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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가을날 뉴욕 근교의 기차여행 Dia:Beacon

Onepark 2017. 10. 25. 15:00

LvI 2017 회의가 끝난 이튿날 하늘은 푸르고 가을 바람도 상쾌했다.

맨해튼을 샅샅이 돌아보든지 오래 전부터 소망했던 경치 좋은 곳으로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보스톤, 필라델피아에 가보면 좋겠지만 왕복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차 없이 현지에 가서 관광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가볍게 1-2시간 기차를 타고 가서 산책삼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여러 사람이 Dia:Beacon 또는 롱아일랜드의 롱비치 해변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1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 가는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비콘에서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오는 것으로 결정하고 즉각 실행에 옮겼다.

 

* Dia:Beacon은 1960~70년대 현대미술 걸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비영리재단 Dia Art Foundation이 뉴욕의 Dia:Chelsea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상설 전시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2~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의 롯데 뮤지엄에서 전시 행사를 가졌다. 롯데 뮤지엄이 디아 재단의 협조를 얻어 개관전시한 "댄 플래빈, 위대한 빛"(일명 Green Barrier)은 형광등 348개를 40m 길이로 엮어놓은 설치미술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랜드 센트럴 중앙홀에는 주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앙매표소에서 허드슨 강을 따라 포킵시까지 가는 허드슨 라인의 비콘행 왕복 기차표를 사면서 Dia: 미술관을 함께 구경하는 행사 할인 표를 달라고 했다. 왕복 기차요금 27.5달러에 미술관입장료 12달러(2달러 할인)로 39.5달러를 지불했다.

티켓에는 트랙 넘버가 없었으므로 안내 데스크에 가서 거듭 확인했다. 34번 플랫폼에 20여분 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었다. 지하의 플랫폼은 천장이 낮아 답답해 보였으나 곧 펼쳐질 광활한 풍경이 기대가 되었다. 허드슨 강쪽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파크 애브뉴 지하로 달리던 기차는 업타운 125번가(아래 사진)에 다 가서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내 허드슨 강이 창 밖에 펼쳐졌다.

 

* 125th Street Manhattan New York 
* 자연의 성벽 팰리세이즈

강 건너편에는 뉴저지의 아주 특수한 화산지형인 팰리세이즈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뉴욕 주재원 시절에 드라이브 삼아 차를 몰았던 9W 도로와 베어 마운틴, 웨스트포인트가 생각났다. 벌써 25년도 넘은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다.

 

Palisades (Hudson River)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 하류에 30km 이상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높이 100m의 휘록암 절벽을 말한다. 뉴욕 쪽에서 바라보는 절벽이 장관이어서 미국의 천연기념물(U.S. National Natural Landmark)로 보존되고 있다. 지상에는 강변 가까이 경치 좋은 9W (뉴욕주에는 Federal Route 9E) 도로가 개설되어 있으며 뉴욕주와의 경계지점에는 Palisades Interstate Park가 조성되어 있다.

 

'곰의 산'이란 뜻의 베어 마운틴에는 자동차 도로가 나 있어 바람 쏘이러 다녔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그 때 베어 마운틴 브리지 건너편으로 열차가 다니던 것을 보곤 했는데 바로 그 기차를 타고 가고 있는 것이다.

허드슨 강변의 비콘 역에 당도하니 Dia: 미술관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친절하게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산보 삼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Dia: 미술관은 주로 현대적인 감각의 설치미술과 조형물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입구의 긴 회랑에 무엇을 깔아놓았나 보니 주역의 64괘상을 늘어놓은 것이었다.

깨진 유리조각을 늘어놓은 작품 앞에서는 "이게 무엇이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널찍한 공간에 여러 가지 컨템퍼러리한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난해한 것이 많았다.

미국인들이 20-30년 전에 많이 타고 다녔던 클래시컬한 반트럭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촬영 금지였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 가을의 맑은 공기를 쐬는 게 좋을 듯 싶었다.

 

그러나 미술관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꽤 주목할 만한 조형물 작품도 눈의 띄었다.

카페에 들어가 뜨겁고 달콤한 핫 초코를 마시고 나니 이곳을 찾아온 목적이 뉴욕 업스테이트의 강변 경치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콘 역 부근의 강변 공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음껏 허드슨 강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바탕 위로 이리저리 붓질을 한 것처럼 하얀 구름이 새털같이 펼쳐져 있었다. 한켠에서는 해가 점점 아래로 기울고 있었다.

강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곧 뉴욕행 열차가 들어올 시간이었다.

 

잠시 대도시에서 떠나 있다가 다시 뉴욕의 도심으로 복귀하였다. 20~30년 전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맨해튼 32번가의 코리아 타운으로 가 원조(신라) 한식당에서 간만에 한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 뉴욕 주재원 시절부터 즐겨 찾았던 뉴욕곰탕집은 사라지고 없었다. 미국이민 1세대인 주인(검약생활을 하면서 자기 능력 이상으로 번 돈은 교회에 헌금하고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한 김유봉 장로)이 곰탕의 맛을 이어받아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는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은 것이라 했다.

날이 아주 어두워진 다음에 PATH 전철*을 타고 만복 상태의 흐뭇한 마음으로 뉴어크 숙소로 돌아왔다.

 

PS. 펜스테이션에서 PATH 전철을 타기까지 조금 고생을 했기에 경험담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펜스테이션에도 PATH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류이다. 안내원조차 "Upstairs"라고 말했는데 정확히는 위로 올라가 34번가의 다른 지하철역 입구를 찾으라는 말이었다. PATH는 전철이므로 기차역인 펜스테이션과는 입구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