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Gladiator II를 보았다. 엔딩크레딧이 끝나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어디까지가 역사적인 사실이고 무엇이 꾸며낸 이야기(fiction)인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3세기 초 로마의 모습을 재현하여 스팩터클하게 만든 것은 감탄할 일이다.
콜로세움을 지어놓고 그 안에서 검투사들이 맹수나 다른 검투사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 또 상어가 헤엄치는 바닷물을 채워놓고 검투사들이 해전을 벌였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를 쓸 때 문법을 무시하거나 역사적 소재를 다룬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이것은 '예술적 허용'(artistic license)으로 인정되곤 한다.
이 영화는 전편 <글래디에이터>(2000)를 연출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24년 만에 만든 속편으로 파라마운트사가 드림워크사로부터 영화판권을 넘겨 받아 제작했다. 그러나 헐리우드 배우들의 파업으로 제작이 한동안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영화니까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가 되었을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최신 정보로 무장한 인공지능(AI)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여러 단계의 확인과 검증을 거치는 온라인 백과사전 영문 Wikipedia 기사와 대조해 보았다. 질문은 영어로 하였으며, AI의 답변은 간추려 번역하였다. 편의상 원문의 각주도 생략하였다.
Question 요지
당신은 로마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다. 최근 개봉된 Gladiator II를 보았을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을 있는 대로 지적해달라.
이를테면 주인공 루키우스가 실존하였거나, 그와 비슷한 검투사 출신 지도자가 로마 제정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지?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그의 아들 콤모두스 황제 이후에 쌍둥이 황제가 로마를 다스린 적이 있는지?
- 콜로세움에서 실제로 모의 해전을 벌인 적이 있는지? 또 상어가 다닐 정도로 바닷물을 채우고 수심을 깊게 유지할 수 있었는지?
- 검투사를 다수 소유한 노예 출신 자유민이 검투사 경기의 인기를 배경으로 실제로 집정관이 되었고 황제를 살해한 후 황위에 올랐는지?
결론적으로 말해서 사극에서 교훈이나 재미를 얻을 수 있으면 좋지만 이렇게 역사적 진실을 헐리우드 흥미 위주로 왜곡하는 영화를 볼 때 우리가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조언해달라.
Google Gemini의 답변
<글래디에이터 2>는 스릴 넘치는 스펙터클 영화이지만,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역사적 사실에서 상당한 자유를 취하였다. 다음은 영화의 부정확한 사실 중 일부이다.
- 루키우스(Lucius)의 존재: 영화의 주인공인 루키우스의 캐릭터는 전적으로 허구다. 로마 제국의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루키우스라는 검투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 검투사의 영향력: 검투사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어느 정도 명성을 누렸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정치적 권력을 휘두른 적은 없었다. 검투사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였지 정치인은 아니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이후의 쌍둥이 황제의 등장: 이 영화에는 철인 황제로 알려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후 로마를 통치한 쌍둥이 황제가 나온다. 그러나 로마 역사상 유일한 쌍둥이 황제는 영화의 무대가 된 시기보다 훨씬 후인 기원후 4세기에 통치한 발렌티누스 1세와 발렌스 황제뿐이다.
- 콜로세움에서의 해전: 일부 주장과는 달리 콜로세움이 해전에 사용된 적은 없었다. 그 규모와 구조가 그러한 행사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닷물을 깊이 채우고 지중해에서는 볼 수 없는 상어까지 풀어놓았다는 것은 순전히 영화의 허구이다.
- 집정관과 황제였던 자유민: 로마에서 노예 출신 자유민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얻은 적은 있었지만 집정관이나 황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당시 로마에서는 그들에 대한 정치적ㆍ사회적 장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MS Copilot의 답변
<글래디에이터 2>는 분명 스펙터클한 영화이지만, 역사적 정확성에 있어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 루키우스: 주인공 루키우스는 가상의 인물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함께 제국을 통치한 루키우스 베루스(아우렐리우스의 딸 루킬라 공주의 남편)가 있었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전쟁포로로 잡혔다가 검투사가 된 적는 없었다.
- 쌍둥이 황제: 카라칼라와 게타는 쌍둥이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가 죽은 후 잠시 함께 통치한 적은 있다. 로마 역사 상 (네로와 더불어) 최대의 폭군이자 암군(暗君)으로 알려진 카라칼라는 단독 황제가 되기 위해 212년 동생 게타를 살해했다. 그도 결국 5년 후 측근 백인대장에게 암살 당하고 말았다.
- 콜로세움에서의 해전: 로마인들은 대규모 경기장(arena)에서 모의 해전을 벌이는 것을 즐기긴 했지만, 콜로세움은 이런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 콜로세움 지하에는 검투사들의 대기실, 맹수들의 우리, 그밖에 여러 시설이 있었는데 완벽한 방수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콜로세움의 상어: 콜로세움에는 상어가 없었다. 로마인들은 사자, 악어 같은 이국적인 동물을 검투사와의 경기에 사용했지만 지중해에서는 볼 수 없는 상어를 살린 채 로마로 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 집정관과 황제가 된 자유민: 노예에서 해방된 자유민이 그런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것은 매우 과장되었다. 자유민이 상당한 재산을 축적하거나 지위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검투사 경기의 인기에 힘입어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영화에서 덴젤 워싱턴이 역을 맡은 마크리누스(Macrinus, 165?~218 재위 217-218)는 실존했던 북아프리카 베르베르 족 출신의 인물이다. 그러나 검투사를 소유했거나 검투사 경기를 주관한 적은 없었다.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 밑에서 로마의 민정을 처리하는 관리(praetorian prefect)로 일했는데, 젊은 카라칼라 황제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상 마크리누스는 카라칼라 시해 음모를 꾸미고 그가 비참하게 살해된 후 1년여 동안(217~218) 황제의 자리를 차지했다.
끝으로 역사 드라마/영화를 감상하기 위한 조언이라면, <글래디에이터 2> 같은 영화의 경우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작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스펙터클과 드라마를 즐기되, 스토리텔링을 위해 역사적 정확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차라리 역사서를 읽거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게 좋다.
영문 Wikipedia의 설명
이 영화의 역사적 정확성에 대해 알아본다면, 영화가 시작할 때 로마 함선이 북아프리카 누미디아(현 알제리아) 도시를 공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 누미디아는 카이사르가 북아프리카 원정 당시 대승을 거두었으며, 영화에서 쌍둥이 황제로 나오는 카라칼라 통치 기간 중에 이미 로마 제국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콜로세움 경기장에 등장하는 개코원숭이, 코뿔소와의 싸움은 역사적인 사실이지만 검투사가 코뿔소를 타고 싸웠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전쟁포로, 노예 출신 검투사들이 죽음에 맞서 싸우는 것을 좋게 묘사한 것은 로마의 검투사 문화를 잘 표현한 것이다.
실존 인물인 마크리누스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베르베르족(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계 흑인이 아님)으로, 카라칼라 황제에게 음모를 꾸미고 그를 살해한 후 서기 217년 로마 황제가 된 것은 맞다. 그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낙인이 찍혔던 전쟁포로나 노예가 아니었고 검투사를 소유한 적도 없었다.
영화 속의 두 황제는 쌍둥이가 아니었다. 다만, 루킬라(Lucilla)의 캐릭터도 실제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한다. 실존 인물인 루킬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둘째딸이자 루키우스 베루스의 아내였다. 그들의 아들 중에는 루키우스 베루스가 있었으나 영화와 같이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장군이었던 막시무스의 아들은 아니었다. 마르쿠스 아카시우스라는 로마 장군도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루킬라는 콤모두스 황제의 암살 모의에 관여했다는 죄목으로 그녀의 나이 33세이던 182년에 처형되었다. 그러니 이 영화의 무대에는 나타날 수 없었다.
여 담
<글래디에이터> 전편에서는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장군의 숙적이던 악랄한 황제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가 등장한다. 콤모두스 황제(Lucius Aurelius Commodus Antoninus, 161-192, 제위 180-192)는 현인(賢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황후 파우스티나와의 사이에 낳은 적통의 왕위계승자였고 정식으로 황제 수업을 받았을 뿐더러 잘생긴 외모와 우람한 체격으로 즉위 초에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누나 루킬라 공주가 관여한 콜로세움 암살 음모 사건을 겪은 후 성격이 180도로 바뀌어 소시오패스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검투사 경기에 지나칠 정도로 탐닉했던 점은 영화에서도 잘 묘사되었다.
어찌 보면 <글래디에이터 2>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전편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폭군 콤모두스 황제에게 죽임을 당한 루킬라 공주를 살려내고 그녀의 아들 루키우스를 숙적인 막시우스의 아들로 둔갑시켜 스펙터클한 여러 장면과 함께 버무려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글래디에이터 2> 개봉에 즈음하여 케이블 TV와 OTT, DVD에서 오리지널 글래디에이터를 계속 틀어주고 있었으니 역사적 정확성(historical accuracy)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 영화의 주 무대인 콜로세움에 관한 알쓸신잡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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