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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한겨울의 일본 온천 여행

Onepark 2011. 2. 3. 17:26

온천 여행은 뭐가 좋아서 사람들이 가고 싶어할까?

수도권 전철노선이 연장되면서 온양 온천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으신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로마인들은 온천욕을 매우 즐겼다. 로마군대는 진주하는 곳마다 온천개발에 힘을 쏟아 유럽에는 로마 시대 이래 Bad (예컨대 Bad Godesberg, Baden-Baden, 영국의 Bath)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많다.

 

* 로마군의 라인강 도하작전과 포로로마노 트라야누스 황제 승전기념비에 새겨진 다키아 정벌기

온천을 찾아가는 이유는 온천욕 그 자체가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세상번뇌를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온천을 하고 나와서 먹는 음식이 좋다면 금상첨화이다.

우리나라에도 온양, 부곡, 동래, 백암 등 온천명소가 여러 군데 있지만 화산지대인 일본만큼 온천하기 좋은 곳은 없을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공기가 습하여 목욕을 자주 해야 하는 터에 뜨거운 온천수가 끊임없이 나오니 비록 화산폭발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다 해도 화산지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전후 일본에서는 쉬지 않고 일만 하여 과로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정책적으로 온천욕을 권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온천은 료칸(旅館: 전통적인 고급 숙박휴양시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며칠 푹 쉬고 즐기게끔 되어 있다.

 

* 유후인의 쌍봉산과 변화무쌍한 푸른 하늘
* 벳부 시내 바다의 지옥과 쿠로가와의 미사토 온천

일본의 3대 온천이라면 홋카이도 노보리베츠(登別), 시즈오카 아타미(熱海), 규슈의 벳부(別府)를 꼽는다.

우리 내외는 노보리베츠 온천을 다녀온 적이 있기에 2011년 설 연휴기간을 이용하여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규슈 온천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마침 1월 26일 규슈 남쪽의 신모에다케(新燃岳) 화산이 폭발하여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우리가 찾아가는 지역과는 거리가 멀어 염려없다는 말에 안심하고 떠났다.

하나투어에서 주선한 품격 관광이어서 온천이나 음식, 투숙한 호텔 모두 좋았고 옵션으로 쇼핑을 할 필요도 없었다.

 

* 후쿠오카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 天滿宮) 신사 가는 길
* 스기노이 호텔에서 바라다보이는 벳부시와 벳부만

벳부(別府)의 스기노이(杉乃井) 호텔의 대규모 온천 타나유(棚湯)도 좋았지만, 쿠마모토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산아이(三愛) 호텔과 인근 쿠로가와(黑川) 온천지대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유명한 유후인(湯布院)에서 설화(雪花)가 피어 있는 산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니 갑자기 시야가 툭 트인 고원지대가 나타났다.

해발 92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산아이 호텔은 마치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연상될 정도로 숲도 별로 없고 바람부는 고원지대에 있었다. 광활한 대자연을 바라보노라니 복잡해진 머리가 절로 정리되는 것 같았다.

 

* 해뜰 무렵의 산아이 고원호텔과 고원지대, 나 혼자 들어간 노천탕

호텔의 야외 노천탕에서 아침 해뜰녘에 눈 내린 벌판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한 것은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노천탕에 가려면 유카타에 게다 차림으로 눈이 쌓인 길을 한참 걸어가야 했다.

쿠로가와(黑川) 온천 마을에서는 마패같이 생긴 프리패스를 목에 걸고 이 집 저 집 온천물이 좋다는 곳을 찾아 다녔다. 프런트에 프리패스에서 스티커를 한 장씩 떼어주고 소규모 온천탕에 들어갔다.

 

* 쿠로가와 온천마을의 입구와 가장 현대식 건물인 야마비코 온천 료칸

하늘에서 눈이 펄펄 내리는데 산비탈에 자리잡은 야마비코(#4) 온천탕에, 또는 대나무 울타리로 둘러쌓인 미사토(美里 #7) 온천탕에 몸을 푹 담그고 세상일을 잊고, 또 시간을 잊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쿠로가와 온천마을의 명물 슈크림 빵이나 단팥죽을 먹는 맛도 그만이었지만, 유카타를 입고 호텔에서 제공한 정식 가이세키(會席)를 먹는 것도 아주 이색적이었다.

다만, 일본의 음식은 밥도 찌개도 1인분 정량을 식판에 올려놓고 먹게 되어 있어 과식을 할 염려가 없었다.

 

* 유카다 차림으로 먹는 산아이 호텔의 가이세키와 하카다의 스키야기 레스토랑<

여행을 하는 동안 체중이 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랑 붙들어 매고 고슬고슬한 흰 쌀밥에 명란젓이나 김을 올려놓고 먹는 것 자체가 맛이 있었다.

 

온천수에 몸 담그니
수증기 속에
사라지는 세상 근심
When submerged in spring water
All my troubles fade away
With rising s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