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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도이머이 정책과 시사점

Onepark 2016. 10. 10. 06:01

2016년 10월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시아법연구소(Center for Asian Law)가 한동대-하노이대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체제전환국(transition economy)으로서 개혁개방(Doi Moi ) 정책을 펴 온 베트남의 현재 모습을 베트남 학자,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한반도에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덤으로 한국인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하롱베이까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도이머이*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 성과는 하노이의 관문인 현대식 노바이 공항 신청사와 하노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에서 엿볼 수 있었다. 

* 6성조의 베트남어로는 '도이모이'가 아니라 '도이머이'가 정확한 발음이다

 

* 인천공항에서 탑승한 베트남 항공기. 기체가 낡고 비디오도 구식이었지만 한국인 승무원들이 친절하였다.

아직 호텔에 체크인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로 주석궁과 호치민 주석의 영묘(mausoleum), 국회의사당이 있는 바딘 광장으로 갔다.

영묘 참배시간이 아니었으므로 광장은 유럽과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여전히 뜨거운 햇볕아래 돌아다닐 뿐이었다.

 

*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총독관저. 독립 후 주석궁으로 사용되었으나 호치민 주석은 별채에서 기거하였다.

그 다음은 도심에 위치한 호안끼엠 호수로 갔다. 호수의 이름이 '검을 돌려준다(還劍)'는 뜻을 갖게 된 것은 이 호수에 살던 거북이가 전해 준, 아더왕의 엑스칼리버 같은 검을 들고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가 왕조를 개창한 후 이 호수에 검을 돌려주고 평화를 얻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거리마다 취급상품이 다른 이 일대의 시장을 빠른 시간 안에 둘러보기 위해서는 매연이 없는 전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스트리트카는 옷, 악세사리, 안경, 조명기구, 철물점 등 업종별로 가게가 늘어선 시장통을 종횔무진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전동차에서 내린 다음에는 호안끼엠 호수 가운데 섬에 있는 사당을 돌아보았다. 행운을 가져온다는, 가지에서 새 뿌리가 내려오는 반얀트리가 자라 거목이 되어 있었다. 

 

베트남의 발전상은 거리에서도 목격이 되었다. 하노이 시민들의 교통수단이 자전가에서 오토바이로 바뀌었고 지금은 승용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다.

하노이의 명물인 수상인형극(Water Puppet Show)가 열리는 극장 부근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후 우리 일행은 숙소인 Landmark72 빌딩 내에 있는 레지던스 호텔 Calidas에 여장을 풀었다.

2년 전에 이곳 전망대에 구경 왔을 때에는 이 부근이 황량했었는데 고가도로가 놓이고 주변에 고층건물이 즐비하였다. 

 

이튿날 10월 7일 아침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아시아법연구소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가 "베트남의 개혁개방과 법률(Laws on Reform and Openness in Vietnam)"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일찍이 아시아법연구소를 창립했고 이번 행사를 총괄하는 서울대 명예교수 권오승 교수의 인사말씀을 들었다. 베트남의 발전을 가져온 도이머이 정책의 성과를 알아보고 베트남의 성공사례를 북한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목적이지만, 법을 통해서도 이웃(나라)을 사랑할 수 있음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 이번 국제컨퍼런스를 주관한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와 오진환 변호사(맨왼쪽)

오전 세션은 아시아법센터 소장인 오진환 변호사의 사회로 한동대 조혜신 교수의 기조발표에 이어 베트남 측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하노이대 법과대학 교수들이 베트남의 토지개혁과 금융개혁에 대해 설명하고 재무부 국장은 증권보험 분야의 개혁성과를 발표했다.

특히 베트남의 기업법 발전과정을 설명한 여준옥(Le Ngoc Tuan)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고 베트남에서 변호사 개업(현재 법무법인 정평 하노이 사무소 대표변호사)을 한 한국통으로 따로 통역이 필요 없었다. 권오승 교수의 가르침과 조언에 힘입어 본래의 전공인 역사학을 법학으로 바꾸게 되었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오후 세션은 아시아법센터 이사인 정혁진 변호사의 사회로 오병희 부장판사, 한동대 송인호 교수, 김익성 박사의 순으로 발표를 하였다.

베트남 사법연수원에 파견나와 있는 대구지방법원의 오병희 부장판사는 "베트남 사법제도의 발전과 그것이 통일준비에 갖는 함의"에 대해 설명하고 3년에 걸쳐 양국의 사법협력을 위해 노력한 일을 소개하였다. 송인호 교수는 북한의 시장화와 사유화에 대해, 그리고 김익성 박사는 북한 국영기업의 민영화(회사전환)에 대해 각각 발표하였다.

필자는 베트남의 경우 GDP에서 농업생산의 비중이 크고 법제 인프라나 거시경제지표가 안정적이어서 점진적인 체제전환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북한의 경우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의 지지세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현재 장마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돈주(사금융업자)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동대 송인호 교수와 아시아법센터의 정혁진 변호사
* 한동대 도우미 학생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동대 학부생들이 따라와 회의진행을 돕고 컨퍼런스 발표와 토론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다들 법학과 함께 국제관계학 등을 전공하면서 국제적인 봉사활동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넘어 회의가 끝난 후에는 베트남 전통식당에 가서 오늘 회의 내용과 베트남에서의 소감을 밝히는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여준옥 변호사와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함께 한 여 변호사의 부인도 만찬에 참석하여 한국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는 근황을 이야기했다.  

 

* 베트남에 사법연수원 제도를 전파한 오병희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