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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 Powered by Imagination

Onepark 2021. 8. 16. 09:40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도 못하고 사회활동이 크게 위축되다 보니 마치 철학자가 된 기분이다. 

"왜 사는가?"  "최근 무슨 일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는가?"

은퇴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각별해진다. 

"어떻게 하면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

 

2021년 초에 영화 "Julie & Julia" (2009)를 보고나서 나름대로 성공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만든 적이 있다.

꿈 × χ = 성공》에서  χ는  (어떤 계기를 실천으로 옮기는 힘) + (일단 세운 목표를 피드백 해가며 끈기있게 지속하는 집념) +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행운)의 合이라고 보았다.

최근 KBS 1FM을 '시청'하면서 위의 세 가지 독립변수는 산술적 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x)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여기서 FM 방송 프로를 '시청'했다고 한 것은 보이는 라디오와 YouTube 스트리밍으로 방송이 되었기 때문이다.

 

* [주 1] 8.13자 프로그램 #7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들

 

그것은 KBS 방송 제작진이 음악학자 계희승 박사와 함께 여름 특집으로 마련한 "응접실의 모차르트"라는 프로였다.[1] 나로서는 2019년 여름에도 "시냇물 아닌 바다, 바흐"라는 특집방송을 인상깊게 본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적잖이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피아니스트 김주영 MC의 진행으로 2회(校時)에 걸쳐 90분씩 방송된 여름 음악학교에서는 참석 후 감동을 느낀 것만이 아니라 위의 성공방정식을 달리 해석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특집방송에서 해설을 맡은 계희승 씨의 말처럼 "긴 이야기를 짧게" (to make a long story short) 하자면, 꿈을 품되 때를 만날 때까지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키워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KBS 제작진은 연례행사인 음악학교를 열되 지금 한국에 있는 연주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어느때보다 풍성하면서도 다채로운 음악회를 열고자 했다. How could they make it?

 

음악학교의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젊은 연주자와 성악가들이었다. 이 중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을 할 수 없고 세계여행을 하더라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므로 여름을 고국에서 보내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을 한데 모아 멋진 음악활동을 벌이려면?

이 대목에서 KBS 제작진은 모차르트 시대에는 관현악 편성으로 정식 무대에 올리기 전에 큰 저택의 응접실에서 소편성에 의한 맛보기 음악연주를 듣는 것이 유행한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계희승 박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도 여러 점 보여주었다.

 

 

* 성악가 홍혜란과 이응광은 오페라 <돈 조반니>의 무대처럼 "그대 손을 잡고" 연기를 펼쳤다.

 

악기에 재능과 실력만 있으면 무엇을 하나? 이것을 봐줄 사람들이 흥미를 가져야 무대가 열리는데……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플루티스트 -- 이들의 독주, 합주 이상의 무엇을 들려주려면?

제작진의 이러한 의도에 맞게 2015년 프라하 국제음악콩쿠르 관악기 부문에서 우승한 김유빈은 플루트 하나만 가지고도 아주 능란하게 여러 관악기 파트를 연주했다.

 

이번 KBS 여름 특집은 이들을 음악예술의 소비자들과 연결해주는 알찬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과, 이것은 무한한 상상력의 발휘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오랜 속담이 생각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2]

자기에게 뛰어난 탈렌트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것을 묻어만 두어서는 안 된다. 아니 하늘로부터 벌을 받게 될 것이다.[3] 구슬을 무슨 실로 꿰어서 어떤 보배로 만들 것인지 끝없이 머리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KBS 1FM의 2021년 여름 음악학교는 모차르트의 응접실 스타일 음악을 키 컨셉으로 활용했다.

첫 날부터 콘서트홀 제1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라이브 연주를 자주 볼 수 없는 세계적인 연주자들 바로 앞에 앉아 모차르트의 협주곡, 관현악곡, 오페라 아리아를 이틀 동안 감상할 수 있다니 분에 넘치는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만으로도 협주곡의 느낌을 안겨주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제주의 문사 매계 이한우의 한시에 나오는  "孔針世界穿中間"처럼 "동굴의 중간에 고요히 앉아 날카로운 화두를 길라잡이로 선(禪)의 세계를 열 수 있다(In between, a Seon world was developed with needle-like thoughts)"는 구절이 떠올랐다.

 

미국에 프랑스 요리 선풍을 불러일으킨 줄리아 차일드의 경우 524가지의 레시피 요리책과 TV쇼였다. 월급쟁이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따라 했던 줄리의 경우 2년에 걸쳐 꾸준히 올린 요리체험 블로그였다.

다시 한 번 댈러스 SMU 캠퍼스 미술관에서 보았던 무리요의 그림이 생각났다. 야곱은 물가에 늘어놓은 얼룩무늬 있는 나무줄기 무더기를 바라보며 그 꿈을 키웠던 것이다.

 

코로나 집콕 시대에 무작정 책을 읽는 것도 지루해질 수 있다. 멍하니 앉아서 남이 만든 유튜브 동영상이나 들여다볼 게 아니라 여행기(travelogue)를 가이드 삼아 내가 전에 돌아다녔던 곳을 하나씩 떠올려 보기로 했다. 처음엔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새삼 알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Note

1] 2021. 8. 12 여름 음악학교의 W.A. Mozart 곡명 및 출연자

1.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KV.525 1악장 Allegro, Vn.조진주&김지윤, Va.이한나, Vc.장우리, Db.성민제

2.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V.545 ‘쉬운 소나타’ 1악장 Allegro, Pf.선우예권

3. 환상곡 d단조 KV.397/385g, Pf.선우예권

4.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KV.525 2악장 Romanze. Andante, Vn.조진주&김지윤, Va.이한나, Vc.장우리, Db.성민제

5. 클라리넷 5중주 A장조 KV.581 2악장 Larghetto, Cl.조인혁, Vn.조진주&김지윤, Va.이한나 Vc.장우리

6.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B♭장조 KV.378/317d 1악장 Allegro moderato, Vn.조진주, Pf.박진우

7.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V.488 3악장 Allegro assai, Pf.박진우, Vn.조진주&김지윤, Va.이한나 Vc.장우리, Db.성민제

 

2021. 8. 13 여름 음악학교의 W.A. Mozart 곡명 및 출연자

1. <피가로의 결혼> 서곡, 아레테 콰르텟

2. 현악 4중주 C장조 KV.465 ‘불협화음’ 1악장 Adagio-Allegro, 아레테 콰르텟

3. [Liszt 편곡] Ave Verum Corpus KV.618 (S.461a), Pf.김주영

4.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이제는 날지 못하리(Non più andrai)", Bar.이응광, Pf.이소영

5.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빨리 와요 기쁨의 순간이여 (Giunse alfin il momento...Deh, vieni, non tardar)" Sop.홍혜란, Pf.최승리

6. <돈 조반니> 중에서 "거기서 그대 손을 잡고(Là ci darem la mano)", Sop.홍혜란, Bar.이응광, Pf.이소영

7.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KV.466 1악장 Allegro, Fl.김유빈, Pf.이효주, Vn.박지윤, Vc.배지혜

8. 교향곡 40번 g단조 KV.550 1악장 Molto allegro, Pf.이효주, Vn.박지윤, Vc.배지혜

 

2] KoreanLII의 한국 속담 편에도 나와 있거니와 이 속담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말 그대로 영롱한 구슬이 많이 있어도 실로 꿰어야 보배로운 목걸이가 된다(Plenty of beautiful beads can make a precious jewel only with a thread.)는 것과 무슨 일을 성취하려면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No pains, no gains.)는 것 두 가지 의미가 있다.

 

3] 그때 1달란트 받은 종이 와서 말했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이 굳은 분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씨 뿌리지 않은 곳에서도 곡식을 모으시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저는 두려운 나머지 나가서 주인님의 돈을 땅에 감춰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주인님의 것이 있습니다."
주인이 대답했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씨 뿌리지 않은 곳에서 곡식을 모은다는 것을 안단 말이냐? 그렇다면 너는 내 돈을 돈놀이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했을 것 아니냐? 그랬다면 내가 돌아와서 그 돈에다 이자라도 받았을 것이다. 저 종에게서 1달란트를 빼앗아 10달란트 가진 종에게 주어라.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많이 받아 풍성해질 것이며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모두 빼앗길 것이다. 이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둠 속으로 내쫓아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게 될 것이다." 마태복음 25:2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