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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안산에 가서 보고 느낀 다문화 다양성

Onepark 2025. 6. 22. 20:55

[Editor's Note] 5월과 6월 연속으로 안산에 있는 이주민 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5월엔 안산 온누리 M센터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문재숙 가야금 국악 공연을 보기 위함이었고, 6월엔 안산 인도네시아 안디옥 교회에서 인도네시아인들과 같이 예배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안산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방도시로 변모하였는데, 미구(未久)에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베드가 된 셈이다. 비록 단시간의 방문이었지만 우리 사회가 다문화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P교수는 K장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안산시 단원구의 온누리 M센터
* 안산 예술대학로의 인도네시아 교회

 

P : 장로님, 안녕하셨어요. 안산에 있는 인도네시아 안다옥 교회 다녀온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K : 안산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살고 있어서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다면서요. 그들과 같이 예배를 보았습니까? 안디옥 교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니 사도행전에 나오는 안디옥 교회처럼 한국에 나와 있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전도를 하고 기독교인들의 예배처소를 마련하가 위해 설립된 것 같네요.

 

P : 네, 근로자나 유학생으로 또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기독교인들을 위한 예배이므로 한국의 예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성경말씀은 같은 내용이지만, 찬양이나 설교 스타일은 인도네시아 식이었어요.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저의 갤럭시폰으로 텍스트를 번역해 읽어보거나 동시통역 앱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P : 마침 성경 말씀이 마태복음에 나오는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마태 6:25)여서 인도네시아 목사님이 무슨 내용의 설교를 하시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어요. 

K : 저도 미국의 한인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안산 인도네시아 교회 목사님이 교회 성도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절박한 의식주(衣食住)의 문제를 다루었군요. 예수님도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의 상황에서 유대인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는 말씀을 하셨던 겁니다. 신앙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 하나님이 우리의 처지와 문제를 다 알고 계시니 그분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는 말씀이 하루하루가 고달픈 사람들에게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겠어요! 

 

P : 저도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다음 외국 어느곳에 가서 제 전공을 살려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염두에 두고 온누리 전문인선교 과정(OPMS)을 이수했습니다.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만. . .

그때 첫 번째로 고려한 사항이 구한말 우리나라에 온 선교사들이 교육과 의료 사업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이었지요. 나의 전공지식을 가장 필요로 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 인구부족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력 고용, 국제결혼, 학문 연구 등에 있어 가장 필요로 하는 외국인이 어느 나라 사람일까 하는 것과 상통하는 문제입니다.

K : 학문 연구에 있어서도 외국인이 필요하다니 무슨 말인가요?

 

P : 우리나라의 발전이 상당 부분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학자, 기술자, 예술가들이 기여한 것 아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대학원에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 있어요.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수들도 자기가 오래 연구한 것을 외국 학생들이 학위과정이나 Post Doc으로 배워가는 것을 원하고 있고요. 이공계 교수연구실의 경우 외국학생들이 빈 자리를 많이 메꾸고 있다고 들었어요.

K : 그러고 보니 외국인 상대의 고용시장, 결혼시장에서 선호도, 지명도가 다르다는 말을 들은 것 같네요. 이를테면 이삿짐 센터에는 힘좋은 몽골 남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요?

 

* 인도네시아 예배에서는 우리나라 부흥사경회 때처럼 열띤 찬양이 많았다.

 

P : 저도 이번에 안산에 두 차례 가보고 느꼈습니다만, 인종이나 피부색에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친절하고 우리를 환대를 해주는지요. 인도네시아 교회에서는 점심 식사도 함께 했는데 그 사람들은 밥을 손으로 먹더라고요. 저도 비닐장갑을 끼고 치킨을 먹다가 밥도 손으로 먹어보았는데 그것도 편리하다고 느꼈습니다.

K :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모든 인종에 대한 편견 없는, 차별 없는 태도가 필수적이지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피부색과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을 존중하며 교류할 필요가 있어요.

 

P :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많이 들어와 살게 되면 종교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데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주 근로자, 결혼 배우자 중에 무슬림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K : 성경 출애굽기를 보면 모세가 이방인을 선대(善待)하라고 당부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는 이집트에서는 이방인이었다면서요(출이집트 23:9). 우리나라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처음엔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모세의 가르침이 있음에도 많은 교회에서 무슬림 인구의 증가를 경계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특정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다문화 사회의 통합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무슬림 인구 증가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이해와 관용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기회가 있는 대로 이러한 정신을 가진 기독교를 전도 차원에서 그들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 안산 M센터의 러시아어 예배
*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11일 국가무형유산 문재숙 명인(맨오른쪽)이 이끄는 국악 공연이 열렸다.
* 25현금 가야금산조 합주연주는 러시아인, 고려인들이 대다수인 청중들에게 신기했을 것이다.

 

P : 문화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부심이 강한 나머지 외국 문화에 배타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K : 한국인으로서 우리 문화 K컬쳐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부심이 다른 문화를 배척하거나 우열을 나누는 태도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지요. 모든 문화는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거든요. 외국 문화의 좋은 점을 이해하고 우리의 문화와 교류하고 융합한다면 K팝, K드라마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한국 문화는 더욱 풍성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외국의 다양한 음식, 과일, 식재료가 한국 사회에 유입되면서 우리의 일상이 더욱 다채로워지 풍부해졌습니다. 우리 음식은 국물이 많아서 수저가 필수적이지만 수저를 안 쓴다고 미개한 건 아니지요.

 

P : 안산 M센터에서 문재숙 명인의 국악공연이 열렸을 때 하일라이트는 "Fly Me to the Moon"이었습니다. 곡목이 스탠더드 재즈에 속하는데 25현금 가야금이 반주를 맡아 성악가(테너 손형빈)가 노래를 불렀거든요. 말 그대로 동서양의 음악이 믹스가 된 팝송으로 각각의 장점을 엿볼 수 있었어요.

K : 아~ 그랬군요. 음악의 본질이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감동을 느끼게 하고 흥겨움을 안겨주는 것이라 한다면 그날의 공연이 그 모든 것을 보여주었겠네요. 

P : 이것은 숨은 뒷이야기인데요 노래 중간에 장고 반주를 하고 계시던 문재숙 명인이 무대 앞으로 나와 스텝을 밟으셨어요. 여느 공연장소 같았으면 청중들도 뛰어 나와 함께 춤을 추었을 겁니다. 노래 제목부터 "文 명인에게 보내줘요" 아닌가요? 

 

* 테너 손형빈이 가야금 반주로 노래했던 이색적인 팝송 공연

* 가요금산조 공연팀의 퍼커셔니스트 권효창

 

P : 최근 조선족 등 중국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이 부동산까지 쇼핑을 한다, 일부 지역에서 범죄율이 높아졌다, 심지어는 스파이 활동까지 한다는 등 우려도 증가하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중국이 우리나라를 종주국과 속국(屬國)의 관계로 보았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까요?

K : 특정 국가의 여행자, 이민자의 증가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다문화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요. 중국인만 해도 한한령(限韓令)으로 그들이 한국을 멀리하면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었습니까! 대학교도 그렇다면서요? 조선족이 빠지면 우리나라 인력시장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경제 발전과 사회 유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지요. 이들의 존재가, 투자 증가가 중국의 주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불필요한 배타심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외국인들이 한국 법규를 준수하고 사회 질서를 존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P : 최근 고학력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서 그들에게도 똑같은 최저임금제를 적용한다고 했을 때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싱가포르에서도 하지 않는 것을 왜 하느냐는 반발이 많았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동일 임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 : 외국인 근로자들은 건설, 제조, 농업 등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이며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은 국제 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이기도 하지요.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 시장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해요. 이들을 단지 값싼 노동력으로만 여기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P : 안산에 가서 보고 한국 사회와 산업 경제에 있어 외국인의 비중은 날로 확대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그들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좀더 포용적으로 가져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십시오.

K : 네, 궁극적으로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가져야 할 태도는 포용과 존중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틀린 게 아니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더욱 성숙하고 풍요로운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P : 장로님, 여러 가지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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