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화) 어제밤 투숙한 골든파인 리조트(Golden Pine Resort & Spa, Chiang Rai)에서 아침 일찍 일어났다. 피크 시즌에는 내방객이 많은 듯 주차장이나 식당이 아주 널찍했다.
수영장도 잘 관리되어 있고 방갈로 숙소나 통로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치앙라이에서 백색사원(White Temple)은 필수코스였다.
한 젊은 미술학도(Ajarn Chalermchai Kositpipat)가 태국의 전통적인 기법에 현대적인 3D(입체적) 기법을 접목시킨 "태국 삶의 한 시각(One Angle of Thai Life)"이라는 작품으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이 그림으로 국가 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사원 건립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겼다. 금빛을 한 전통적인 불교사원 대신 백색의 사원을 짓기로 하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이색적인 사원의 모습에 열광을 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곳은 불교의 성지이자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본당 내부에 들어가 보면 본존불은 작으맣게 모셔놓고 그 대신 천장과 벽면 양쪽에 현대 사회의 번잡한 문물에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깨달음(눈동자)을 얻고 부처님의 가호에 힘입어 참나(眞我)를 찾는 과정을 그림으로 묘사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현재도 건축 중에 있는 성가족 교회(Sagrada Familia)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샹테르차이 교수는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인 사원 밖에 무료입장 미술관을 차려놓았다. 사원 안에 배치한 여러 조형물과 벽화의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미술관 앞에서 후원자를 만나거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샹테르차이 교수와 마주쳤다. 그의 기념사진첩을 내밀고 사인을 받았다.
종교사찰이기에 입장료도 받지 않고 사재를 털어 이색적인 불교사원을 세운 그의 신앙심과 열정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단신(短身)이었음에도 마침내 원대한 꿈을 이룩한 그가 위대해 보였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온천장에서 족욕을 하기로 했다.
잠깐이라도 발을 담글 수 없을 만큼 수온이 70도가 넘었다. 뜨거운 온천물로 익힌 찐계란을 사먹었다.
점심은 모처럼 한식으로 비빔밥이었다.
이날 오후에는 수많은 유적지와 불교사원들을 둘러보았다.
부처님이나 사찰이나 모두 건설 연대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고 다채로운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치앙마이에는 이러한 불교사찰이 1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날의 하일라이트는 해발 1200m에 자리잡은 도이 수텝 사원이었다.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간 다음에는 (유료) 퍼니큘라를 타고 사원으로 향했다. 수많은 참배객과 관광객들이 퍼니큘라 스테이션에 줄을 지어 서 있다가 위로 올라갔다.
전설에 의하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흰코끼리가 이 산에 올라 세 바퀴를 돌고 죽은 자리에 크게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그 안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신발을 벗어야 했다. 불교 신자들은 예물을 들고 기도를 하며 불탑 주변을 몇 바퀴씩 돌고 있었다.
불탑이나 불상도 다른 어느 사찰보다 고급스러워 보였다. 사찰의 황금빛 기와에는 우리나라도 그러하지만 신자들이 그 뒷면에 각자 소원을 빌은 기도문을 적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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