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TV에서 가수 이승철이 출연해 그가 록 밴드 '부활'의 보컬로 불렀던 김태원 작사・작곡의 "Never Ending Story" (2002) 를 들려주었다. 나 역시 옛날에 즐겨 들었던, 이승철이 맛갈스럽게 부르는 아름다운 록 발라드였다. 록 밴드 리더 김태원이 이렇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을 만들었다니[1] 놀라웠다.
개인적으로는 가사 중에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지기를" 하고 부르는 대목이 귀에 꽂히며 옛추억이 소환되기도 했다. 이 노랫가사가 마치 '끝나지 않는 이야기 -- Never ending story'처럼 같은 가사가 여러 번 되풀이되었다.
그래서 YouTube에서 이승철이 부르는 뮤직 비디오를 찾아보고 노랫말을 음미하면서 영어로도 번역해 보았다.
"언젠간 추억에 남겨져 갈꺼라고" 말한 것처럼 이 노래는 잊을 수 없는 추억(Memory)을 노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을 영어로 옮겨 인터넷에 소개하는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의 Memory (기억, 추억) 항목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이 항목의 Poetry 섹션에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Memory"(뮤지컬 Cats의 주제곡)와 함께 이영훈이 짓고 이문세가 노래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올려져 있었다.[2]


네버 엔딩 스토리
- 이승철의 노래, 김태원 작사・작곡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오늘도 넌 숨쉬고 있지만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엔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오늘도 넌 숨쉬고 있지만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엔
같은 모습의 바람이 지나네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언젠간 추억에 남겨져 갈꺼라고
반복 구절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언젠간 추억에 남겨져 갈 거라고
반복 구절 × 2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Never Ending Story
Song by Lee Seungchul; Lyrics and Music by Kim Tae-won
Somewhere out there, out of reach
You’re still breathing today, but
On the little chair where we used to sit
Somewhere out there, out of reach
You’re still breathing today, but
On the little chair where we used to sit
The same breeze blows by
As you left, just as if you were leaving me
Waving your hand from afar
Saying that someday you’ll be left behind in my memories
Chorus
If I long for you, someday we’ll meet again
May things like in a movie come true
Because you remain in those beautiful days
When I couldn’t protect you on those difficult days
As you leave, as if leaving me behind
Waving your hand from afar
Saying that someday you’ll be left behind in my memories
Chorus × 2
If I long for you, someday we’ll meet again
May things like in a movie come true
Because you remain in those beautiful days
When I couldn’t protect you on those difficult days.

네버 엔딩 스토리의 가사 중에서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엔 같은 모습의 바람이 지나네"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실연(失戀) 당한 사람들이 경험한 바와 같이 데이트 하면서 다녔던 곳을 지나다가 문득 깨닫는 그러한 기분이었다.
이 노랫말에서 심금을 울리는 대목은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그 감성은 청춘의 고뇌를 겪어본 사람이면 자연히 떠올리는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더욱 슬프고 애잔하다. "그녀는 부디 행복해야 할 텐데"를 되뇌이며 일말의 자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다만, 그러한 정서를 한 단계 순화시키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토로한 것이라서 정통 문학의 반열에 올리기는 좀 부족하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처럼 진정으로 슬프거나 한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같은 카타르시스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대중문화에 있어서 低예산으로 대중적 재미를 추구하며 액션이나 공포, 에로 등 특정 장르를 과장되게 앞세우는 영화를 'B급 무비'라 부르는 것처럼 'B급 시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 팝송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에릭 카르멘의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에서 이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멜로디가 아주 귀에 익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 3악장 아디지오의 선율이라서 그런지 실연의 아픔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리고 댄 포겔버그의 "Seeing You Again"에서는 그 느낌이 더욱 절절하였다. "그대를 다시 보는 건 아주 감미로운 고문과 같았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소"라거나 "[그대와 헤어져] 내가 돌아설 때 내겐 외로운 나날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했소"라 고백하는 것 자체가 미련을 버리고 새 출발을 해야 함을 암시(블로그의 가사 참조)하는 것 같았다.

Note
1] 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이 노래의 탄생 비화를 밝힌 바에 따르면 엄청난 산고(産苦)를 겪었다고 한다. 이승철과 재결합한 후 곡을 만들기로 합의했는데, 마감 시한이 석 달이 지나도록 악상이 떠오르질 않아 계약 파기에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할 형편이었다. 이로 인한 김태원의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가족들이 피신할 정도였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져 그리움에 북받치던 어느날 밤 문득 꿈속에서 아름다운 시구절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단숨에 작사・작곡을 할 수 있었고 제목도 Never Ending Story로 정했다고 한다.
이 곡은 부르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스무 명이 넘는 여러 가수들이 커버곡을 부르기도 했으며, 김태원에게 역대급 저작권료 수입을 안겨준 고마운 곡이 되었다. 출처: 나무위키, Never Ending Story.
2] 필자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노래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곡목은 다음과 같다. KoreanLII 기사의 법개념과의 연결고리(apophenia relationship)를 찾을 때까지 Tistory 블로그에 수록해 놓은 노래 곡목도 첨부하였다.
[ KoreanLII 게재 ]
o 고은 작시, 김민기 노래, 가을 편지 (Letter of Autumn)
o 김광석 노래, 먼지가 되어 (Becoming Dust)
o 김광섭 시, 유심초 노래, 저녁에 (In the Night)
o 김광진 노래, 편지 (The Letter)
o 김동규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On a Wonderful Day in October)
o 김동환, 봄이 오면 (When Spring Comes)
o 김민기, 아침 이슬 (Morning Dew)
o 김태원 작사・작곡, 이승철 노래, 네버 엔딩 스토리 (Never Ending Story)
o 나희덕, 귀뚜라미 (Crickets)
p 박목월, 4월의 노래 (Song of April)

o 박인수 노래, 봄비 (Spring Rain)
o 박인환, 세월이 가면 (As time goes by)
o 박화목, 보리밭 (Barley Field)
o Blackpink 지수 노래, 꽃 (Flower)
o BTS 노래, 피 땀 눈물 (Blood, Sweat & Tears)
o BTS 노래, 스윔 (Swim)
o 서정주 시, 송창식 곡,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This Dazzlingly Azure Day)
o 송길자 시, 임긍수 곡, 강 건너 봄이 오듯 (As Spring Comes over the River)
o 우광혁 작사・작곡, 고성현 노래, 대지/大地의 노래 (Song of the Earth)
o 이선희 노래, 인연 (Destiny)
o 이수인, 내 맘의 강물 (The River in My Heart)
o 이영훈 작사・작곡, 이문세 노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Standing in the Shade of Street Trees), 옛 사랑 (Old Love)
o 이은상, 가고파 (Gagopa: I Want to Go Home). 봄처녀 (Spring Lady), 사랑 (Love), 사우/思友, 동무생각 (Recalling My Friend), 성불사의 밤 (Night at Seongbul-sa)
o 임선혜 노래, 꼭 돌아오리 (Will Be Back)
o 정미조 노래, 개여울 (By the Stream)
o 정태춘 노래, 촛불 (Candlelight)
o 존 노 노래, 바람이 불어올 때면 (When the Wind Blows)
o 최백호 노래, 낭만에 대하여 (Regarding Romanticism)
o 최진, 시간에 기대어 (Leaning on Time)
o 최진, 서툰 고백 (Awkward Confession)
o 포르테 디 콰트로 노래, 좋은 날 (A Good Day)
o 하덕규, 양희은 노래, 한계령 (Hangyeryeong)
o 한명희 시, 장일남 곡, 비목/碑木 (Bimok: Memorial wood)
o 한상억 시, 최영섭 곡, 그리운 금강산 (Longing for Geumgangsan)
o 해바라기 노래, 사랑으로 (With Love)
o 해바라기 노래, 내 마음의 보석상자 (A Jewel Box in My Mind)
o 현제명, 고향 생각 (Thinking of Hometown)
o 현제명, 희망의 나라로 (To the Land of Hope)
o 황선우 작사ㆍ작곡, 조용필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Please Come Back to Busan Harbor)

[ Tistory 수록 ]
o 강진, 붓 (Brush)
o 고성현 노래, 인생이란 (Life is)
o 김규환 곡, 조수미 노래, 님이 오시는지 (If Love is Coming?)
o 김동률, 멜로디 (Melody)
o 김동현 시, 고성현 노래, 벚꽃나무 아래 (Under the Cherry Blossom Tree)
o 나훈아, 테스 형 (Brother Tes)
o 라비던스 노래, 고압습니다 (Thank You)
o 서정주, 연꽃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Like the Wind Coming back after Meeting the Lotus)
o 심봉석 시, 신귀복 곡, 얼굴 (The Face)
o 양인자 시,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The Leopard of Kilimanjaro)
o 장현 노래, 미련 (Lingering Affection)
o 정미조, 귀로/歸路 (On the Way Home)
o 최희준, 하숙생 (The Boa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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