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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4] 이스파한 이맘 광장과 모스크

Onepark 2016. 7. 21. 17:20

어제밤 늦게 도착한 이스파한의 압바스 호텔은 압바스 왕궁 못지않게 화려한 장식과 규모를 자랑했다.

아름답게 꾸며진 중정은 저녁 뷔페 레스토랑이었다. 모닝뷔페가 차려진 2층 레스토랑도 아주 근사했다.

우리 일행은 간만에 갖가지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이스파한 시내관광을 위해 호텔에서 나온 우리는 중국 천안문 광장 다음으로 크다는 이맘 광장으로 갔다.

1598년 사파비 왕조를 개창한 압바스 1세는 이곳에 수도를 건설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이란을 남북으로 달리는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한 자얀데 강(Zayandeh River, 생명의 강이라는 뜻)이 이곳을 사막의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왕국의 수도 중심에 위치한 이맘 광장은 동서가 160m, 남북이 510m나 되어 열병식 같은 국가행사, 폴로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4면은 2층으로 된 아케이드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파비 왕조의 전성기에 이곳을 여행한 프랑스 시인 르니에르는 이 광장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유럽 어느 곳에도 없는 광장이었으니 "세계의 절반"이라고 부른 것이 과장된 표현은 아니었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를 따라 우선 이맘 모스크를 구경했다.

여기서는 내가 통역을 맡았다. 이순조 이사장 등 건축전문가로부터 아치와 볼트, 돔 같은 이슬람 건축양식에 관한 보충설명도 함께 들었다.

전형적인 이슬람 양식이었지만 건축양식이나 타일 장식이 다른 이슬람 국가와는 조금씩 달랐다.

미나렛 두 개는 그리 높지는 않았고 꼭대기에서는 사방을 둘러보거나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모스크의 입구는 천국의 색깔인 파란 타일로 장식한 장방형 아치의 파사드(Facade)와 내부 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퀀치(Squinch)를 벌집모양으로 아름답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타일은 사람이나 동물을 만들어 우상숭배하지 말라는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기하학적인 서체(Caligraphy)나 풀꽃 모양의 무늬를 아로새겼다.

 

모스크의 벽면을 장식한 타일은 페르시아 카펫 문양의 바탕그림이 되기도 했다.

기하학적이고 상하좌우로 대칭적인 도형이 어지럽거나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고 질서있고 규칙적이며 평온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쿠란의 좋은 구절이 새겨져 있으니 타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양이 될 터였다.

 

 

이슬람 모스크의 아치는 키스톤을 뾰족하게 처리한 것이 특색이다. 무수하게 생기는 이러한 아치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하여 볼트(Vault)를 만들었다.

돔이란 정방형 벽 위에 계속 6각형, 8각형, 12각형의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것이므로 그 사이사이에는 삼각형의 빈 공간이 생긴다. 이것을 스퀀치라 하는데 이슬람 건축양식에 있어서는 중요한 장식의 공간이었다.

 

돔형 모스크를 만들 때 구조 설계상 나오는 벽감(Niche)은 메카 방향으로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게끔 특별한 장식을 더하였다.

돔은 구조상 소리가 증폭되는 효과가 있어 돔 내부 바닥의 중앙은 특별히 표시하여 종교지도자가 코란을 낭독하거나 설교를 할 때 이 자리에 서도록 했다.

 

이번 탐방여행 참가자 중에는 이순조 이사장, 박원호 부사장 같은 건축전문가들이 많아 이슬람 건축양식에 관한 궁금증을 그때그때 해소할 수 있었다.

 

모스크는 예배 장소이자 교육하는 장소여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또 풍화작용이나 지진 등으로 타일이 변색되거나 떨어져 나가므로 부단히 보수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서 이맘 모스크에서 나와 광장에 있는 VIP관람석으로 갔다. 당시만 해도 6층이면 마천루(Sky Scrapper)라 불렸다고 한다.

열병식 관람대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통역할 때 마침 이란의 여학생들이 많이 견학 와 있는 것을 보고 "물 반 고기 반"이라고 덧붙여 말해서 일행을 웃기기도 했다.

전현준 원장의 선창으로 우리는 아리랑을 목청껏 불렀다. 이맘 광장에 울려퍼지는 아리랑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 이 기둥은 이란의 국가 스포츠인 폴로 경기를 할 때 골문의 하나로 쓰였다.

이란에서는 페르시아 카펫을 빼놓을 수 없다. 이맘 광장에서 나와 우리는 창고형 카펫 매장으로 갔다.

페르시아 카펫은 이란의 특산물이다. 크게 유목민 스타일(Nomad style)과 도시 스타일(City style)로 나뉜다. 전자는 바닥에 깔기도 하고 벽에 걸어 바람을 막는 용도로 쓰였다. 반면 후자는 장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자얀데 강변 커주 다리 옆을 지나 점심식사 장소로 갔다. 양고기와 닭고기 고치가 모듬으로 나왔다.

그리고 야채와 토마토 구이, 감자튀김 등 이란의 스페셜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이맘 광장 구경을 마치고 천정과 벽이 온통 램프들로 장식된 찻집으로 가서 홍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었다. 체코 프라하에는 실내를 온통 시계로 장식해 놓은 카페가 있다(영화 "Best Offer"의 마지막 장면).

찻집을 찾아온 이란 여성들은 콧대가 높고 눈매가 매력적이었다. 코 성형수술을 한 여성들은 밴디지로 싸맨 채 다녔다. 그게 부유하다는 증표이기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낮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았던 커주(귀족) 다리를 다시 찾아갔다. 석양무렵과 밤의 야경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밤에 다리가 조명을 받으면 자얀데 강물 위에 반사가 되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터인데 오늘은 강물이 말라 있어 유감이었다.

아래층은 서민들이 물 구경하는 곳이고 이층은 바삐 오가는 사람을 위한 통행로였다.

다리 중간에는 귀족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며 물구경하는 파빌론까지 있었다.

 

오늘 저녁은 'Self Service'라는 뷔페 레스토랑이었는데 새우를 비롯한 해산물이 서빙이 되었고 엄청 크게 썰아 내온 수박은 달고 시원하였다. 이스파한 대학교수를 초청하여 한-이란 관계에 관한 소견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에 차질이 생겨 서로 인사만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