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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캘리포니아에서의 줄기세포연구

Onepark 2007. 10. 28. 03:53

2007년 9월 10일 방문교수로서 거의 매일 출근하던 UCLA 대학의 교내 주차장에 들어가는데 새로운 안내판이 보였다. 기부금 증정식 기자회견장에 오는 참석자들을 위한 주차안내 표지판이었다. 무슨 컨퍼런스나 음악회 같은 학교 행사는 이처럼 주차장 안내표시를 보고 아는 경우가 많다.

 

* UCLA 의과대학 입구의 브로드 재단 행사참가자를 위한 주차안내 표지판 

라디오에서는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비아라이고사 LA시장,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브로드 재단(Eli and Edythe Broad Foundation)에서 UCLA의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2천만달러(185억원)를 기부하는 증정식이 있을 거라는 뉴스를 전했다.

 

금번 기부금을 계기로 UCLA에서는 줄기세포 생물의학연구소(Institute for Stem Cell Biology and Medicine)의 이름을 '브로드 재생의학 줄기세포 연구센터'(Eli and Edythe Broad Center of Regenerative Medicine and Stem Cell Research)로 바꾸고, 기부금도 연구실험장비 도입과 우수 연구자 지원에 쓸 예정이라고 한다.


브로드 재단에서는 2006년 2월 남가주대(USC) 의과대학에 25백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으니 대학간에 선의의 경쟁을 붙이는 것 같다. 브로드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캘리포니아가 줄기세포 연구를 선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이들 대학의 연구성과를 보아가며 향후에도 더 많은 기부를 할 의사를 밝혔다.

 

현재 미 연방정부는 생명침해의 소지가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을 규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에 반발하여 2004년 주민투표에서 찬성을 얻은 '71 제안사업'(Proposition 71, 일명 "California Stem Cell Research and Cures Act")의 일환으로 파킨슨씨병, 당뇨병 등의 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총 3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에서는 71 제안사업의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주정부가 공채를 발행하여 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지금까지 주정부 대여금이나 기부금에 의존해온 대학들은 연구비를 타낼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 셈이다.

 

로스안젤레스에 있는 유대계 세다-시나이병원(Cedars-Sinai Medical Center)에 갔을 때에도 곳곳에 기부자들의 명패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지난 5월에는 작년에 뇌종양으로 작고한 쟈니 코크란 변호사(Johnnie L. Cochran, Jr. 그 자신이 OJ 심슨 살인사건 변호에도 관여하였던, 미국 서부에서 제일 유명한 인신상해-의료사건전문 흑인변호사였다)를 기려 그 유가족이 뇌종양(brain tumor) 연구를 위해 5백만달러를 기부한 것을 가지고 병원 내에 코크란 뇌종양센터가 설립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 유방암 퇴치운동을 알리는 거리의 핑크 리본 배너 광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핑크리본' 캠페인은 에스테 로더 화장품 회사가 시작한 유방암 퇴치(breast cancer awareness)를 위한 전세계적인 모금운동이다. 사실 미국 교수들은 공공재단은 물론 민간재단의 연구비(grants)를 끌어오는 일이 커다란 실적으로 꼽힌다.

 

미국의 돌아가는 사정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국가적 성원을 보내다가,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그의 연구성과를 일체 부정해 버리고 정부연구비를 용도 외로 쓴 것을 가지고 몇 년씩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연구비 타 쓸 때 자칫하면 '국민의 혈세' 횡령범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구성과가 중요한데도, 연구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고 그 돈을 가지고 회식비로 얼마나 썼냐, 소속 연구원에게 얼마 주었냐, 얼마나 돌려받아냐 하는 것부터 따지고 들기 때문이다.

 

우리 교수들도 일일이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고도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는, 일반기업이나 민간재단의 연구비 지원이 크게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UCLA에 거액의 기부를 한 재단 설립자의 이름(Broad)이 더욱 크고 넓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