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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디즈니 콘서트홀 신세계 교향곡

Onepark 2007. 12. 9. 05:09

LA에 살면서 꼭 가보아야 할 곳 중의 하나가 다운타운에 있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다.

LA 교향악단과 합창단의 본거지이기도 한 이 콘서트 홀은 1987년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인 릴리안 디즈니 여사가 기부한 5천만 달러로 신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265석의 오디토리엄이 2003년 10월 준공되었을 때에는 인플레 등의 영향으로 총공사비가 몇 배로 치솟아 디즈니 유족들과 월트 디즈니사에서 추가로 출연하고 시에서 많이 보태 오늘날 디즈니 콘서트 홀은 LA 남쪽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못지 않은 명소가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건물은 외양이 매우 아방가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예산절감을 위해 당초 석조로 마감하려던 것을 투박한 스텐레스 스킨으로 처리하여 매우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콘서트 홀의 건물 구조도 특이하지만 LA 필은 미국에서도 손꼽는 교향악단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을 공연을 기다렸다가 한 달 전에 예약을 하고 추수감사절 휴일이 막바지에 이른 11월 24일 낮 공연을 보러 갔다.

관점의 전환’이라고 할까 일반적으로 앉아보기 어려운 오케스트라 뒤편에 있는 오버뷰 석을 골랐다. 디즈니 콘서트 홀의 자랑거리인 무대 전면의 파이프오르간은 볼 수 없었지만, 뒤쪽 천정에 난 창으로 바깥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의 공연 중에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라는 익숙한 레퍼토리가 있다는 것만 보고 골랐으나, 막상 프로그램을 받아보니 지휘자가 여성(Joana Carneiro)이었다. 바로 오케스트라 뒤의 좌석이기에 지휘자의 표정은 물론 지휘봉과 손끝의 미묘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곡은 사무엘 바버의 곡(Samuel Barber, First Essay for Orchestra, Op.12), 두 번째 곡은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 이중 협주곡(Johannes Brahms, Double Concerto in A minor, Op.102)이었다.

중간 휴식시간 후의 세 번째 곡인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Antonin Dvorak, Symphony No.9 in E minor, Op.95, "From the New World")가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지휘자는 악보를 올려놓는 테이블을 치우고 마치 펜싱하듯이 지휘봉을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나 제2 악장(Largo)에서는 지휘의 패턴도 달라졌다.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꿈속의 고향(Goin' Home)"의 멜로디를 지휘할 때에는 한없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작곡자의 심정을 묘사하였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드보르작의 마음이 미국 체류 9개월째인 나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오케스트라 뒤의 오버뷰 석에 앉아서 조명을 받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물론 저 앞쪽의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청중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드보르작의 고향인 보헤미아의 애조를 띤 선율이었지만, 오늘의 여성 지휘자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의 다이나믹한 풍광을 음악을 통해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