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초 삼천리 강토가 봄의 꽃들로 화사하게 물들었다.
우리 내외도 지리산의 산수유와 벚꽃을 구경하러 경남 하동의 쌍계사를 찾아갔다.
소문으로 듣던 대로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은 섬진강을 따라 만개한 벚꽃나무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고 지고
강물도 꽃잎 따라 흘러간다
Road to Ssang-gye-sa
Cherry trees are blooming.
River flows with flowers.
쌍계사 입구의 화개에는 차밭이 많아 연녹색 새 순이 돋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국립공원 쌍계사 경내에는 벚꽃이 한 그루도 없었다.
쌍계사 벚꽃 보러 왔는데
벚꽃은 한 그루도 없고
아름다운 탑만 서 있구나
Come to see cherry blossoms
The temple has none
But a stone tower.
그런데 나는 미국에서도 많이 다녔던 패키지 투어의 색다른 묘미(?)를 맛보았다.
G여행사의 당일코스로 다녀왔는데, 도중의 금산 홍삼공장에서 흑삼(black ginseng)에 관한 마케팅 강의를 듣는 조건으로 단돈 1만9천원만 내면 되었다. 관광회사는 가이드에 대한 팁도 사절하고, 왕복 교통편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식사제공, 국립공원 입장료까지 제공하는 풀 코스였다.
정말 놀라운 일은, 약효는 둘째 치고, 1만9천원 내고 관광하러 가는 사람들(주로 50-60대 연령층)이 66만원짜리 흑삼세트를 신용카드로 척척 사는 것이었다.
당일 코스 남도관광이
단돈 19천원
그것은 인삼회사의 협찬 덕분
One-day trip costs
only 19 thousand [won]
Thanks to corporate sponsorship.
쌍계사는 지리산 자락에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오래 된 사찰답게 국보급 문화재도 여럿이었다(진감국사 대공탑비-국보47호, 대웅전-보물 500호, 쌍계사 부도-보물 380호, 팔상전 영산회상도-보물 925호).
그러나 한 귀퉁이에 큰 바위를 깎아 만든 마애석불의 수줍은 듯한 미소가 찾는 이의 마음을 절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앙상한 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듯
천지를 움직일 만한 믿음은
큰 바위에서 부처님을 찾아냈네
Beautiful flowers from bare trees
Good faith found
Buddha from a huge rock.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위스] 내가 체험한 2008년 신사유람기 (0) | 2009.01.05 |
---|---|
[제주도] 10년만의 괄목할 만한 변모 (0) | 2008.07.17 |
[단시] 미국에서 꼭 가볼 곳(must-see places) (0) | 2008.01.29 |
[LA] 디즈니 콘서트홀 신세계 교향곡 (0) | 2007.12.09 |
[여행] 눈보라 속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0) | 2007.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