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공연] 총장 공관에서의 퇴직교수 만찬

2018년 8월에 정년/명예 퇴직하는 경희대학교 교수들을 위한 총장 주최 만찬(송공연)이 9월 28일 저녁에 열렸다.

서울 경희대 뒷산 고황산 중턱에는 총장 공관이 있는데 나로서는 세 번째 방문이었다.

재직 중 한 번도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나는 세 번이나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 전국 최고의 성적을 거둔 우리 법전원 교수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였고, 두 번째는 2016년 말 우수교수 표창을 시상하는 자리였다.

 

* 경희대 본관 뒤 고황산 중턱에 위치한 총장 공관

송공연(頌功宴)은 어려운 한자말로 떠나는 사람의 공을 칭송하는 잔치모임이란 뜻이다.

국제캠퍼스 김창수 교무처장의 사회로 15명의 퇴직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되었다.

조인원 총장이 여러 부총장, 서울과 국제캠퍼스 교무처장과 함께 우리 퇴직교수들에게 경희학원의 역사와 창학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경희 캠퍼스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고이 간직하십사 당부하였다. 

 

* 조인원 총장의 환영 만찬사

총장님의 말씀 중에 경희학원은 조영식 학원장님 때부터 UN을 통해 세계평화를 고양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면서, 이러한 정신은 비틀즈 멤버였던 링고스타와 여러 뮤지션에 의해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졌다고 소개하였다.

 

몇 차례의 건배에 이어 퇴직교수들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소회를 밝힐 때 나도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연구실 서가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책자에서 학원장님이 창립 100주년에 공개하라고 하셨던 타임캡슐의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학원장님은 경희학원을 세울 때부터 '지구적 존엄'을 지향(Toward Global Eminence)하는 비전을 품으셨는데 20년 가까이 경희학원에 봉직하는 동안 저는 그러한 스케일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고, 학원장님의 비전과 포부에 새삼 감동을 느꼈지요. 그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지난 8월 마지막 월급을 미원(美源, 고 조영식 학원장의 아호) 기금에 내놓았습니다."

재직 중이라면 총장 면전에서 "아부한다"고 하겠지만, 이미 퇴직한 사람으로서 18년 동안 나를 먹여주고 키워주신 분에게 바치는 "헌사"에 다름 아니었다.

 

연회가 끝나고 공관에서 나와 선동호 주변을 걸어갈 때 보도가 걷기 좋게 만들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가을 단풍부터, 그리고 내년 봄 벚꽃이 만개할 때 밤에도 경치를 구경하며 걷는 데 아무 불편이 없을 터였다. 새로 오픈한 Space 21 건물도 불을 환히 밝혀 놓고 있었다.

나는 릴레이 선수가 바톤을 다음 선수에게 넘겨주듯이 이 캠퍼스에서 쌓아올렸던 그 모든 것들을 후배와 후학들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