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했던가?
경희대 강단에 시간강사로 처음 섰던 게 1996년 3월, 정년트랙 교원으로 임용된 후 전임강사로는 2000년 6월에 강의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20개 성상이 지나갔다.
불현듯 고등학교 때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생각났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선생님 역시 이렇게도 꼼꼼하게 설명하신 적이 없었다고 느꼈다. 가엾은 선생님께서는 떠나시기 전에 당신의 모든 지식을 우리에게 전해 주시려는 것 같았다. 한꺼번에 우리 머릿속에 그의 지식을 넣어주실 모양이었다.”
나 역시 통일시대에 구조화금융법(Structured Finance Law)의 이론과 실무가 여러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대학원생들에게 그 적용사례를 한 가지라도 더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Denuclearization) 지원은 멀리 떨어진 미국이 그 비용을 댈 수 없다고 공언했으니 불가불 한국과 일본에서 부담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북한의 비핵화지원 청구서가 날아오기 전에 여러가지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통일이 되었을 때 철도교통 시스템을 중시하는 북한의 경우 낙후되어 있는 고속도로망을 속히 건설할 필요가 있으며, 서울-개성-평양-신의주-단둥을 연결하는 1번 아시안 하이웨이(AH!)부터 복구ㆍ건설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남한의 경부고속도로(위의 사진)와 연결되는 AH1의 북한 구간은 통행료를 받아서 도로공사와 북측이 나눠가지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현금흐름(Cash Flow)이 비교적 확실한 사업을 추려서 국내외의 여러 사례를 참조하여 프로젝트 금융과 자산유동화 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한다. 이때 프로젝트 관련 시설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데 이는 담보권 실행 후 환가처분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능력이 있는 제3자에게 사업권을 넘겨주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교량이나 터널을 경매에 붙인다고 누가 사겠어요? 담보권자가 일단 유입(流入)하여 소유권을 확보했다가 유능한 제3자에게 넘겨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동산에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지만 동산에 대해서도 (전자)등기할 수 있는 비점유형 동산담보권(Non-possessory Chattel Mortgage)을 설정할 수 있음을 KoreanLII에서 관련 항목을 찾아 설명(맨 위의 사진)하였다.
20년 가까이 봉직한 학교를 떠나면서 동료교수들에게 미안함과 부탁의 마음을 담아 약간의 기부를 하였다.
* * *
[ 감 사 장 ]
경희대학교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위해 따뜻한 사랑과 후원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따듯한 마음과 정성을 바탕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2018. 6. 20. 원장 정 형 근
학교에서의 정년퇴임식은 따로 없었다.
6월 20일 학기말 법학계열 전체교수회의 석상에서 같이 퇴직하는 소재선 교수님과 각자 퇴임사를 한 마디씩 하고 꽃다발 들고 기념사진 찍는 것으로 갈음했다.
맥아더 장군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노병은 죽지 않고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라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조금 달리 했다. 6월 말 발간되는 경희법학연구소의 학술지 [경희법학]에 내가 학자로서 이룬 일울 죽 열거하고 이루지 못한 일은 후배와 후학들에게 부탁하는 글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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