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3일 실시된 아이오와주 당원대회(caucus)에서 민주당 오바마 상원의원, 공화당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아이오와 주에서 제일 먼저 경선이 시행되는 데다 아이오와 주민들의 정치적 식견이 높아 여기서 승리하는 후보는 각 당의 선두주자로서 각광을 받고 선거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기에 그 만큼 백악관에 입성할 공산이 커진다.
대선 레이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시종 우세를 보였으나, 보수성향이 강한 농촌지역 아이오와 주에서 오프라 윈프리를 앞세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바람을 잠재우지 못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내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변화(change)를 갈망하는 소리가 드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공화당의 후보인 미트 롬니(Mitt Romney)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모르몬교도라는 것과 남침례교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 전 주지사와의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는 데 쏠렸다.
대선 토론에서 롬니 후보는 자신을 이단이라고 말한 허커비 후보를 비판했고 허커비는 즉각 사과했다. 허커비는 주류 기독교목사로서 말일성도 예수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LDS)에서 예수나 사탄(루시퍼)이 같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칭하는 것을 들어, "사탄이 예수 그리스도와 형제라고 믿는 것은 이단(cult)"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모르몬(LDS) 교도들은 성경 외에 교주인 조셉 스미스(Joseph Smith Jr.)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 모르몬경(Book of Mormon)을 경전으로 삼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지만 삼위일체설(Doctrine of Trinity)을 따르지 않기에 예수 그리스도도 하나님의 아들이고, 사탄은 타락한 아들이며, 교인들도 급은 낮아도 역시 하나님의 자녀라고 믿는 것이다.
주류 기독교의 관점에서 모르몬교는 같은 성경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이색적인 게 한둘이 아니다.
많은 모르몬 교도들이 오해를 받았던 일부다처제(polygamy) 풍습은 일찍이 1890년에 폐지되었고, 지금 둘 이상의 아내를 두는 것은 파문 사유가 된다. 그러나 교회에 어떠한 형태의 십자가도 세우지 않고 예배는 드리지만 따로 목회자가 없으며, 권투선수 팬츠같은 성전속옷(temple garments)을 입고 죽은 사람에게도 세례를 베푼다. 영계를 떠도는 죽은 혼백에게도 모르몬교를 받아들일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르몬 교회가 살아있는 선지자로 추앙받는 교회 회장(President)과 두 사람의 고문(counselors) 그리고 열두 사도(apostles) 등 엄격한 계층제를 통해 운영되는 것이나 남녀차별, 흑백차별이 공공연히 행해지는 것도 이상하게 비쳐진다.
그러나 옐로스톤, 아치스 국립공원 등 서부여행을 하면서 모르몬 교도들이 많이 거주하는 유타주를 다닐 때면 절로 안심이 되고, 우리 기독교인들도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타주에는 모르몬 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어느 곳이나 깨끗하고 질서가 잡혀 있으며 주민들도 한결같이 친절하였다. 날이 어두워지면 술도 팔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르몬 교도들은 매 2년마다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지, 수입의 십일조를 교회에 바치고 있는지, 정직하고 순결(chaste)하며 술.담배.커피를 금하고 있는지 심사를 받고 성전에 들어갈 자격(temple recommend)을 얻기 때문이다.
남자 교인들은 19세가 되면 장로(elder)로서 2년간 해외선교를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흰 와이셔츠에 검정 바지의 단정한 차림을 한 미국 젊은이들은 모두 모르몬 선교사들이다. 그리고 나서 대학에 진학을 하는데,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브리검영 대학은 미국에서 학비가 제일 싼 명문학교로 소문이 나 있다. 모르몬 교회에서 재정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롬니 후보는 단지 모르몬 교도라는 이유로 폄하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는 프랑스에서 2년 반 선교사역을 마치고 브리검영 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우등으로 JD/MBA 복수학위를 취득한 다음 보스턴에 있는 컨설팅회사 베인&컴퍼니에 들어가 금융사업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였다. 43세에는 CEO를 맡아 도산위기의 회사를 재건하였는가 하면, 1998년부터는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9.11 테러 사건으로 엄청난 보안경비(security cost)가 추가 지출되었음에도 성공적으로 흑자 올림픽을 치뤄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2002년 그가 놀라운 사업수완을 보였던 보스턴에서 주지사로 당선되어 재임기간 중 '교육개혁'을 이룩하였고 세금을 더 거두지 않고도 매사추세츠 주의 재정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았다. 모르몬교의 교구장(stake president)을 역임하였고 십일조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롬니 후보 자신도 2억불이 넘는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수익을 많이 올린 기업 CEO를 지냈고 적자 투성이의 2002 동계올림픽과 주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은(turnaround) 롬니야 말로 '경제대통령'의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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