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중반을 넘어선 5일째 되는 날 자연으로 돌아가는(Return to the Mother Nature) 특별순서를 갖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항공편 귀국을 위해 북상하면서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플리트비체(Plitvice) 국립공원(1949년에 지정)을 찾아갈 참이었다.
아드리아 해에서 멀어지면서 경관이 황량해졌다.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산간내륙지방으로 접어들어 2시간 여를 달렸다.
이윽고 한 숲에 당도하여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현지 가이드를 만나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UNESCO에서도 인정한 세계자연유산(1979년 지정)이기에 앞서 자연 그대로 조성된 호수와 다단계 폭포의 위용이 실로 장관이었다. 이 국립공원에서는 사람들이 다니기 좋게 나무 잔교를 설치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자연상태 그대로라고 했다. 물을 마시는 것 외에 낚시나 수영은 물론 나무가지 하나 돌멩이 하나 건드리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다.
수백, 수천 년에 걸쳐 나무가지가 서로 얽히고 쌓이고 석회석 침전물이 시멘트 역할을 하여 천연제방이 만들어졌다.
그 위에 상류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수와 지하에서 용출된 물이 크고 작은 댐에 막혀 호수를 이루고 여러 단계의 폭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좋은 날씨에 숲 속을 거닐며 호수물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제대로 보려면 사흘도 족히 걸린다고 했다. 방문객들이 하도 만져서 콧날이 반들반들해진 신사는 이 공원의 생태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유명한 학자라고 했다.
그러나 점심 때가 훌쩍 지난 데다 다음 행선지인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라나를 서둘러 가서 보아야 했다.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의 반쪽만 보고 구내매점에서 단체로 구입한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출구쪽 호텔로 향했다.
인근 레스토랑에서는 곰과 여우 등의 박제가 홀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점심식사 메뉴도 이 곳에서 잡힌 송어라고 해서 더욱 맛이 있었다.
아무리 서둘렀지만 버스 여정이 4시간 이상으로 길어진 데다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국경을 통과하는 버스가 우리 앞에 여러 대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냐는 질문에 버스 기사도 "Sometimes normal, sometimes crazy."라 말했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리다가 모든 승객이 여권을 들고 슬로베니아의 입국심사대에서 입국 스탬프를 받았다. 이미 6시가 넘었기에 하는 수 없이 류블라나 관광은 취소하고 다음 숙소인 캄니크(Kamnik)를 찾아 갔다.
호텔에는 우리 일행만이 투숙해 있어 1층 식당에서 우리끼리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객실도 가구가 앤티크이고 아주 넓직하여 맘에 들었다.
우리는 황금빛 백포도주잔을 들고 그간의 여정을 자축하는 건배를 하였다. 이순조 이사장의 제안에 따라 "여성에게는 Beautiful! 남성에게는 Powerful! 그리고 다음 세대에는 Hopeful!"
자다르와 두브로브니크, 플리트비체 등 크로아티아 여행 중에 받은 강렬한 인상은 막심이 연주하는 <크로아티아 환상곡>을 들으면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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