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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들이] 퇴촌과 양평에서의 하루

Onepark 2018. 10. 3. 22:00

10월 3일 개천절 휴일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하나는 올해 팔순을 맞으신 작은처남(신두식)을 축하해 드리는 일이고, 또 하나는 양평 전원주택에 서재를 증축한 손위동서(배영수)의 집들이 행사였다. 두 행사를 양평 처형이 주관하고 우리 내외가 조연을 맡았다. 휴일이라서 6번 국도가 막힐 줄 알고 서둘렀기에 약속장소인 퇴촌의 더 힐하우스에 처남 내외분을 모시고 조금 일찍 도착했다.

 

* 퇴촌면 한강변 힐하우스의 그림 같은 가든

퇴촌의 힐하우스 가든에는 참취꽃과 구절초, 들국화 등 가을꽃이 만발해 있었다.

지난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을 이겨낸 잔디와 나무, 화초들이 푸르고 고운 자태를 뽐냈다. 나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가꾸고 있기에 여기 정원의 꽃나무 어느 하나 저절로 핀 것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정원 가꾸는 이의 섬세한 손질과 물주기가 얼마나 반복되었던 것일까. . .

올해 팔순을 맞으신 두식 형님도 그러하시다. 수의사로서 사업도 하셨고 삶의 기복이 없진 않았으나 지금은 자녀 모두 출가시키고 자손들 잘 되는 것 보시면서 부부해로하고 계신다. 향학열도 남 달라 서강대 대학원에서 신학공부(박사과정)도 하셨고 천주교 개포동본당에서 봉사를 하면서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 팔순을 맞으신 신두식(비탈리아노), 임순남(구네군다) 내외분

정오가 되어 오늘의 호스트인 배영수-신난희 처형 내외분이 도착하였다.

힐하우스의 젤코바(느티나무라는 뜻) 레스토랑에서 처남의 팔순을 축하하는 오찬을 함께 했다.

창 밖으로는 한가롭게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풍경이 펼쳐졌다.

 

* 오찬장인 젤코바(느티나무) 레스토랑 입구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을 수 없다.

정원의 솔밭에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고, 중정에는 황소가 한가롭게 누워 있었다.

커다란 바위로부터 호랑이와 황소의 모습이 곧바로 연상되었다.

 

양평에 있는 배영수 교수의 전원주택은 주인장의 은퇴에 즈음하여 지난 봄에 안팎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지난 2월 말 서울대학교를 정년 퇴임한 동서는 비워두었던 아랫층에 독립된 공간인 서재를 새로 들이고 윗층에 있던 책과 집기를 아래층으로 옮기는 큰 공사를 몇 사람의 인부를 데리고 혼자서 했다고 한다.

2층 거실에서도 피아노 등 가구배치가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집안을 둘러보니 이곳저곳 주인장이 땀 흘려가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전형적인 선비형 역사학자인 동서는 반년 차이로 정년을 맞은 필자와는 사뭇 달랐다. 나는 상법 개정도 빈번한 터에 법조문 몇 개만 바뀌어도 새로 공부를 해야 하기에 전공분야의 서적에서 거의 손을 놓았다. 그러나 서양사를 전공한 배 교수는 책상 위에 역사에 관한 원서를 펼쳐놓고 저서 집필에 한창인 것 같았다.

서재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매우 정적(靜的)이었다.

 

양평 퇴촌면은 다른 사람들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라 하거니와 나에게도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주말 이른 아침이면 게르마늄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온천수로 푹 고운 곰탕을 먹는 것이 우리 가족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것도 어느덧 20년 전의 일이고 그 당시의 게르마늄 온천목욕탕이나 곰탕집은 이젠 사라지고 없었다. 더 좋은 온천장과 맛집이 생겼으니 더 이상 옛일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Rachmaninov's Symphony No.2) 3악장을 편곡한 에릭 카르멘의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