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옛날 친구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강산도 몇 번은 변했을 시간 동안 어떠한 모습으로 변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 몇 사람이 만나 식사를 하다가 재경 동창들이 다 함께 모일 것을 제안하고 이리저리 연락을 취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니지 않는 친구는 45년 만에 만나는 셈이다.
우선 전주 교대부속초등학교 어린이 회장을 지낸 강국신(오성회계법인 회장)이 평소에 연락이 되던 친구들에게 e-메일로 11월 19일(목) 저녁 7시 날을 잡아 알렸다.
그 소식이 평소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던 여자동창들(총무 황희자)에게도 전해져 마침내 170여 명 졸업생들 중 서울에 사는 21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장소는 조행연이 경영하는 송파구청 앞 먹자골목 안의 ‘큰집 설렁탕’(02-415-1500)이었다.
몇 사람이 길을 헤매느라 강국신이 음식점 밖에서 대기해야 했는데 직장이 멀리 인천인 박윤창(인천지법 부장판사)이 맨 나중에 도착했다.
Old friends of 40 years
Their face turns to the old,
Young smiles still remain.
40년 만에 만난 초등 동창들
머리엔 서리가 내렸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코흘리개 모습
In a twilight zone,
We think of our children
As our parents did it.
인생의 황혼 길에서
자녀 걱정하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부모님이 그리하셨던 것처럼
* 위의 삼행시는 17음절의 English Haiku
돌아가며 각자의 근황을 소개하였고, 자연히 자녀들의 취업과 진학(대학원, 유학), 혼사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남자 동창들은 어느덧 은퇴를 하였거나 목전에 두고 있었고, 여자 동창들은 자녀를 결혼시킨 데 이어 할머니가 된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반백에 얼굴에 주름은 잡혔어도 옛 모습이 적잖이 남아 있었다.
이흥채 같은 경우는 양복 입고 시계 차고 다니던 부르조아틱’한 초등생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되었다.
대개 초등학교에 종종 나오시던 부모님의 모습까지 기억하기에 “아버지 모습 그대로구나”하는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리는 식사만 마치고 헤어지기가 섭섭하여 인근 라이브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집에 일이 있는 한경림과 황희자는 일찍 자리를 떴다.
라이브 반주에 맞춰 각자 노래 실력을 뽐냈다.
춤과 노래로 좌중을 압도한 박순자, 시종 백댄서의 수고를 아끼지 않은 김용득, 사회를 보면서 키보드 연주자가 흥을 내도록 계속 팁을 얹어준 강국신, 2차 비용을 부담한 황해성(감정원장)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그리고 3차는 화성에서 사업을 하는 이석돈이 냈다. 그 밖에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푸짐한 식사와 장소를 제공한 조행연, 무엇보다도 모임을 주선하고 동창 주소록을 일일이 업데이트하고 연락한 강국신 회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 필자는 학교 다닐 적에는 당시 인기 있던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세모돌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거의 네모돌이처럼 얼굴 모습이 바뀌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리며 산으로 들로 다녔는데 지금은 아래 그림 한 점, 그것도 1964년 당시의 전주교대부속초등학교 전경을 그린 그림이 '가보'처럼 남아 있다.
지난 봄 전주에 갔을 때 일부러 초등학교도 찾아가 보았다. 미국 원조를 받아 지었던 학교건물이 강당을 제외하고는 3층 교사로 바뀌어 있었다. 다만. 교정의 아름드리 측백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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