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고 정년퇴직하는 분에게 직장과 후배들이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은 정년퇴직하는 교수님들이 많아서인지 학교에서도 퇴임식을 간소화하는 추세이다. 경희대에서도 영상물로 갈음하고 총장이 부부동반의 환송회를 여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
평생 경희대에서만 살아도
오너러블한 인생이 가능
경희대 자체가 하나의 문화세계
All through the life at KHU,
He's made honorable life
For the "World of Culture".
* '문화세계의 창조'는 경희대의 교시(校是)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법학논문집과 수필집의 봉정식이 8월 19일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법대 헌법교수와 학장, 부총장, 총장을 역임하셨기에 제자와 후학들이 스탠딩 리셉션 형식으로 성대하게 기념식을 열어드린 것이다.
김 총장님은 내가 2000년 경희대 교수로 임용될 때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심사 면접을 하셨고, 법대 패컬티와 기독교수회 회원으로서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특히 동료교수의 연구윤리성(표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부총장으로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도 김 전 총장님의 기념논문집에 헌법과 관련이 있는 논문을 실었다.
이번 봉정식을 계기로 그 동안 몰랐던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대학을 마치고 ROTC로 임관하여 강릉 지역에서 소대장을 하실 때 무장공비와 격투를 벌여 죽을 고비를 넘기신 일이다(그 일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으심). 그런데 이듬해에는 간발의 차로 탑승을 못한 항공기가 이북에 납치된 것을 보고, "만일 그 비행기에 탔더라면 남파공비를 잡은 나는 …"하고 사생관을 새롭게 하셨다고 한다.
그렇기에 서툰 일본어로 일본에 유학 갔을 때 동기들은 중도포기하고 돌아왔지만 끝까지 남아 법학박사 학위까지 받고 오셨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부러운 것은 싹수있는 청년으로서 조영식 학원장님의 총애를 받은 것은 그렇다 쳐도 평생을 경희대 발전과 후배들에 대한 헌신으로써 그 은혜를 갚고자 하신 한결같은 자세이다.
그러므로 그분이 경희대를 위해 하시는 말씀과 행동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진정성이 있었다.
1980-90년대에 여러 교수들이 경희대를 징검다리 삼아 다른 학교로 옮긴 일이 많았기에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사모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이다.
답사를 하실 때 당신의 이야기로만 끝낼 수도 있었지만, 참석자들에게 사모님을 소개하신 후 그 동안 공무로 집안 일에 소홀했던 것을 사과하셨다. 웃으면서 달콤새콤하게 같이 여생을 보내자고 하실 때 두 분은 참석자들로부터 우레같은 박수를 받았다.
사회를 보던 노동일 교수가 "그 한 마디로 노후의 확실한 보장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말해 비슷한 처지의 참석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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