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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 해] 자연과 어우러진 삶 (1)

Onepark 2015. 5. 1. 09:25

아드리아 해 여행이 종반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하룻밤 묵었던 캄니크(Kamnik)는 작지만 매우 인상적인 아름다운 소도시였다.

저 멀리 만년설로 덮인 알프스 연봉이 보이고 교회를 중심부에 둔 주황색 지붕을 가진 주택들이 한폭의 그림 같았다. 

우리는 지중해의 푸른 쪽빛은 추억 속에 간직한 채 산과 호수, 농경지가 많은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이미 종유동굴 속에 깊숙히 들어가본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명물 할라인(Hallein) 소금광산(salt mine)도 들어가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로 접어들면서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지하 광산에 들어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현지 고등학생들이 교사의 인솔 하에 줄을 지어 들어왔다. 

우리 일행은 위 아래 보호복을 입은 뒤 미니 트레인에 올랐다.

 

 

이 소금광산은 본래 잘츠부르크 대주교인 볼프 디트리히 라이테나우(Prince-Archbishop Wolf Dietrich Raitenau)의 소유였다. 그는 당시 금보다 더 비싼 소금을 정제하여 유럽 각처에 팔아 막대한 부를 쌓았다.

실력있는 대주교 신분이어서 정식 결혼은 못하고 살로메라는 정부를 두었는데 그녀와 15명의 자녀를 위해 성 밖에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궁전을 지어줬다. 그러나 이권을 둘러싸고 바바리아 왕국과 일전을 벌인 끝에 패하여 이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호헨잘츠부르크 성채의 감옥에 갇혀 있다 죽었다고 한다. 

 

 

소금 동굴에서 나오니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었다.

기대를 했던 할슈타트(Hallstatt) 호수와 알프스 산은 잿빛 구름에 가려 있고 그림엽서 같은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빗속에 운치가 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실망한 나로서는 춥고 비오고 오랜 여행의 피로가 엄습해 왔다.

예쁜 꽃들도 소용이 없었고,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등짐을 지고 가는 할머니 석상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우리 일행은 일단 첫날 도착하여 잠만 잤던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여 내일의 본격적인 관광을 준비했다.

미라벨 정원과 호헨잘츠부르크 성을 구경하고 독일로 이동할 참이었다.

내일은 날이 활짝 개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다행히도 이튿날은 화창하게 개었다.

우리 일행은 우선 미라벨 정원으로 가서 현지 가이드 할아버지를 만났다.

불운의 대주교가 많은 재력을 들여 만든 회심의 역작인 궁전과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을 구경하였다. 

궁전의 일부는 시 청사로 쓰이고 있는데 일반에 공개된 구역에서는 결혼식도 종종 열리고 있다 한다.

 

 

미라벨 정원 이곳저곳에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조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한쪽에는 그녀를 위해 이 궁전과 정원을 조성한 살로메가 매혹적인 자태로 앉아 있었다.

라이테나우 대주교가 전쟁에서 패한 후 그녀와 자녀들도 쫒겨나고 말았으나, 몇 백년 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되살아났다.

강 쪽으로 나가니 세기의 지휘자 카라얀의 생가가 있고, 강을 건너는 다리 난간에는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한 자물쇠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주로 소품을 파는 부띠크와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광장의 대성당에는 천국의 열쇠와 성당의 열쇠를 손에 쥔 베드로와 장검을 든 바울의 조각이 서 있고 양 옆에는 이 성당의 건립에 크게 공헌한 대주교의 입상이 서 있었다.

성당 내부의 파이프 오르간은 한 때 모짜르트가 연주를 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