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며칠 앞두고 택배로 미국 비자(B1/B2 Multiple 10년)를 받았다.
정확히는 택배를 선택하였으므로 미국 비자가 수록된 대한민국 전자여권을 집에서 직접 수령한 것이다.
처음 겪는 일이라 적잖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인터넷에서 유경험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내 경험담을 상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미국 비자가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 국민은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에 의해 90일 이내의 단기 방문의 경우 비자 없이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 1일 이후 이란ㆍ이라크ㆍ수단ㆍ시리아ㆍ예멘 등지를 방문하였거나 이들 나라의 국적을 보유한 사람은 DS-160(온라인 비이민 비자 신청서)을 PC로 작성해야 한다.
→ 해당 사이트 바로가기 http://www.ustraveldocs.com/kr_kr/kr-niv-visaapply.asp
나는 2016년 7월 실크로드 탐방행사의 일환으로 (사)남북물류포럼 회원들과 페르시아 유적을 돌아보러 이란을 다녀왔으므로 비이민 비자를 따로 신청해야 했다.
그 전에 비자 사진을 찍어 놓아야 한다.
사진관에서도 5cm x 5cm 규격은 잘 알고 있지만, 반드시 안경을 벗고 흰 배경으로 칼라로 촬영해야 하며 온라인 신청서 작성에 필요하므로 디지털 이미지 파일을 꼭 달라고 말해야 한다.
2. 신청 절차
미국 입국비자를 신청하려면 먼저 비자 종류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자격요건과 첨부서류를 확인하도록 한다.
그 다음 안내하는 대로 비자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뱅킹(EFT)으로 평일(월-금요일) 08:00-22:00 시간 중에 Bank of America 서울지점의 가상계좌로 비자 종류에 따른 수수료 금액(B1/B2 비자는 160달러 상당의 지정환율에 따른 한화)을 이체해야 한다. 내 경우 시간제한이 있는 줄도 모르고 "왜 안 넘어가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체가 끝나면 자동확인 되어 인터뷰 예약하라는 메시지가 뜨므로 그 영수증까지 출력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으로 DS-160을 작성하는 것은 여러 단계에 걸쳐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지시한 대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해당 사이트 바로가기 <https://ceac.state.gov/genniv/>
비자인터뷰를 할 영사관 소재지에 따라 ‘South Korea, Seoul’ 선택
나의 경우 사진 파일 업로드가 문제였다.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계속 에러가 났다.
그 해결방법은 미리 준비한 안경을 벗고 찍은 디지털이미지 파일을 테스트 사이드에 입력(위의 그림에서 얼굴 테두리 안에 겹치도록 해야 함)하고 얼굴이 적당한 크기로 나오게끔 트리밍을 한 후 200kb 정도의 용량(가로 세로 600x600 ∼ 1200x1200 pixel)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계속 에러가 생기면 그때까지 입력한 정보를 저장한 후 컴퓨터를 바꿔서 재시도하면 된다. 내 경우 다른 노트북으로 바꿔서 시도하니 제대로 되었다.
* 사진의 품질이 기준에 미달하면 영사관에서 다시 스캔하기 위해 사진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영사관에는 인화한 사진을 한 장 지참할 필요가 있다.
3. 인터뷰 예약
인터뷰 예약은 영사관의 일정표에 따라 근무시간 중 30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다. 물론 First come, first served.이다.
이때 DS-160 신청확인 페이지, 바코드가 들어 있는 Appointment Confirmation을 출력해 놓는다. 영사관 출입할 때 이 바코드를 스캔하여 들여보내주기 때문이다.
내 경우 영문 재직증명서와 과거 5년간의 해외여행 기록, 간단한 이력서와 이란 방문 경위서까지 준비했으나 영사에게 이것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4. 미국 영사 인터뷰 하기
면담약속시간 15분 전까지 영사관 입구에서 대기하도록 한다. 영사관 내에서는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 지참이 금지되므르 보안요원에게 맡겨놓고 입장한다. 서울의 경우 미국 시민은 1층, 기타 외국인은 2층이다.
다시 한번 신청인의 여권과 Appointment Confirmation, 비자 수령방법을 점검 받았다.
양손의 지문을 등록하고 줄에 서서 담당영사와의 인터뷰를 기다렸다.
내가 영사관에 갔을 때에는 비행기 조종학교 다니는 젊은 청년들이 제복을 입고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비행학교에 유학을 가기 위해 십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미 당국으로서는 비행학교 유학생들이 아주 신경 쓰이는 신청자들일 것이다. 9.11 사건의 실행범들도 다 이런 식으로 유학생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바로 내 앞에서 어린 자녀 셋을 둔 젊은 가장이 장기체류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절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영사가 "어느 곳에 체류할 건가요" 묻자," 여행지 별로 Air B&B에서 묵다가 모텔에서도 지내려구요" 대답했는데 영사는 일가족이 미국에 가는 목적이 의심스러웠는지 "원하면 비자를 다시 신청하세요" 말하며 거절했다. 5명이 재신청하자면 800달러가 더 들지 않는가.
비자를 확실하게 받는 방법은 방문 목적, 체류 장소(호텔 OK, 친지의 집은 No! 미국에서 딸 해산구완하러 간 할머니가 딸한테 용돈 받으며 딸네 집에 기거할 것이라 말했다가 친족간 고용으로 의심을 사서 비자를 거부 당한 사례가 있음), 귀국 항공편을 분명히 밝히고 입증서류를 지참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미국 영사는 "뭐 하러 가세요, 며칠 동안 가 있으며 어디에 묵으실 거예요"하고 질문하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질문 외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이란에는 뭐하러 가셨죠? 혼자 여행하셨나요? 이란에 아는 사람 있어요? 또 이란에 가실 건가요?"
나는 대학교수이고 학회 회원들과 페르시아 탐방여행을 다녀 왔으며 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하자 영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국에 잘 다녀 오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질문은 2017년 10월 26일부터 미국 입국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내용이 상세해지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나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경계하는 인물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지 미국에 단기간 체류하면서 돈을 쓰고갈 사람은 '대환영'이므로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5. 실제로 미국 입국하기
그로부터 몇 주일이 지난 후 뉴욕 케네디 공항에 내렸다. 제1터미널의 입국심사장은 줄이 엄청 길다. 미국 내 체류장소는 세관신고서에도 기록해야 하므로 그 주소까지 숙지할 필요가 있다.
ESTA가 아니라 정식 비자를 받은 사람은 자동입국심사 줄에 서라는 안내를 받았다. 두 번째 ESTA 입국자도 간이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10여 대의 자동심사대 모니터 언어는 중국어 번체와 간자체, 일본어 외에 한국어를 택할 수도 있다. 한국 인천공항의 기계와는 달리 여권의 인적사항 페이지를 슬롯에 집어넣어야 된다.
비자 사진과 같은 얼굴인지 확인하는 절차이므로 안경을 벗고 무릎을 약간 굽혀서 눈높이를 맞춰야 했다. 잠시 후 플래시가 터지면서 사진촬영이 끝나자 확인서가 프린트되어 나왔다.
확인서와 여권, 세관신고서를 입국심사관에게 보여주고 간단히 입국절차가 끝났다.
이란을 다녀온 후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유효기간 10년의 B1/B2 비자를 받았으니 앞으로 미국에 또 올 일이 없을까 상상을 하며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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