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아침 한-중 금융법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북정법대학으로 갔다.
마침 숙소가 바로 학교 앞이었기 때문에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갔다.
서북정법대학은 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교로 초창기 법률전문대학에서 경제, 관리, 문학 등 25개의 다양한 학과가 개설되었다. 전체 재학생은 12,000명으로 그 중 석사 이상이 3,000명이나 되는 아주 큰 학교였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의 첫머리 學而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오늘 학술행사가 열리는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 1층 로비에는 나무 뿌리로 조각을 한 큰 공작새가 학생과 방문객을 맞아주었다.
여러분도 배우고 때로 익혀 학문의 즐거움을 찾고, 이렇게 화려한 꼬리를 펼친 공작새처럼 큰 성과를 올리기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오전 순서를 마친 후 왕 한 부총장이 초대한 오찬장으로 갔다.
제주대의 김여선 교수가 왕 부총장과 무한정법대학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여서 우리도 공식적으로 오찬에 초대받은 셈이었다. 두 분의 사이는 실로 막역해 보였다.
躬身接水
아무리 귀한 잔이라도 주전자 아래 놓여야 물을 받을 수 있다.
오찬장에서 훌륭한 음식을 앞에 놓고 건배가 빠질 수 없었다. 미리 준비한 포도주가 떨어져 추가로 시켜가며 이 번 행사의 성공과 법제연구원, 서북정법대학 두 기관의 상호협력과 발전, 참석자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건배사가 이어졌다.
잔을 마주칠 때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여 나의 잔을 낮추는 것이 중국식 에티켓임을 알았다.
오후에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법이 당면한 과제를 놓고 본격적인 학술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중국에서의 학술발표는 두 나라 말에 너무나 유창한 동시통역이 있는 까닭에 '언어의 장벽'은 없는 셈이다.
이번 행사의 중국측 주관은 서북정법대 금융법연구소에서 맡았는데 한자 이름이 强力인 점잖고 온화한 인품의 창 리 교수가 사회를 보았다.
한국측 대표로 필자는 우리나라 금융법의 당면과제와 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정부의 창조경제 추진으로 기술금융이 옥석 구분없이 행해지고 있으며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동산채권담보대출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후 미국식 자산담보대출(Asset-Based Lending: ABL)이 유력한 해결방안의 하나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조만간 개장하는 한국기계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모든 기계설비에 전자식별표를 붙여 관리하기로 함에 따라 관련 서비스가 등장하고 은행들도 기계담보대출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사람이 몰라주어도 속상하지 않으니 어찌 군자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 같은 주장은 10년 이상 논문과 특허출원, 법제화를 통해 펼쳐 오고 있음에도 금융권에서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가 동산채권담보법 제정을 위한 법무부 T/F에서 함께 작업했던 산자부 유재호 사무관이 기계산업의 서비스화를 위해서는 RFID 같은 태그를 붙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마침내 그 실현을 보게 된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기본 시스템을 구축해 주므로 이용자는 태그 설치비용과 출장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학술회의 도중 탁자 위의 오차가 떨어질만 하면 끊임없이 차를 리필해주는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중국 학부와 대학원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는 모습도 한국에서와 달랐다.
학술행사가 성료한 후 시안 지방의 향토음식인 양고기 전문점으로 갔다.
창 리 교수가 중국의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라면서 먹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반쯤 발효시킨 빵을 손님이 자기가 먹을 만큼 콩알만한 크기로 잘게 잘라서 주면 주방에서 양고기와 뼈를 푹 고아낸 육수를 부어주는 데 맛도 좋고 영양만점이라고 했다.
역시 테이블을 돌아가며 참석자들 간에 우의를 다지는 건배가 끊임없이 이어진 후 중국에서의 학술행사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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