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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면접 때 대략난감 압박질문을 멋지게 해결하는 방안

Onepark 2025. 9. 7. 19:30

휴대폰 동영상 파일을 정리하다가 전에 저장해 놓았던 쇼츠에 눈길이 갔다.

어느 기업의 인성(人性) 내지 순발력 테스트 용 압박질문 사항이었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한밤중 차를 몰고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가는데 정류장에는 세 사람이 버스가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은 자기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여성, 또 한 사람은 전에 자기를 구해준 꼭 보답해야 할 은인이다. 나머지 앉아 있는 사람은 곧 쓰러질 듯 병색이 완연한 할머니이다. 그런데 차의 빈 자리가 한 사람 뿐이라면 당신은 누구를 태워주겠느냐? 

 

누구나 일단 한 사람을 선택하고 나서 면접관에게 자기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천재일우의 기회, 은혜를 잊지 않는 신실한 사람, 노약자를 보호하는 인간성 등 각자 그렇게 선택한 합당한 이유와 명분이 있을 것이다.

입사 면접이라면 시험관은 회사의 가치이념과 공동체 정신에 부합하는 답변을 한 지원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 압박면접 질문을 받고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 출처: Gemini Image

 

그런데 쇼츠 제작자는 한 답변자가 내놓은 방안이 다른 지원자들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키를 자기의 은인에게 건네주면서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달라고 부탁하고, 자기는 버스 정류장에 남아 자기 이상형인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다.[1]

 

이것을 문제해결의 한 과정(Problem solving process)으로 본다면 솔루션이 좀더 쉬울 것 같다.

즉, 자동차의 한 자리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로 문제를 한정하지 말고 운전석까지 내놓는다면 두 자리가 비는 셈이니 해결방안이 훨씬 쉽게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혜를 종심소욕의 나이가 지나서 깨달았다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難題)에 부딪치면 고민할 것 없이 내가 가진 것(常識, 旣得權)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인생의 철리(哲理)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음을 알았다.

내가 도저히 컨트롤 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밤잠 설칠 정도로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생각해보니 내가 없어도 여전히 세상이 별탈없이 돌아간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살아왔음을 알았다. 현 시국(時局)과 기후변화를 내가 고민한다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의외로 이런 깨달음은 쉽게 찾아왔다.

얼마 전에 읽었던 김종삼[2]의 '어부(漁夫)'란 시가 그러했다.

작은 고깃배 노를 저어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다고?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처럼 독백"하는 것에는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큰 배에 어구와 장비를 가득 싣고 바다로 나갔다면 청새치, 참다랑어 같은 큰 고기를 많이 잡아야 타산이 맞는다. 처음부터 착은 고깃배를 타고 그것도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갔다면 연근해에서 돔 같은 작은 고기나 잡을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큰 청새치가 낚시에 걸렸다. 전혀 예상 밖의 어획에 어부는 투지가 불타올랐던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에는 두려워서 상대하지도 못했던 상어떼를 향해 힘껏 노를 휘둘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시를 다시 읽으면서 나를 내려놓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은유'가 아니라 '상징'이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어구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작은 고깃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처럼 간혹 큰 고기가 걸리는 기적을 기대하면서 말이다.[3]
그렇다면 그네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돈을 빌려서라도 크고 안전한 배를 사거나 빌린 다음에 어구와 장비를 갖추라는 진부한 조언이 아니었다. 제3자가 된 나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기적이 앞으로 살아갈 기적이 된다"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불굴(不屈)의 정신을 가지라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평소에 우연한 행운이 아닌 기적을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어떠한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기적 같은 일을 맞게 될지 알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아니더라도 일단 자기가 가진 지혜나 용력(力)을 내려놓고 유리한 상황전개를 기다렸다가 접근가능한 방도를 취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3]

 

 

 

어부(漁夫)  -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북치는 소년 〉 민음사, 1979>

 

*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영화화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1958년 동명의 영화 한 장면. 출처: IMDb

 

Fisherman  by Kim Jong-sam

 

Tied to the shore,

A small fishing boat

Sways day after day,

Sometimes capsized by wind and waves.

 

Waiting for a fair day,

To row far out

To become Hemingway's Sea and Old Man

To mutter to himself.

 

The miracle of having lived becomes the miracle of living.

If you keep on living,

There is plenty of joy.

 

위의 시를 바탕 삼아 비가 쏟아지는 밤 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운전자의 심정이 되어 본다.

그리고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는 어부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한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다

나의 지식과 경험은 내려놓고

그날 상황 살펴 고기떼를 쫓네

I head out to sea to catch fish.
Setting aside my knowledge and experience,
I observe today's conditions and chase the schools of fish.

어제처럼 오늘도 낚시를 던진다

파도와 조류, 바람을 이용하면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 거두리

Just like yesterday, I cast my line today.
By using the waves, currents, and wind,
I can reap good results with little effort.

 

Note

1] 이 에피소드에는 드러매틱한 요소가 많아 쇼츠와는 다르게 4 ~ 5컷의 웹툰 형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Gemini에게 폭우 속 서울의 밤거리 →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세 사람  → 주인공 운전자의 고뇌 (클로즈업한 위의 그림) → 주인공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순간 → 해피 엔딩: 이상형의 여성과 함께 기다리는 모습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따로 부탁하지 않고도 불과 몇 분 만에 이러한 극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 이상 이미지는 Gemini Image로 제작하였음

 

2] 김종삼 (金宗三, 1921 ~ 1984)은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일본 도요시마 상업학교를 졸업했다. 1951년 시 <돌각담>을 발표한 후 시작에 전념, 1957년 김광림 등과의 3인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를 발간했다. 그의 시는 대체로 동안(童眼)으로 보는 순수세계와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절박한 세계로 나눠볼 수 있는데 고도의 비약에 의한 어구의 연결과 시어(詩語)가 울리는 음향의 효과를 살린 순수시들이다.

김종삼 시인은 등산모를 곧잘 썼고 파이프 담배를 자주 물었고 술을 좋아했고 고전음악을 즐겨 들었다. 그에게 삶은‘방대한 / 공해 속을 걷는’ 일처럼 여겨졌다. 그는 "하늘나라 다가올 때마다 / 맑은 물가 다가올 때마다 / 라산스카 / 나 지은 죄 많아 / 죽어서도 / 영혼이 / 없으리"라며 인간의 원죄를, 불구의 영혼을 아프게 노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는’ 사람들과 세상을 좋아하고 동경했다. 그의 시는 말이 적었지만 정직했다. 언어의 낭비가 많고 외화(外華)에 골몰하는 시대를 살수록 언어를 지극히 아껴 쓴, 먹그림같이 실박하게 살다 간 김종삼 시인이 그립다. 출처: 천도교 동부산교구 / 문태준 시인

 

3] "큰 고기 잡으려고 작은 고깃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말은 사람들이 준비도 없이 제 몸도 챙기지 못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세태를 풍자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평소에 漢文 고전을 곧잘 인용하시는 김기성 박사님이 "擧千鈞之重 不自擧其身"(천근의 무거운 것을 들을 수는 있어도 자기 한 몸은 들 수가 없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이것은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가 쓴 관행《韓非子 · 觀行》에 나오는 말이다.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공을 원하는 풍조는 아래 한비자의 비유와 예화에 나오는 것처럼 지레와 지렛대(leverage) 효과를 언급한 것일 수도 있다. 

원문과 우리말 풀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天下有信數三 : 一曰智有所不能立,二曰力有所不能舉,三曰彊有所不能勝。故雖有堯之智,而無眾人之助,大功不立。有烏獲之勁,而不得人助,不能自舉。有賁、育之彊,而無法術,不得長生。故勢有不可得,事有不可成。故烏獲輕千鈞而重其身,非其身重於千鈞也,勢不便也;離朱易百步而難眉睫,非百步近而眉睫遠也,道不可也。故明主不窮烏獲,以其不能自舉;不困離朱,以其不能自見。因可勢,求易道,故用力寡而功名立 。

 

세상에는 세 가지 확실한 진리가 있다. 하나는 지혜(智)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요, 둘은 힘(力)으로 모든 것을 들어 올릴 수 없다는 것이며, 셋은 권세(彊)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堯) 임금의 지혜가 있다 해도,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없다. 우화(烏獲: 유명한 力士)의 힘이 있다 해도,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자신을 들어 올릴 수 없다. 벤과 유(賁, 育: 전설적인 戰士)의 힘이 있어도 長壽의 비결이 없으면 영원히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어떤 勢를 이용한다 해도 얻을 수 없는 게 있고, 일을 도모할지라도 이룰 수 없는 게 있다. 우화는 千斤이 나가는 물건을 들 수는 있었으나 자기 몸은 들 수 없었다. 그의 몸이 천근보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힘을 쓰는(勢)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주(離朱: 전설적인 궁수)는 백 보 거리에서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었으나 자신의 속눈썹은 볼 수 없었다. 백 보가 가까워서, 속눈썹이 멀어서가 아니라 길(道)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우호가 자신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을 탓하지 않으며, 이주가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을 책망하지 않는다.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고 접근 가능한 길을 모색함으로써, 최소한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두고 오래 지속되는 명성을 얻을 수 있다.

 

 

⇒ 김기성 박사의 고전 요담(古典要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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