 온 경험담을 이야기하였다.

각국 대표의 이해와 관심사가 다양하여 공동규범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조정능력(international coordination) 배양을 학교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열띤 논의가 벌어진 주제는 "서베일런스(surveillance)"였다. EU가 미국과의 세이프하버 협정을 무효로 선언한 것도 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정보통신업체들이 미 정부기관의 협조요청에 응하는 것이 문제되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가 뉴질랜드에서 열린 까닭에 이곳을 무대로 영화가 만들어졌던 "반지의 제왕" 영화의 장면장면이 발표자의 슬라이드에 포함되어 있었다. 

 

*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한국을 좋아하고 자주 방한하시는 UNSW의 그레이엄 그린리프 교수
* 2008년 방문했던 한국을 지금도 즐겁게 회상하는 오슬로 대학교의 리 바이그레이브 교수
* 회의 중간의 티브레이크 타임은 매우 중요한 친교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사람 중에 직접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존경심을 갖게 해준 사람은 뉴질랜드에 초기 정착한 자유농민들이었다. 

이들은 호전적인 마오리족과 싸우면서 돌과 자갈, 잡초로 우거진 땅을 피땀 흘려 개간하였다. 지금은 기름진 목초지로 보이지만 건조한 기후 탓에 수시로 물을 뿌려줘야 하고 목장 면적에 비해 양이나 소의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자율규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반 농민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비용의 목축 영농인 셈이다. 

또한 외지의 생물체가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도록 공항과 항구에서는 방어적으로 검역을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뉴질랜드 목축은 유목민 식이 아니므로 울타리 안의 목초지와 소와 양떼는 자기 책임하에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귀국하는 날 오클랜드 공항의 보딩 게이트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김병만 씨도 빼놓을 수 없다.

TV 촬영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고 뉴질랜드 북섬에서 하는 일이 있어 틈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필자도 종종 그가 '병만 족장'으로 활약하는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기에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영화 "캐스트어웨이"의 무대가 된 곳도 뉴질랜드에서 멀지 않은 남태평양 피지의 한 섬이었거니와 뉴질랜드가 "정글의 법칙" 무대가 된 것도 여러 차례였다. 김병만 씨가 방송 출연을 하면서도 세계로 무대를 넓혀 자기 취미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See more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관광명소 퀸즈타운].

 

* 오클랜드 공항 인천행 게이트 앞에서 만난 김병만 씨
* 남섬에 갈 때 타고 간 JetStar 기내잡지에 실린 영화 "캐스트어웨이" 로케장소 여행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