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8일 법학도서관협의회 세미나에서의 기조발표 차 경주에 갔을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마음속에 전과 다른 생각이 솟구침을 느꼈다.
세미나에서의 발표주제가 “법학도서관의 미래? 현재진행형!”이었는데 불국사라는 신라시대의 문화를 목도하고 과거의 문화를 오늘날 되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갖게 된 것이다.
아래 사진은 불국사 경내의 연못이다. 연초에 방문하였던, 매화꽃으로 유명한 후쿠오카 다이자후(太宰府) 천만궁의 연못이나 프랑스 지버니에 있는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모네의 연못을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로마에 갈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곤 하였다.
어떻게 한 시대에 한꺼번에 다빈치, 미켈란젤로,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958-1680) 같은 위대한 조각가, 건축가가 출현하였단 말인가!
여기서 베르니니에게 주목한 것은 그가 미켈란젤로에 이어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특히 광장의 주랑)을 완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조각(특히 분수대)과 교황의 흉상, 궁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온전하게 보존되어 동 시대의 로마 시민은 물론 후대의 세계 사람들까지도 눈을 황홀하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김대성(金大城, ? ~774)의 불국사를 보고나서 자부심이 생겼다.
르네상스보다 거의 1천년 전 신라 땅에 이처럼 위대한 조각가, 건축가가 등장하여 불국사와 다보탑, 석가탑 그리고 석굴암의 본존불을 함께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당시의 국력이나 인구수에 비추어 볼 때 오늘날의 바티칸 못지 않은 규모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복잡한 아름다움(complexity)의 극치인 다보탑과 단순 간결미(simplicity)의 극치인 석가탑을 대웅전 앞에 나란히 배치한 안목도 대단하였다. 그렇지만 동해를 바라보는 토함산 석굴에 모셔 놓은 석가여래좌상의 자비로운 미소와 단정한 자태(serenity)는 세계 어느 곳의 불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깊이를 보여준다.
불국사를 지은 김대성의 이야기는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온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얼굴이 성(城)처럼 큰 김대성이 대감 집의 귀한 아들로 환생하여 장성한 다음에 전생과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 국가 또는 왕실에서 후원하는 프로젝트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그것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홀어머니를 남겨 놓고 출가한 일연 스님으로서 이렇게 해서라도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대성이 불국사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뜨자, 신라 조정이 나머지 공사를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 후 신라와 불교에 적대적인 역대 왕조의 오랜 핍박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모두 불태워 없애려고 하였음에도 이만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 생각되었다.
김대성이 꿈꾸던
불국정토(佛國淨土)
천년 끌어온 게 바로 기적
Architect DS Kim showed
His dream of Buddhist Paradise.
It’s a miracle that lasts 1260 years.
1913년 일제가 엉터리 보수공사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석굴암 입구와 천정의 돌이 무너져 있어 그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석가여래 좌상이 있는 것을 사람들이 몰랐었다고 한다.
신라의 국력이 피크일 때 불국정토(佛國淨土)를 희구하는 신라인들의 염원을 담아 토함산의 불국사와 석굴암의 규모는, 지금도 완전히 복원한 것이 아니므로, 상상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마치 로마시대의 건축물처럼, 불국사의 모든 전각은 회랑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신도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도에 전념할 수 있게 해놓았다. 현 건물은 1973년 불국사를 중건할 때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다방면에서 한국의 재능있는 인재들이 온세상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일연의 삼국유사 기록 스타일을 모방한다면, 한국민들의 충심이 하늘에 통하여, 김대성 같은 이가 여럿 환생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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