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내 준 시 여러 편 중에 유독 시선을 끄는 시(詩)가 있었다.
어찌 보면 평범한 서민의 이야기인데 시각을 달리하면 아주 관능적인 시였다.
아래의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의 흉상[1]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아주 관능적인 모습으로 바뀌면서 입술이 부각되어 보이는 것과 같다.

입 이야기 - 이문길
시집온 지 몇 년을 채소 반티* 장사를 하는 아내가
어느 날 저녁때 머리를 감더니
화장을 했다.
밥도 떠넣고 국도 떠넣고 하는
아내의 입을 보며
그날 밤 아내의 따스한 품 속에서 잤다.
세월이 너무 빨리 가서 나는 몰랐는데
아내의 배가 점점 불러지더니
이윽고 입이 조그마한 딸 하나를 낳았다.
하나님이 딸의 입이 벌어지게 해서
내게 세월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딸은 턱뼈가 커지며 자꾸 자라더니
어느 날인가 입에 무엇인가 발랐다.
바르면 지워지는 분냄새 속에
살려고 하는 딸아이를
한사코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는 입을 얌전히 다물고
우리를 두고 남의 집에 시집을 가버렸다.
나는 아내의 입과 딸의 입과 아이들의 입을 보며
옛날 소의 턱뼈를 무기삼아 전쟁을 하던
중국 장사를 생각했다.
할 일 없이 밤중에 혼자 일어나 앉아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자는 아내의
턱뼈가 튀어 나와 넓은 얼굴을 본다.
땅에 찬바람 일어
아내의 저 혼자 쓸쓸한
가을도 깊었다.
* 반티: 함지반티(함지박)의 경북 사투리

The Story of Mouths by Lee Moon-gil
My wife, peddling vegetables for several years after marriage,
one evening washed her face and hair
and put on makeup.
Watching my wife's mouth
which scooped rice and soup,
I slept that night in her warm embrace.
Time passed too quickly for me to notice,
but my wife's belly grew steadily larger.
Before long, she gave birth to a tiny girl with a small mouth.
God opened the daughter's mouth
to show me what time truly is.
Her jawbone grew larger as she kept growing,
and one day she smeared something on her mouth.
Amid the powdery scent that vanished when wiped away,
I desperately tried to stop my daughter
Willingly living in the scent, but it was useless.
Then one day, my daughter quietly closed her mouth
and left us to marry into another family.
Watching my wife's mouth, daughter's mouth, and children's mouths,
I thought of the Chinese hercules who once waged war
using an ox's jawbone as a weapon.
With nothing to do, I rise alone at midnight and sit,
watching my wife's jawbone protrude from her wide face
as she sleeps silently with her mouth closed.
A cold wind rises from the earth,
and my wife's lonely autumn
grows deep.

10월 중순 시칠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시라쿠사에 갔을 때 그곳 환상마술관(Museo delle Illusion)의 전시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환상 속의 여인'이 입맞춤하는 지점이 시칠리 지도상의 시라쿠사였기 때문이다.
그 인근 네아폴리스에 있는 고대 유적지 로마 원형극장 안에도 키스를 기다리는, 안젤리나 닮은 여인의 조각 작품이 서 있었다.



.
Note
1] 네페르티티 흉상(Nefertiti Bust)은 이집트 파라오 아크나톤(투탕카멘이라는 설도 있음)의 아내인 네페르티티의 모습을 석회암으로 조각해 스투코로 덧칠한 흉상이다. 영화 <미이라>, <미이라2>에 나오는 아낙수나문 왕비는 바로 네페르티티의 공주인 안케세나문(Ankhesenamun)을 모델로 한 것이며, 제사장 이모텝과의 금지된 사랑과 부활을 통한 복수라는 극적인 서사는 영화적 허구이다.
이 흉상은 이집트의 아마르나에서 발견되었는데 이것으로 미루어 기원전 1345년 투트모세가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1912년 투트모세의 공방에서 독일 고고학자인 트비히 보르카르트가 이끄는 팀이 발굴했다. 현재 베를린 新박물관(Berlin Egyptian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네페르티티 흉상은 베를린의 문화적 상징이 됨에 따라 1924년 이후 이집트 측의 반환요구로 독일과의 사이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Show&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저장] Tistory에서 삭제될 동영상을 간편 보존하려면? (0) | 2026.02.10 |
|---|---|
| [색인] 흩어진 생각들의 연결고리 - 블로그 Potpourri (0) | 2025.08.21 |
| [상상] 티끌이 티끌에게 (1) | 2025.02.17 |
| [영화] Gladiator II의 역사적 진위 여부 (3) | 2024.11.25 |
| [그림] 혜원의 풍속화 감상하기 (2)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