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Show&Movie

[AI] 人工미인의 등장에 따른 우려

Onepark 2023. 4. 7. 09:30

G : 요즘 인터넷에 인공미인(artificial intelligence beauty)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아시는지요? 

P :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가상인간(virtual human) 말인가요.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아바타(avatar)를 내세워 선거운동도 하지 않았습니까?

 

G : 그것도 그렇지만 인공지능(AI)으로 사진같은(photorealistic)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수많은 인물정보의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스테이블 디퓨전 (Stable Diffusion)[1]이 나와서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어요. 다양한 스펙의 모델을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로 변형(variation)을 가할 수 있거든요. 수많은 사람과 동물, 만화(animation), SciFi 소재를 브라우징하여 자기 취향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AI 플랫폼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P : 오늘은 고명하신 성형외과 전문의 L 박사님도 나와 계시니 한 번 예를 들어가며 말씀해 주세요.

G : 좋아요. 그럼 다음 사진을 보시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세요.

이 사진 속의 여성들은 미인의 조건을 갖추었나. 과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도 찾을 수 없다면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한가, 그것이 언제쯤 실현될 것으로 보는가 등등입니다.  

 

* 가상공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옷차림의 AI 미인들. YouTube에서 캡쳐

P : 아주 미인들이네요. 현재 개업 중인 성형외과 전문의이신 L박사가 먼저 말씀을 해주시지요. 이런 사진을 들고 와서 자기 얼굴도 그에 맞춰 고쳐달라고 요구를 하는 손님들이 있지요?

L : 이 사진의 여성들은 미인의 조건을 다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제로 이런 비율의 얼굴 모습을 갖춘 여성은 극히 드뭅니다. 

우선 아름다움 '美'의 개념은 동서고금을 통해 하나로 정의되거나 추구되지 못했어요. 예컨대 "밀로의 비너스" 같은 그리스 조각상,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인물화를 기준으로 이목구비의 비례를 따져서 미인의 조건을 수식화한 사례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어요. 한때는 몸집 좋은 여성이 미인이라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날씬한 여성을 미인이라고 하는 것처럼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하고 또 변해 왔습니다.

G : 강남의 성형외과가 즐비한 거리를 걷노라면 성형 전후(Before & After)의 사진을 내걸고 "이렇게 미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하며  은밀하게 유혹을 하는 것 같아요.

 

L : 10여년 전 TV에서 몇 명의 성형외과 의사가 참여하는 “렛미인”이란 프로가 있었습니다. 다분히 자기 PR의 속내가 있었기에 어느 한사람을 대상으로 과감한 성형수술 제안을 하는 걸 보았어요.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의 입원 가료를 요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성형수술은 그런 게 아닌데 말이죠. 역시 조화로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 본래 성형수술이 필요한 것은 사고나 질병으로 코나 귀를 잃었을 때 그 부위와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재건(再建)성형수술(reconstructive surgery) 아니었습니까!

G : 그런 수술을 잘하는 의사선생님을 뭇여성들이 그냥 놔둘리 없지요. 자기의 코도 그렇게 고쳐달라는 미용(美容)성형수술(cosmetic surgery) 요청이 빗발쳤을 거예요.

 

L : 얼마 전에 유명한 미술가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자기 얼굴에서 불편한 점을 늘어놓으며 마치 조각을 하는 식으로 성형수술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3D 프린터로 수술전 형상을 제작하고 그것을 토대로 몰드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이 부위는 제거하고 이 부위는 더하는 성형수술을 해줄 수 있느냐는 거예요. 사실 성형외과에서 제일 골치아픈 손님이 이런 분입니다.

저는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성형수술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약점과 결점을 최소한의 방법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력하는 것이라고 설득했어요.

G : 반응이 어땠나요? 홈페이지에서 수술후기도 많이 읽어보고 여러 병원을 거쳐서 온 분일 텐데요.

P : 그분이 만일 조각가였으면 집도 의사의 고충을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L 박사를 신뢰했을 것 같습니다.

 

* 영화 <Her>에서 대필작가인 테오도르는 AI 사만다와 사귄 후 감정의 혼란을 겪는다.

G :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요. 아름다움의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첨단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인공적으로라도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요?

P : 그리스 신화에는 자기가 만든 여인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 피그말리온(Pygmalion) 사례가 있어요. 이미 영화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 바 있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인공지능 여성이 나오는 영화 <그녀>(Her, 2013)가 대표적이지요. 아주 감수성이 풍부한 남 주인공은 조강지처를 멀리하고 유능한 비서처럼 자기 일을 도와주는 가상여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그녀가 8천명이 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동시에 671명의 남자와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에 기겁을 하지요.

L : 성형외과 전문의는 수술 후 대처를 잘해야 합니다. 다소 성이 안차더라도 자기 몸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하지요. 전원이 꺼지면 사라져버리는 인공미인보다 자기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얼굴이 얼마나 소중하냐고 거듭 말해줍니다. 

 

P : 문제는 온라인게임에 친숙한 젊은이들이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나볼 수 없는 여성을 찾아 AR/VR 안경을 쓰고 AI의 세계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현재 강남 성형미인 못지않은 완벽한(!) 미모를 갖춘 AI가 그린 人工미인이 첨단기술에 힘입어 무한(無限) 진화ㆍ발전하고 있어요. 위의 사진 모델도 사람이 수많은 인물사진 빅데이터를 학습시킨 AI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최적의 비율과 조합으로 만들어낸 아웃풋인 거죠. 앞서 말한 스테이블 디퓨전이라는 AI 기반의 그림 그리는 플랫폼에 여러 개의 프롬프트(prompt)와 함께 입력(IMG2IMG)하면 순식간에 본인 취향의 여성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G : 저도 YouTube에서 비슷한 얼굴 모습의 모델이 비키니를 입었다, 드레스를 입었다, 레깅스 스포츠웨어를 입었다 하는 수많은 AI art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어요. 현실의 도도한 여성과는 달리 프롬프트 지시어에 따라 순식간에 포즈를 바꿔주니 소심한 남자들은 쾌감마저 느낄 거예요.

L : 수많은 인물정보를 미리 학습한 AI가 사람의 지시에 따라 조각조각 맞춰서 인공적으로 만든 미인(TXT2IMG)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겠는데요. 그게 어떻게 현실에선 가능하겠어요! 그림 속의 양귀비(楊貴妃)보다 내 곁의 여자가 소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쫒겨난다.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일부

P : 성경의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을 때에도 '안목의 정욕'(visual stimuli, pleasing to the eye; 창세기 3:6)에 휘말렸다가 낙원에서 쫒겨난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머지않아 챗GPT,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T2S 같은 소프트웨어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평면 사진에 머물지 않고 대화가 가능한 성인 Doll이나 동영상으로 바뀌어 젊은 남성들을 현혹시키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정신적으로 거세된(castrated) 남자들을 보고 여자들은 환멸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 반대의 경우(Vice versa)도 있겠지만요.

G : 성경의 실낙원(Paradise Lost)처럼 이미 눈을 버린 남자들은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없고, 여자들 역시 결혼이나 출산ㆍ육아를 포기하려 들지 몰라요. 선생님들 말씀대로 AI 소프트웨어에 열광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과연 이러한 디스토피아(Dystopia, 反이상향)에서 구제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L : 전에 법정스님이 말씀하셨던 '一期一會' 즉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유일한 시간이다"라는 말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내게 주어진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산다면 더 이상 헛된 것을 쫓지 않게 될 것입니다.

 

G : 성형외과 전문의께서 예상치 못한 명언을 남기셨네요. 인공미인 닮기 위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을 기대하시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없는 인공미인만 찾지 말라고 젊은이들을 계도(啓導)하십니다그려.

P : 저 역시 전에 남학생들에게 이 점을 강조했었죠. 물론 우리 아이들한테도요. 미인과 결혼하면 허니문 기간만 행복하다. 머리 좋은 여자와 결혼하면 (애들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 20년은 행복하다. 심성이 고운 여자와 결혼하면 평생 행복하다. 그런데 3대에 걸쳐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 있어요. 그건 지혜로운 여자와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L : 맞아요. 심성이 곱고 지혜로운 것은 미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때까지는 역시 성경 말씀대로 안목의 정욕에 빠지지 말아야겠습니다.

 

Note

1]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은 Stability AI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배포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TXT2IMG)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2022년 8월에 출시된 이래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몇몇 유명한 AI 그림 사이트들과 연계하여 사용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AI 그림 사이트는 NovelAI, WebUI, Midjourney, Lora, Chillout 등으로 실사 풍의 애니메이션이나 인물 모델을 생성하는 데 매우 편리하다. 대부분 오픈소스인 만큼 수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여 하루가 다르게 양적ㆍ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