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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ness

[성경] 포도나무,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Onepark 2022. 2. 25. 11:05

아래의 강의안은 2015년 7월 성경공부 신학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신약 성경에는 아주 의미심장한 세 종류의 나무가 등장한다.  포도나무, 감람나무, 무화과나무가 그것이다.

물론 구약까지 범위를 넓히면 에덴 동산의 생명나무(창세기 3:24),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뵈올 때 그 자리에 타지 않고 불이 붙었던 떨기나무(출애굽기 3:1-5), 고급 건축자재로 쓰인 레바논의 백향목(역대왕 상 6장과 7장)이 추가될 것이다.

 

“기독교는 선악과 나무에서 시작하여 예수가 피 흘린 십자가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세 나무 - 포도나무, 감람(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는 크리스천들에게 현실적이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I

포도나무 (요한복음 15:1-2)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너희는 내가 일러준 말로 이미 깨끗하여졌으니.

 

포도나무 비유

○ 탐스런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참포도나무에 잘 붙어 있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가지를 제거하는 등 많은 손질이 필요

 1) 가지치기: 12월 1회, 2월 1회 가지치기를 하며, 한 그루 당 평균 80번의 가위질을 요함

  - 전정() 요령: 묘목을 심은지3∼4년 만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첫 해는 포도나무가 좀 더 튼튼하게 자라도록 모두 따버림. 그 다음해부터 짧은 가지는 더 자라지 못하게 밑에서 전정하고, 긴 가지 2개 중에서 가지가 굵고 눈이 좋은 가지 1개만 남겨두고 쳐냄. 1개 남은 긴가지를40∼50도의 각도로 가지 뻗을 곳으로 유도함. 가지의 눈이 위로 보이는 위치에서 전정하고 뿌리가 있는 줄기가 생장하여 포도가 열리도록 함

  - 주간(主幹: 주된 줄기가지) 관리: 관리하기 좋게 사람 키 높이로 거치대를 만들어 새순이 발생하는 가지 중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므로 위에서 3∼5개 정도만 남겨두고 전부 쳐 버림. 제일 위의 것은 주간 생장용으로 쓰며 나머지 1∼2개는 쳐내고 남은 것 중에서 4∼5개 마디를 남기고 전정하여 다음 해 열매 맺는 가지로 이용함

 2) 거름주기

  - 좋은 포도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순따기, 포도알 솎기를 하고 늦가을에 충분한 거름을 주어야 함

 3) 신앙인의 자세

  - 열매를 많이 맺으려면 가지를 사람 키만큼 들어 올리고 깨끗이 가지치기를 함

  - 쓸 만한 것만 남기고 과감하게 쳐내는 것이 요령

 

○ 포도원관리에 많은 일손이 필요한 만큼 예수님의 비유에는 여러 가지 예화가 등장

 1) 포도원 농부 (누가복음 20:9-16)

  - 주인이 장기 출타 중 농부들에게 포도원 소작을 줌. 포도원을 가꾸느라 많은 노력을 들인 농부들이 소작료 지급을 거부, 주인이 보낸 대리인을 여러 차례 내쫓음

  - ‘노동의 가치’를 주장한 농부들이 급기야는 주인의 아들까지 살해

  - 그렇다고 그 포도원이 농부들 차지가 될 수 있는가?

 2) 포도원 품꾼들 (마태복음 20:1-16)

  - 포도원 주인이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하고 품꾼들에게 포도원 일을 시킴

  - 아침 일찍부터 일한 품꾼에게 한 데나리온 지급

  - 제3시, 제6시, 제9시, 제11시부터 일을 한 품꾼들에게도 한 데나리온씩 지급

  -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1시간 일한 사람이나 동일한 임금 [1]

  - 과연 천국에서의 상급은 그가 시간 들여 주를 위해 헌신한 사역(일종의 노동)에 비례하는가? [2]

 

II

감람나무 (로마서 11:13-19, 23-24)

또한 가지 얼마가 꺾이었는데 돌감람나무인 네가 그들 중에 접붙임이 되어 참감람나무 뿌리의 진액을 함께 받는 자가 되었은즉 그 가지들을 향하여 자랑하지 말라 자랑할지라도 네가 뿌리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요 뿌리가 너를 보전하는 것이니라

그러면 네 말이 가지들이 꺾인 것은 나로 접붙임을 받게 하려 함이라 하리니

그들도 믿지 아니하는 데 머무르지 아니하면 접붙임을 받으리니 이는 그들을 접붙이실 능력이 하나님께 있음이라

네가 원 돌감람나무에서 찍힘을 받고 본성을 거슬러 좋은 감람나무에 접붙임을 받았으니 원 가지인 이 사람들이야 얼마나 더 자기 감람나무에 접붙이심을 받으랴

 

감람(올리브)나무 비유

 1) 접붙이는 요령

  - 과일나무 접을 붙이려면 뿌리부분인 대목(臺木, rootstock)에 ∨흠집을 낸 후 접붙일 접수(接穗: scion) 또는 수목(穗木)을 ∧자로 깎아 붙임. 접수가 대목의 영양분을 받게 되면 결국 접수와 대목은 하나가 됨

  - 올리브는 묘목을 심은 지 10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수확이 많아짐. 다른 과실수와는 달리 올리브가 많이 열리게 하려면 뿌리를 잘 내린 대목에 병충해나 환경에 강한 야생품종을 접수로 쓰는 것이 요령임

  - 올리브 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죽지 않을 정도의 가뭄 같은 시련이 있어야 튼실한 열매를 많이 맺음

 2) 신앙인의 자세: 뿌리가 열매를 주관함

  - 신앙심 깊은 뿌리가 야생의 가지를 보전하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것임

  - 올리브 나무는 생장조건이 가혹할수록 열매에 많은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노력

  - 환난이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게 됨(로마서 5:3-4)

 

III

무화과나무 (마가복음 11:13-14)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 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예수께서 나무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무화과나무의 비유

 1) 무화과의 수확시기

  - 예수님은 고난당하시기 직전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심.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

  - 지중해와 접해 있는 이스라엘의 풍토에서 무화과나무는 건기인 4월부터 10월까지 다섯 차례 열매를 맺음. 6달의 우기 동안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보낸 무화과나무는 유월절이 다가오면서 조그만 잎사귀와 함께 첫 열매인 무화를 맺고, 긴 여름 동안 무화과 열매를 여러 차례 맺게 됨

  - 히브리어로 첫 열매인 무화과를 ‘파게’라 하고 그 후에 순차로 열리는 무화과는 ‘테에나’라 함. 영어, 우리말에서는 이것이 모두 ‘Fig’, '무화과'라는 한 단어로 번역하고 있음

  - 예수님의 말씀을 히브리어에 기초해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마땅함

“이튿날 예수께서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 시장하셨다. 멀리서 잎사귀 있는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파게’가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예수께서 파게를 찾은 것은 때가 유월절 즈음인지라 아직 본격적인 맛있는 ‘테에나’의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월절 즈음에 잎사귀와 동시와 맺혀야 할 ‘파게’를 맺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예수님은 저주하셨다.

  - 무화과나무는 꽃이 피지 않고 잎과 열매를 동시에 맺음. 처음에 열리는 파게는 작은 잎과 함께 달리는 작은 열매이며, 그 후 커다란 잎과 함께 맺히는 ‘테에나’에 비해 작고 당도가 떨어짐. 파게는 과수원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품성이 떨어지므로 일일이 따 줘야 하나 그러한 수고를 하는 대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이것을 공짜로 따 먹도록 허락하였음. 어차피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파게를 지나가는 행인, 가난한 이웃들에게 주어서 인심을 얻고, 그것을 일일이 따주는 수고를 덜기 위함이었음

- 이스라엘에서는 12월부터 파게가 달리는 4월까지 다섯 달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달리 먹을 게 없었으므로 추운 우기 동안 단 열매를 먹지 못한 이들은 건기의 시작과 함께 공짜로 먹게 될 파게를 간절히 기다렸던 것임

 2) 신앙인의 자세

  - 파게는 테에나에 비해 당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단 열매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최고의 열매요 선물이었음. 예수님도 유월절 전에 주변에 흔한 무화과 나무에 파게가 달려 있을 것으로 아셨으나 아무런 열매도 찾을 수 없었음[3]

  -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제때 나누지 못하는 은혜는 소용없음

  - 신학적으로는 무화과나무에서 파게를 찾지 못하신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것을 연관 지어 더 이상 건물로서 성전의 존재가 불필요하고, 예수님의 고난과 대속으로 구원을 받게 된 크리스천 개인의 성전이 중요함을 상징적으로 비유하신 것으로 이해

 

Note

1] 포도원에서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1시간 일한 사람이나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수많은 논의와 해석이 있었다. 노동가치설을 따르지 않더라도 시장원리에 익숙한 사람은 시간 단위로 임금이 책정되지 않은 성경의 셈법이 타당하지 않고 종일 일한 품꾼들도 당연히 이에 반발했다. 반면 많이 일했든 적게 일했든 하루 1데나리온의 임금 지급 조건에 합의한 이상 계약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도 부당한 처사는 아니다.

 

2] 이를 신학적으로 해석한다면,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포도원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작업 시간에 관계없이 임금은커녕 생존에 필요한 먹을 것 정도만 지급받았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예컨대 봉건제 하의 농노, 산업혁명 시대의 청소년부녀 노동자, 제3세계 원료공급지의 단순 육체노동자 등. 그에 비하면 AD1세기에 그러한 임금 지급은 대단히 파격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색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아침부터 일한 품꾼들은 선하고 자비로운 포도원 주인과 함께 일하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복된 혜택을 누렸을 것(<내려놓음>을 쓴 이용규 선교사)이라는 견해가 있다.

포도원을 종교개혁 시대 이후의 교회로 본다면 예배당에 하루 종일 가 있지 않아도 주일날 1~2시간 예배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은혜를 받을 수 있다(YouTube에서 <셜록현진> 채널을 운영하는 유현진 교수)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에 반해 불교의 사찰은 법당에 부처님을 모시고 그 앞에서 개인적으로 예불 드리는 것을 중시하고, 유목민이 주된 신자인 이슬람교에서는 모스크에 오진 못하더라도 메카를 향해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 것을 강조한다.

 

3] 예수님도 마지막 유월절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무화과가 흔한 베다니와 벳바게에서 머룰러 계셨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처럼 무화과 나무에 달려 있는 파게를 찾으셨던 것으로 보인다.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두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