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People

그리움 3

[관계] 누군가와의 오랜 인연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사물)과 멀리 해도 아무렇지 않는 사람(사물)이 자연스럽게 구분이 되었다. 그동안 코로나 핑계대고 멀리 했던 사람과 포스트 코로나 후의 관계설정에 고심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여기 한 편의 그림 같은 시가 있다. 하루 농사일을 마친 시골 노인이 소를 외양간에 넣고 물을 먹는 소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있다. 어스름이 깔린 저녁 적막에 쌓인 농가에서 시인은 평생 농사일을 해온 할머니와 그의 반려가 되어 묵묵히 일을 거들어온 소 사이에 따뜻한 정(情)이 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화려한 색채는 없을지라도 정갈한 수묵화처럼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묵화(墨畫) - 김종삼[1] Picture in Black and White by K..

People 2022.12.22

[가곡] 미뇽의 노래 "그 나라를 아시나요?"

'예술가곡' 하면 슈베르트의 650편이나 되는 리트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차이콥스키의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들을 때에는 '러시아 로망스'[1]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이 전해져 왔다.[2]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노래가 또 어디 있을까? 더욱이 차이콥스키 말고도 베토벤, 슈베르트, 볼프 같은 대가들이 다투어 곡을 붙였다면 그 노랫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독일어 'Sehnsucht' 나 포르투갈의 가요 파두에 나오는 'Saudade' 같은 말은 영어의 'Longing'만 가지고는 채워지지 않는 원망(怨望), 갈망(渴望)을 내포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이다. 그래서 원문은 독일어인데,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글로 옮겨 보았다. 괴테의..

Travel 2022.07.30

[은퇴 후]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정년퇴직한 지 3년이 지났다.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콕'하며 지내다 보니 간만에 만나는 사람마다 인삿말처럼 요즘 뭘 하고 지내는지부터 물어본다. 전에는 책 읽고 음악 듣고 산책한다고 했으나 반려견이 떠난 뒤에는 아침 저녁으로 하던 산책도 뜸해졌다. 잘 아는 사이라면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를 업데이트하는 일로 바쁘다고 하겠지만 KoreanLII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난감해진다. 나이가 들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많이 닮는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노인의 모습을 띠게 된다는 말도 된다. 돌이켜 보면 부친은 정년 후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셨고 철따라 먼 곳으로 산행을 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쓰시고 지인들에게는 종종 편지를 부치셨다. 고인의 일기나 편지를 보면 그분의 생전..

People 2021.10.19