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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중국쪽 북파 코스로 천지에 오르다

Onepark 2011. 7. 20. 14:13

우리가 애써 중국 연길에 가는 이유는 백두산에 올라 보고 용정의 윤동주 생가와 "일송정 푸른 솔과 선구자가 말 달리던 해란강"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민족시인 윤동주의 생가
* 용정의 일송정 푸른 솔과 해란강

그러나 백두산까지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중국동방항공의 연길행 여객기가 인천공항에서 제 시간에 출발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말처럼 우리도 비행기 안에서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뒤늦게 도착한 VIP 승객을 기다린 것이라고 승객들이 수군거렸다.

 

그리고 백두산 오르기 전날 연변지방에는 비가 조금 내렸다. 당일에 하늘이 개었지만 비구름이 완전히 걷힐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연길을 출발하였으나 우리가 통과하는 고산지대에는 여전히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장백산(백두산의 중국식 이름) 지역의 기상예보는 “한 때 소나기”라 했다.

 

중국에서 장백산에 오르는 길은 북파와 서파 두 코스가 있다.

우리가 택한 이도백하(二道白河)의 미인송 숲길을 지나는 북파(北坡: 북쪽 고개라는 뜻) 코스는 매표소 정류장에서 일단 환경친화형 버스를 타고 중턱까지 간 후 그곳에서 SUV, 지프차로 갈아타고 천문봉 바로 아래까지 올라간다.

알프스산 같았으면 케이블카나 등산철도가 놓였을 터인데 지형조건이 맞지 않아서인지 도로를 내고 버스와 SUV가 줄을 지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중간의 환승장에서는 대형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이 소형 SUV로 갈아타게 되므로 심한 병목현상이 빚어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장사진이 줄어들지 않았다. 중국 무경(武警)이 동원되었기에 망정이지 사고 나기 일촉즉발의 순간도 있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SUV를 탔다. 그러자 자동차는 이내 롤러코스터로 돌변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과속으로 달리니 우리 몸이 좌우로 심하게 움직였다.

하산할 때는 속도가 더 빨라 슬로우프를 하강하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다행히 해발 2670m의 백두산 천문봉을 오르는 길에 날씨는 점차 개었고 저 멀리 구름 속에서 용오름 현상도 보였다.

어느덧 숲이 사라지고(수목한계선) 초원지대가 펼쳐졌다. 노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마침내 천문봉 부근에 도착하여 SUV에서 내린 후 우리는 천지로 향했다.

산정 부근에서는 시시각각으로 구름이 덮였다 걷혔다를 반복했다.

 

* 중국쪽 천지 휴게소는 계속 확장 공사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천지 쪽에서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다.

마침 구름이 걷히면서 천지가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했다.

천지에 올라 그 주변을 둘러싼 인의 장막에 막혀 더 이상 나가기 어려웠다.

 

나는 앞에 서 있는 사람들 머리 사이로 카메라 든 손만 집어넣은 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를 부르면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 순간 저 밑에서 시커먼 구름이 솟구치면서 안개가 스르륵 걷히기 시작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짙푸른 천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나 황홀하였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 그토록 고생하였나 싶다가도 그깟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백두산 천지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구름에 보일 듯 말 듯 신비롭구나
The highest Skylake of
Spirited Mountain of all Koreans
Reveals mysterious scene in the clouds.

 

* 천지 등정은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기념할 만한 모양이었다.

일단 SUV를 타고 하산한 다음 우리는 장백폭포 쪽으로 향했다.

폭포 아래로는 접근이 불허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멀찍이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중간 지점에서는 엘로스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유황온천이 솟아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 백두산 온천지 휴게숙박 시설
* 백두산 장백폭포

편리한 교통수단 덕분에 10시에 백두산에 오르더라도 오후 서너시면 내려올 수 있었다. 점심은 주먹밥과 생수, 바나나, 오이, 초콜렛 등으로 해결하였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무리지어 돌아 다녔고, 그 사이로 작업복을 입은 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줍고 다녔다.

 

* 연길에서 새벽마다 장이 열리는 수상시장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돈다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 및 버스승차권 100위엔, SUV 왕복승차권 80위엔×2, VIP요금은 100위엔이 추가된다.

똑같은 백두산-장백산인데, 북한쪽 백두산은 똑같은 관광자원을 두고서도 전혀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니 그 반대로 자연환경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